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현실과 달리, 몇몇 드라마 속 세상은 다양한 이유로 황폐해지거나 때론 종말의 위기에 처한다. 생존이 어려운 상황. 극 중 인물들은 저마다 지닌 사연을 이유로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그들에겐 힘든 시간이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매력이 가득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 평화를 바라면서도 종말을 주제로 한 장르의 작품에 빠져드는지 모르겠다. 해외 드라마에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는 환영 받는 소재다.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인상적으로 담은 다섯 작품들을 만나보자.
더 레인(The Rain)
<더 레인>은 비를 맞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6년간 벙커에 숨어 살았던 남매 시모스와 라스무스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겪는 갈등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들을 빠른 속도로 해결해 몰입감을 더한다.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남매의 생존이라는 목표에서 나아가 세상을 구원할 해결책을 찾는 것에 더 집중하며 세계관을 넓힌다. 생존자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흡입력 있게 그려내며, 각 자의 사연도 비중 있게 다뤄 드라마만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넷플릭스)
설국열차(Snowpiercer)
<설국열차>는 얼어붙은 지구를 배경으로 마지막 인류를 태우고 7년째 멈추지 않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살아 남기 위해 기차 안에서만 살아야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불평등한 계급 제도에 반박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열차의 앞 칸으로 이동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가득하다. 인류의 생존이 가능한 마지막 방주와도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사건, 권력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아포칼립스 세계를 더욱 치열하게 보여준다. 점차 계급으로 나눠진 기차 안의 질서를 깨부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해 흥미를 유발한다. 현재 시즌 3 제작이 확정됐다. (넷플릭스)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
햇빛에 닿으면 죽는 세상을 배경으로 태양을 피하며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존기를 담았다. <어둠 속으로>는 비행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갈등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처음에는 이 같은 일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승객들이 지금의 끔찍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린다. 무엇보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타인과의 공존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딜레마를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펼쳐낸다. 현재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넷플릭스)
원헌드레드(The 100)
<원헌드레드>는 핵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 정거장 ‘아크’에 살던 100명의 인류가 생존 가능성을 알아내기 위해 지구로 귀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생존을 위해 돌아간 이들이 지구에서 살아가던 또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주인공들이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고 벌어지는 여러 일들이 판타지 장르를 결합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즉,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판타지 장르로 해석한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작품이다. 시즌 7을 마지막으로 완결되었으며, 국내에서는 현재 시즌 5까지 만나볼 수 있다. (넷플릭스)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Sweet Tooth)
<스위트 투스>는 감염되면 사망에 이르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세계가 붕괴되고, 그 종말의 시기에 태어난 반인반수 ‘하이브리드’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했다는 배경은 어둡지만, 어린 소년 거스가 그리는 밝고 맑은 톤의 분위기가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사슴뿔을 가진 소년 거스와 동물원의 에이미, 의사 부부 아디와 라니의 에피소드를 통해 수많은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여지를 남기는데,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세계 멸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표현해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넷플릭스)
에그테일 에디터 곰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