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프수트, 달리 가면, ‘벨라 차오’(Bella Ciao), 도시 이름. <종이의 집>의 인기에 한몫한 장치들이다. 이 중에서도 점프수트와 가면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시리즈를 있는 그대로 상징하게 되었다. 페로시가 첫째로 보여준 공간은 <종이의 집>의 모든 코스튬을 보관한 의상실이었다. 옷걸이로 가득한 의상실의 반절 이상을 이 빨간 의상이 차지했고, 이 옷은 코스튬 디자이너 카를로스 디에스가 만들었다. 디에스가 말하기를, “파트 1, 2의 점프수트는 지금 입는 것과 다르다. 파트 3, 4, 5용으로 다시 디자인했다. 점프수트만 500벌쯤 만든 듯하다.” 새 디자인의 수트를 만들었다고 지난 것을 버릴 수도 없었다. “방영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았고 각본팀이 어느 순간에 어떤 플래시백을 삽입할지 모르기에, 의상을 전부 보관하고 있어야 했다. 어떤 건 깨끗하고, 어떤 건 조금 지저분하고, 어떤 건 아주 지저분하고, 어떤 건 피가 조금 묻어 있고, 어떤 건 피로 완전히 물들어 있고… 배우당 못해도 여덟 벌씩은 준비해야 했다.”
강도단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아닌 멤버가 있다. 마르세유의 애완 흰담비 소피아다. 파트 3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소피아가 능수능란하게 경찰을 교란하던 때만큼은,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는 도쿄(우르술라 코르베로)나 팔레르모(로드리고 데 라 세르나)보다도 대견해 보였다. 이때 소피아는 다른 멤버들처럼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의상실에서 우리는 소피아의 점프수트도 볼 수 있었는데. 후드가 달린 이 작은 옷은 디에스가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들었다고 한다. 듣고 있던 페로시는 촬영을 하며 소피아에게 여러 번 물렸다며 여담을 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