티켓값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가뜩이나 살림살이 어려운데 더 이상은 모험할 수 없다! 평론가와 블로거의 영화 후기도 이제는 못 믿겠다!
이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채 빠져나가기 전에 진행하는 ‘관객출구조사’. 원래 개봉 첫 주 나보다 먼저 돈을 주고 영화를 본 ‘진짜 관객’들이 하는 ‘진짜 평가’가 제일 궁금한 법이다.
‘여러분의 지갑을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취지 아래 진행된 이번 취재는 뉴스에이드와 네이버 영화가 함께했고, 대망의 첫 영화는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이다.
관객들이 <가려진 시간>을 평가하는 방법은 이렇다.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안이 보이지 않는 별점 상자에 직접 공(일명 뿅뿅이)을 넣는 것.
별점 스티커로 하지 않은 이유는 스티커로 진행할 경우 앞선 관객들의 반응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스티커가 많은 쪽에 붙일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돼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검은 별점 상자를 준비했다. 나름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뉴스에이드!
이 상자는 높은 점수부터 차례대로 ‘제발 보세요’, ‘시간 되면 보세요’, ‘할인 되면 보세요’, ‘안 봐도 돼요’, ‘절대 보지 마’로 구분했다. 폼보드를 가로 20cm x 세로 20cm로 잘라 침핀으로 고정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출발부터 고된 여정!
가장 중요한 관객출구조사 판넬은 뉴스에이드의 보물, 그래픽 팀에서 지원했다. 또, 한줄 평을 남길 간단한 설문지와 펜, 조사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나눠 줄 말랑카우 등을 준비했다.
이렇게 마련된 준비물을 큰 가방 두 개에 나눠 담고 결전의 날인 지난 1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로 향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고, 시도한 적이 없었기에 수험생들만큼 걱정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동했다.
비교적 한산한 오전 10시 영화관에 도착했고, 스타시티 1층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단을 올라 관객출구조사가 이뤄지는 출구 쪽에 자리 잡았다. 우선 판넬을 세우고, 책상 위에 별점 상자와 뿅뿅이, 설문지 등을 가지런히 펼쳤다. 말랑카우도 잊지 않고 쏟는 중.
쨔잔~ 떨리는 출구조사를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상영관에서 ‘우루루’ 빠져나오는 관객들을 상상하며 각자 맡은 포지션에 섰다. 이때 선뜻 책상과 의자를 내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극장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꾸벅) 책상이 없었으면 양손에 별점 상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 보자마자 평가!
실질적인 관객출구조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이뤄졌고, <가려진 시간> 엔딩곡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하나 둘 극장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일이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전체적으로 관객이 없는 시간대라서 한 관객, 한 관객이 소중한 상황! 최대한 설문지를 많이 배부해야 했다.
“지인이 ‘<가려진 시간> 어때? 재밌어?’라고 물으면 뭐라고 얘기해줄 것 같나요? 본인 생각과 가장 일치하는 상자에 공을 넣어주세요.”
“저기요. 여기 설문지 하나만 작성을….”
“5초면 됩니다. 간단한 설문지 하나만 체크해주세요.”
“공 하나만 넣어주고 가세요. 부탁드려요.”
뉴스에이드 기자들의 외침은 계속됐다.
그리고 점점 멘트가 구차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닌 팩트다. 바쁘다며 조사를 피하는 관객도 있었고, 공은 넣되 설문지를 부담스러워하는 관객도 있었다. 한 어머니는 딸에게 “저 분들 불쌍하니까 설문지 해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 지금 내 볼에 흐르는 건 눈물이 아니라 땀일 거야.
어찌됐든 처음 받아낸 설문지는 총 10장. 어떡하지. 공과 설문지 각각 넉넉하게 200개씩 준비했는데. 설문지 200장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짧았지만 숨가빴던 순간을 뒤로 하고, 다시 대기 시간에 돌입. 슬픈 예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두 번째 출구조사를 기다렸다.
두 번째 출구조사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묻고 참여를 유도했으며, 관객들의 표정도 유심히 관찰했다. 극장을 나서는 몇몇 관객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나, 일부 관객은 무표정한 모습도 드러냈다. 10~20대 관객과 함께 어머니와 아들, 노부부 등 중년 관객도 꽤 보였다.
출구 조사 중간 경쟁작 <신비한 동물사전>을 본 커플이 설문에 참여하려고 다가오기도 했다. “죄송한데 이건 <가려진 시간> 관객들 대상이라서요. 죄송해요.”
관객 대부분은 스티커가 아닌 별점 상자에 공을 넣는 것을 재밌어했다. 또한, 흔하고 뻔한 답변 “재밌다” “재미없다”가 아닌 직접적이고 다소 파격(?)적인 문구에 놀라거나 웃는 관객도 있었다. 쉽게 공을 넣지 못하고 고민하는 관객들도 물론 있었다.
# 리얼한 반응, 결과 공개
이날 관객출구조사는 오후 7시 30분까지 6번에 걸쳐 진행됐다. 관객 총 157명이 별점 상자에 공을 넣었고, 이 중 100명이 설문지 조사에 응했다. 지금부터 1%의 필터링도 없는 관객들의 진짜 반응을 공개한다.
멋있게 ‘촤악~’ 쏟고 싶었는데 사방팔방으로 튀는 공으로 인해 다소곳하게 손으로 꺼냈다.
5개 별점 상자의 결과는???
‘제발 보세요’ 47개, ‘시간 되면 보세요’ 86개, ‘할인 되면 보세요’ 14개, ‘안 봐도 돼요’ 5개, ‘절대 보지 마’ 5개!
별점 상자에 공을 넣은 157명의 관객 중 133명이 ‘제발 보세요’ ‘시간 되면 보세요’를 선택했다. 절반이 훌쩍 넘는 많은 관객이 영화에 대해 호평이나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친구나 지인이 “<가려진 시간> 어땠어, 봐도 괜찮아?”라고 물어볼 경우 ‘영화를 봐도 좋다’고 답한 셈이다.
반면 ‘할인 되면 보세요’ ‘안봐도 돼요’ ‘절대 보지 마’ 등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관객은 총 24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안 봐도 돼요’ ‘절대 보지 마’를 선택한 관객은 10명. 157명 중 10명이니 10% 이하다.
위의 멘트처럼 현장에서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이 나왔다.
이어 관객들은 “<가려진 시간>을 누구와 보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100명 중 ‘친한 친구와 함께’ 54명, ‘혼자 봐야 제맛’ 21명,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랑’ 19명, ‘부모님을 모시고’ 2명, ‘회사 동료들과’ 2명, ‘누구와 봐도 좋다’ 2명 순으로 나타났다.
<가려진 시간>이 한 소녀와 소년 사이의 믿음과 신뢰,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룬 만큼 ‘친한 친구와 함께’라는 답변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 봐? 말아?
다 필요 없고, ‘볼지 말지’만을 빠르게 결정하고 싶다면 이 문단을 봐주길 바란다. <가려진 시간>은 10~30대까지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10대~20대 여성 관객들이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고, 157명의 관객 중 133명이 호평이나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한 줄 요약하자면, <가려진 시간>은 봐도 괜찮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남긴 한 줄 평
뉴스에이드
글 하수정, 김은지 기자
그래픽 이초롱, 계우주
사진 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