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겨울 첫 한파가 닥친 지난주, 할리우드는 디즈니가 과감하게 공개한 향후 몇 년간의 라인업에 들떠 있었다. 워너미디어가 발표한 극장-HBO MAX 동시 공개에 업계 안팎의 격한 반응도 이어졌다.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은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는 할리우드 미디어 대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과 업계가 영화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리한 기획 기사를 소개한다. 며칠 전 유출된 톰 크루즈의 분노가 담긴 음성파일이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도 살펴봤다. 최근 몇 년간 스타들과 함께 일한 젬마 찬이 어떤 말을 많이 들었는지도 소개한다. 먼저, 채드윅 보스만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했던 덴젤 워싱턴의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채드윅에게 "여자친구한테 얼른 반지 끼워줘."라고 말했다
- 덴젤 워싱턴
채드윅 보스만의 유작이 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덴젤 워싱턴이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다. 보스만은 워싱턴이 자신의 해외 유학 비용을 후원해 준 인연으로 영화에 기꺼이 참여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워싱턴은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투병 사실을 숨기고 촬영하던 때를 회상했다. “아무도 몰랐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것도 다 채드윅의 선택이다. 촬영장에서 매번 최고의 연기를 보였다.” 워싱턴에 따르면, 당시 보스만의 여자 친구였던 테일러 시몬 레드워드는 촬영 때마다 항상 그의 곁에 있으면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당시 보스만의 투병 사실을 몰랐던 워싱턴은 “정말 사랑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정말로 채드윅에게 ‘얼른 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줘야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땐 그런 사연을 몰랐으니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마블 영화보다 해리 스타일스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 젬마 찬
배우 젬마 찬은 마블 영화 <캡틴 마블>과 <이터널스>에서 각각 다른 캐릭터를 맡아 출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플로렌스 퓨, 크리스 파인, 해리 스타일스, 키키 레인 등과 올리비아 와일드의 영화 <돈 워리 달링>을 촬영 중이다. 그렇다면 찬은 MCU의 새 시대를 열 <이터널스>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을까, 아니면 <돈 워리 달링>으로 처음으로 함께 일하게 된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 관련 내용일까? “놀랍게도 해리 스타일스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스타일스를 “재능이 뛰어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타일스의 성별을 뛰어넘은 패션 센스가 “자신에게 편안한 스타일을 찾는 그만의 모습”이라고 칭찬했다.
톰 크루즈의 분노, 충분히 이해한다.
- 조지 클루니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새 영화 촬영장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크루에게 소리친 사건이 며칠간 화제가 되었다. 음성파일을 유출한 사람의 의도가 어떻든,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연이자 제작자인 크루즈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다시 주목받았다. 곧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개봉을 앞둔 조지 클루니도 크루즈가 “과잉 반응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책임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옳다. 촬영이 중단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다들 그걸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라며, 당시 크루즈의 심정에 백배 공감했다. 다만 클루니는 특정 인물을 지정해서 말하진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건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크루즈의 분노에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키는 그를 칭찬하거나 이유가 어떻든 일터에서 동료를 대하는 태도가 선을 넘었다며 비난했다.
HBO 맥스 동시 공개 소식, 유출 우려해 미리 알리지 않았다
- 앤 사노프 (워너 브러더스 CEO)
워너미디어가 2021년 개봉 영화 라인업을 극장과 HBO MAX에 동시 공개한다고 발표한 후, 할리우드와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 매체의 쇠퇴를 우려했다.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의 기획 기사에는 워너미디어가 산업의 근간을 흔들 초강수를 둬야 했던 이유를 분석하고 결정 과정을 소개했다. 요약하면 워너미디어는 코로나19로 미국과 세계 극장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블록버스터를 개봉하고,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보다 주목받지 못한 HBO MAX를 키워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데, 동시 공개가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HBO MAX를 키울 최선이라 판단한 것이다. 워너미디어 새 CEO이자 한때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오른팔이었던 제이슨 킬라의 목표와 의지는 확고했다. 다만 함께한 워너 브러더스 임원들은 오랫동안 일해온 ‘파트너들’에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워너 브러더스 CEO 앤 사노프는 뉴스 유출을 우려해 창작자나 제작사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HBO MAX의 31일 동시 공개에 따른 적정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 말했다.
에그테일 에디터 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