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가이> 작가 크리스 셰리던이 각색한 <레지던트 에일리언>은 코믹스 원작 실사 특유의 기이함과 기발함을 가진다. 때때로 살의를 내보여 보는 이를 당황케 하던 해리(알란 터딕)지만, 터딕의 사랑스러운 연기는 해리를 응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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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에일리언>의 최대 무기는 터딕. 종종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던 터딕은 현실 세계에서 빠져나와서, 크리처의 외양과 매력을 재현해낼 줄 아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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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에일리언> 같은 시리즈는 웃기되 우습지 않아야 하고, 드라마틱하고 마음을 움직일 줄 알되 뻔하게 교훈적이지 않아야 하며, 무섭되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 셰리던과 작가진은 파일럿에서 이미 이 요소들의 균형을 보여줬고, 그 덕은 상당 부분 해리를 연기한 터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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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호건과 스티브 파크하우스의 다크호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레지던트 에일리언>은 올해 초 SF 전문 케이블 채널 Syfy에서 방영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3%를 자랑하는 이 시리즈는 인기에 힘입어 곧바로 두 번째 시즌 제작을 확정했다. <레지던트 에일리언>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이야기다. 반전에서 오는 유머를 다루는 데 특히 탁월한 이 시리즈를 웨이브에서 독점으로 공개했다. 10개의 에피소드를 지금 바로 웨이브에서 만나보자.


불시착한 외계인의 지구 정착기

레지던트 에일리언. 체류 외국인을 뜻하는 이 말은 보통 법률 용어로 쓰이지만, 여기서의 에일리언은 말 그대로의 에일리언이다. <레지던트 에일리언>의 주인공은 의사 해리 밴더스피글(알란 터딕)이다. 그의 정체는 인간 멸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아 지구에 온 외계인. 4개월 전 기상악화로 예상치 못하게 콜로라도 산악 지대에 떨어진 그는, 추락 중에 임무 수행에 필요한 중요 장치와 함께 우주선 부품을 잃어버렸다. 살아서 일을 끝내기 위해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곳 생활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외계인은 시내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외딴 호숫가에 홀로 지내는 진짜 해리를 호수에 던져버리고(죽이고), 그의 모습으로 위장해 산속 어딘가에 파묻혀 있을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로 한다.

마을 보안관 마이크(코리 레이놀즈)와 부보안관 리브(엘리자베스 보웬)가 해리의 집을 찾아오면서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진다. 진짜 해리는 사실 이 마을의 의사가 아니다. 도시에 살며 가끔 콜로라도에 와 일주일씩 묵고 가던 그도 이 마을에서는 외지인일 뿐이었다. 그런 그를 찾아와 시체를 봐달라는 보안관. 시내에는 의사가 없냐. 그 죽은 사람이 마을의 유일한 의사, 샘(잔 보스)이다. 부검에 이어 이제 졸지에 시내 의사가 되어 인간과 어울려야 하는 해리. 그는 들키지 않고 고향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트윈 픽스>가 떠오르는 이유

시리즈는 두 개의 메인 에피소드를 따라간다. 해리의 임무 수습과 샘 살인 사건. 인구가 1천 명뿐인 콜로라도의 작은 마을 페이션스에서 벌어진 아주 이례적인 살인 사건이 극의 막을 열면 미스터리가 시작되고 수사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 익숙한 구조, 어디서 본 듯하다. 인구 5만 명의 고립된 시골 마을 트윈 픽스 해변에서 로라 팔머(셰릴 리)의 시신이 발견되자 FBI 요원 데일 쿠퍼(카일 맥라클란)가 수사를 시작하는 <트윈 픽스>. 닫힌 사회 미스터리의 전형이 된 이 시리즈의 공식은 그동안 <리버데일> <기묘한 이야기> <트루 디텍티브> 등 많은 작품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다. 해결될 듯 해결되지 않는 사건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돌발 상황. <레지던트 에일리언>은 보편적인 구조를 취함으로써 SF, 수사, 드라마를 아우르는 범(汎) 장르적인 매력을 갖췄고, 외계 생명체가 어색한 시청자까지 포괄했다.


부조화에서 오는 코미디

<레지던트 에일리언>에 차별성을 더하는 건 부조화에서 오는 코미디다. 해리는 수사 시리즈 <로 앤 오더>로 인간의 생활 양식을 배웠다. 외계 종족으로서 타고난 이해력과 반복적인 학습은 인간의 언어와 행동의 단편을 습득하도록 했지만, 노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영역도 있었다. 흔히 사회성이라고 부르는 것. 어떻게 보면 해리는 사회화가 덜 된 인간과도 같다. 여기서 소통 오류와 역설이 발생하고 웃음을 유발한다. 이를테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해리는, 샘의 시체 앞에서 애도를 표하기보다는 <로 앤 오더> 속 수사관이 그랬던 것처럼 “이거 정말 황홀하군”이라고 외친다. “쾅쾅.” 엄청난 수수께끼가 앞에 있다며 재미를 느끼는 그는 드라마에서 사건이 발생할 때 효과음으로 깔리던 소리를 입 밖으로 내어 주변을 당황케 한다. 장례식이 한창인데 뛰어들어 관을 열고 시체를 꺼내 사인을 파악하는 장면은 그의 괴짜다움을 다시 한번 주지시킨다.

누누이 인간이 도마뱀보다 못하며 본인의 지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해오던 그이지만, 한참 어설프다. 내레이션의 해리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호수에서 시신을 찾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동안 화면에서 다른 사람이 먼저 진짜 해리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의 목소리가 “폭발 장치를 찾아서 모든 인간을 없애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장치를 발견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바라는 동안, 누군가 그보다 먼저 장치를 발견한다. 화면 밖의 우리는 코너에 몰린 그가 가엽고 웃기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해리는 결연한 태도를 유지할 뿐이다. 이 시리즈는 전적으로 외계인 해리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해리의 진지한 태도에 따라 여전히 웅장한 배경 음악이, 아름다운 부조화를 만들어 낸다.


그 공은 알란 터딕에

이 시리즈가 좋은 평가를 얻은 것에 대한 공은 어느 정도, 아니 상당 정도 알란 터딕에 있다. 앞서 언급한 외신의 호평에 터딕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터딕은 분명 국내 팬들에 익숙한 배우는 아니지만, 출연작을 보면 그가 친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모아나> <주토피아> <겨울왕국> <빅 히어로> <굿 다이노> <주먹왕 랄프> <아이스 에이지>. 그동안 그는 주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에 목소리를 빌려줬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어 모사하는 등 종종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그의 방식대로 묘사해왔다. <알라딘> 실사 영화에서는 자파(마르완 켄자리)의 어깨에 딱 붙어 알라딘(메나 마수드)을 위험에 빠뜨리던 앵무새 이아고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 내공을 집약해 놓은 것과도 같은 장면은 1화 초반부에 등장한다. 해리의 몸을 차지한 후 몇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인간처럼 서는 법, 걷는 법, 앉는 법을 백번쯤 넘어지며 터득해낸다. 약간의 슬랩스틱을 곁들인 이 장면은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제 터딕 아닌 해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크리스 쉐리던 감독은 말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함께할 줄 알 때 우리 삶은 더 빛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사고방식이 아직 온전히 외계인의 것이었을 때 해리는, 인간이 왜 서로를 구태여 필요로하는지, 왜 사랑받기를 원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는 점점 주변에 섞여들어가 감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지구에 온 후 가장 먼저 유대를 쌓은 아스타(사라 톰코)의 집에 초대되어 온 가족과 정답게 식사를 하고. 아주 희박한 확률로 해리의 본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동네 꼬마 맥스(주다 프랜)와 필연적인 앙숙 관계를 유지하다가 휴전을 하며. 인간관계라는 것을 배워 동화된다. 온갖 장르를 겸하고 있는 시리즈이지만, 결국 <레지던트 에일리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이의 가치에 관한 것일 테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