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고의 화제작 <곡성>의 삭제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개봉 당시, 생략과 점프 등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전개 때문에 숱한 해석과 논란을 안겨준 영화였죠. 때문에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의 배우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삭제된 장면이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영화를 두 번 보고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삭제 장면이 해소시켜주지는 않을까, 아직도 기대하고 있는 관객이 있다면 주목해야겠습니다. 드디어 <곡성>의 30여분 분량의 미공개 삭제 장면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IPTV와 네이버 N스토어 등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곡성>의 8가지 삭제 장면에 대한 간단한 소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자세한 이용 방법은 마지막에 첨부했습니다.)

이 글은 <곡성>의 미공개 삭제 장면에 대한 소개입니다. 아직 영화 본편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영화 관람을 방해할 스포일러가 언급될 수 있으니 영화를 먼저 보고 읽기를 추천합니다.

시작이 다르다

누가복음 24장 37-39절의 성서 구절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곡성>의 첫 장면은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차지합니다. 그는 물가에 앉아 낚시 바늘에 미끼를 꿰고 있죠. 영화를 다 본 관객들은 이 장면에 특히 감정이입(?)을 하며 (외지인이 아니라) 감독의 미끼를 물었다고들 했죠.

삭제된 첫 장면 '소문의 시작' 부분은 영화의 시작이 애초 달랐다는 걸 보여줍니다. 즉, <곡성>의 시작은 '소문'에서 출발합니다. 영화 도중에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속에서 회상 장면으로 잠깐 등장하는 외지인이 마을 여자에게 해코지를 하는 장면이 원래 영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외지인에 관한 흉흉한 소문을 이야기하는 마을 남자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다가 딸과 함께 집으로 귀가하는 종구(곽도원)의 모습. 이것미 바로 영화의 또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삭제된 첫 장면을 보니, 애초 이 영화는 '소문'을 다루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외부에서 온 이상한 존재, 그리고 그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불편한 태도 등을 저변에 깔아놓고 시작하려 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최종 극장 상영판본의 편집 의도 또한 원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난 편집은 아닙니다만, 지금보다는 삭제 장면이 좀더 친절한 것 같군요. 마을을 둘러싼 '소문'에 관한 언급이 너무 직접적이라서 최종적으로는 의미든 소재든 좀더 감추는 쪽으로 편집 방향을 달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잔혹하다

삭제된 2-3번 장면에 따르면,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괴상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이미 종구는 외지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땅에서는 개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하늘에서는 새떼가 갑자기 몰려드는 등 호러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기이한 분위기 조성 장면도 등장하지요. 이 장면들 역시 상투적이기도 하거니와 시작부터 무엇이든 너무 많이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아무튼 삭제 장면은 시작부터 이 영화가 모호한 장르적 성격을 지닌 게 아니라 '호러' 영화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차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잔혹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누가 누굴 죽이는 살인 묘사 수준이 아니고 정서적으로 아주 자극적인 '죽음'이 등장합니다. 이런 장면이 만약 극장 개봉판에 삽입됐다면 기괴한 분위기 조성에 효과적으로 쓰였을 겁니다. 혹은 시작부터 괴로워서 아예 영화를 볼 엄두를 내지 못한 관객도 생겨났을 것 같군요.

더 괴롭다

삭제된 4-6 장면은 주로 종구와 그의 딸 효진(김환희)에 관한 장면입니다. 마을에서 이상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자신의 딸에게도 이상한 증세가 시작되자 종구는 점점 불안해집니다. 절친한 동료 경찰 성복(손강국)도 그에게 '소문'의 정체를 경고합니다.

삭제 장면이 없어도 극장 상영본에서 이미 충분이 인물들의 심리 상태가 설명됩니다만, 삭제 장면에서 좀더 덧붙이는 것은 딸 효진의 증세와 종구의 의심입니다. 효진은 삭제 장면에서 아빠에게 엉엉 울면서 "할배가 씨뻘건 귀신마냥 이불 속에서..."라며 간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종구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야 등장하는 대사를 이미 중간에 딸에게 합니다. 그는 효진을 부둥켜안고 "아버지가 다 해결할 거여"라고 말하지요.

그리고는 영화의 처음과 끝 중간 지점을 딱 자르는 일광의 화끈한 등장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삭제되지 않았다면 효진을 바로잡고자 하는 종구의 마음을 휘어잡고 등장하는 일광(황정민)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편집이었을 것 같군요. 그리고 잠시 후 효진의 상태가 굿을 해서 더욱 심해진 것 아니냐고 종구가 따져묻는 장면도 삭제됐습니다. 병원에 데려간 효진의 상태를 본 의사가 "용한 무당을 한 번 써보시라"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삭제됐습니다. 이 모든 삭제 장면이 영화에서는 불같이 화를 내며 굿판을 뒤집어 엎는 종구의 심리 상태를 위해 서서히 쌓아가던 단계로 기능하고 있는 듯 보이는군요.

둘은 만났다

영화 개봉 당시, 배우 쿠니무라 준과 천우희가 두 사람의 산 속 추격 장면이 삭제됐다고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두 사람이 영화 내내 서로의 존재를 인식만 하고 있다가 후반부에서야 격돌하게 되는데 애초 촬영분에서는 영화 중반부에 두 사람이 이미 한 차례 맞닥뜨리는 장면을 찍었더군요.

외지인이 폭포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장면을 무명(천우희)이 훔쳐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외지인이 무명을 알아보고는 뛰어가 그녀를 붙잡고 싸우게 됩니다. 그러다가 산 중턱에서 외지인의 집을 찾아가던 종구와 부제 이삼(김도윤)을 만나게 되는 장면인데, 현재 극장판의 순서대로라면 이 삭제된 장면은 어디에 들어가는 게 좋을지 동선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 중반에 이미 한 차례 추격전을 펼친 사이라는 것을 삭제함으로써 무명과 외지인의 관계가 마지막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엔딩이 다르다

미공개 삭제 장면에는 추가 엔딩 장면도 있습니다. 기존 극장 상영본에 더해 1분 가량의 장면이 덧붙는 셈인데요. 이미 나홍진 감독이 씨네21과의 인터뷰통해 밝혔듯이, 외지인과 일광이 만나는 장면이 삭제됐습니다. 삭제 장면을 보면 둘의 관계가 어떤 분위기인지 더욱 쉽게 느껴질 것 같군요.

그리고 흥미롭게도 'To be Continued' 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삭제 장면을 통해 '곡성'이 아닌 또 다른 도시에서 자리잡아 살을 날리는 외지인과 일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지. 외지인과 일광이 다음으로 떠나는 도시가 혹시 <아수라>와 박성배의 도시 '안남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주 궁금해집니다.


N스토어에서 <곡성> 부가영상 보는 법

사실 간단합니다. N스토어에서 <곡성> 다운로드 배너를 클릭하면 되거든요. 대여와 구매 버전 모두 삭제장면으로 이뤄진 부가영상을 함께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데 따로 개별 배너가 노출되어 있지는 않고요. 그냥 영화 본편을 구매해서 다운로드 받으면 '나의 보관함'에 부가영상 다운로드 배너가 자동 생성됩니다.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요. 본편을 구매한 뒤에 '나의 보관함'으로 다시 들어가서 부가영상을 추가로 다운로드 받으면 됩니다

물론, 집에 설치된 IPTV로도 삭제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