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만으로 설명되는 아트버스터 감독은 누구? IMDb 트레이드마크 인물 퀴즈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Internet Movie Database). 1990년 영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콜 니덤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진 배우’를 모아 정리하던 것에서 시작한 IMDb는, 이제 8백만 작품과 1천만 영화인의 데이터를 가진 세계 최고의 영화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다 됐다. IMDb에서는 줄거리, 제작진, 출연 배우 등 기본 정보부터, 촬영지, 화면비, F-워드가 사용된 횟수까지, 작품에 관한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세한 작품 정보 이용법은 아래 글의 IMDb 부분을 참고하길.) 인물에 관한 데이터의 범주는 또 다르다. 필모그래피, 별자리, 매거진 커버 장식 횟수, 트리비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 콘텐츠를 다루는 이들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IMDb를 방문하겠지만, 주로 참고하는 토픽은 필모그래피일 테다. 이번 글에서 주목할 토픽은 트레이드마크다.

트레이드마크는 배우의 경우 주로 외형, 연기하는 캐릭터의 경향, 혹은 자주 함께 작업하는 감독을, 감독의 경우 주로 자주 함께 작업하는 배우, 연출 스타일을 다룬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트레이드마크는 마틴 스콜세지와 자주 작업하고, 실존 인물을 종종 연기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재미 삼아 몇몇 영화인의 IMDb 트레이드마크를 모아봤다. 스크롤을 내리기 전, 스무고개처럼 항목을 먼저 보고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맞혀보자. 추측하기 쉽도록 성별은 먼저 밝혔다.

배우

키워드 ｜ 1960년대, 안경, 런던, 멘토, 큰 키, 놀란, 남성

다섯 항목 모두 뚜렷한 트레이드마크다. 일단 1960년대에도 활동한 배우이면 나이가 꽤 있을 테고. 놀란과 자주 작업한(!) 영국(!) 배우다. 멘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도 큰 힌트가 되겠다.

정답 ｜ 마이클 케인

마이클 케인은 일명 놀란 사단의 대표 배우다. 감독의 초기작 3편을 제외한 모든 작품, 총 8편에 출연했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의 집사 알프레드를, <프레스티지>에서 마술사 앤지어(휴 잭맨)의 스승 커터를, <인셉션>에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장인 마일즈를, <인터스텔라>에서 NASA 소속 블랙홀 전문가 존 브랜드를, <테넷>의 전직 MI6요원 크로스비를 연기했다. <덩케르크>에는 공군 장교로 카메오 목소리 출연을 했다. 놀란은 <덩케르크> 개봉 당시 “<공군 대전략>에서 케인이 맡았던 역을 따왔다”며 “어떻게든 이 영화에 마이클 케인을 출연시키고 싶었다. 그는 내 모든 영화에 출연해야 했다”고 밝혀 케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키워드 ｜ 큰 키, 긴 머리, 저음 목소리, 모니터링 불호, 남성

그냥 큰 키도 아니고 우뚝 솟은 듯한, 전봇대처럼 큰 키다. 긴 검은 머리는 말 그대로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본인 연기 보기를 꺼리기로 유명하다. 영화제 프리미어에 초대되는 경우에도, 영화가 시작하면 극장을 나서 외부에 있다가 영화가 끝나면 다시 자리로 돌아올 정도다.

정답 ｜ 아담 드라이버

매 인터뷰에서 황정민이 우정 여행 사진에 대한 질문을 받듯, 데뷔 이래로 인터뷰를 했다 하면 아담 드라이버가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본인 연기를 보지 못한다는 것에 관한 질문이다. 지난달 <아네트> 프리미어로 칸영화제에 방문했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때마다 그가 내놓는 이유는 이렇다. 그는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무대 연기를 하면서는 본인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없다. 애초에 본인의 연기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개념이 그에게는 없다. “물론 내 작품을 본 적도 있다. 공포증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내 작품을 보는 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서 보지 않는 것뿐이다. 내 책임은 카메라 앞에 있는 그 순간 연기하는 데 있다. 물론 다른 분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연기 습관이나 아쉬웠던 점을 파악하며 좋게 활용할 수 있겠다. 내게는 그렇지 않다. 영화는 영원한 것인데. ‘순간’적인 감정, 연기가 (영화 속에) ‘영원히’ 담긴다는 게 참 이상하고 미묘하다. 일단 작품을 보면 아쉬운 점, 고치고 싶은 점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화면에 담긴 연기를 내가 고칠 수는 없다.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를 설정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영화 속에 불멸할 내 실수를 깨닫고 고통받느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작품을 보지 않는 쪽이 나으며, 그 순간 내가 책임을 다하고 만족하면 그만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189cm 장신이다. 지금의 체격을 생각하면 호리호리라는 표현보다는 다부지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프란시스 하> 속 레브(아담 드라이버)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겠다.

키워드 ｜ 허스키한 목소리, 유머, 브래들리 쿠퍼, 여성

브래들리 쿠퍼와 자주 호흡을 맞추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성. 여기까지만 보고도 누구인지 눈치챈 이들이 있겠지만, 강력한 힌트를 하나 더 남겨본다. 꽈당.

정답 ｜ 제니퍼 로렌스

연관검색어로 ‘funny’가 있을 정도로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 감각을 자랑하는 제니퍼 로렌스. 한동안 시상식 무대에 오를 때마다 꽈당을 시전하며 몸개그로도 웃음을 주었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과는, 로렌스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리고 <아메리칸 허슬> <조이>로 호흡을 맞췄고. 브래들리 쿠퍼와는 이 세 편을 포함해, <세레나> <더 퍼스트 먼데이 인 메이>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등 총 6편에 함께 출연했다.

키워드 ｜ 턱선, 턱선, 턱선, 남성

머리카락을 쥐어 잡는 버릇이 있어 그의 머리는 언제나 헝클어져 있다. 자기 비하 유머도 상징적이지만, 사실 턱선 하나로도 추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정답 ｜ 로버트 패틴슨

위의 두 번째 사진은 <굿타임>으로 2017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찾았을 때의 모습이다. 영화제, 시상식, 인터뷰 가리지 않고 그의 머리는 언제나 부스스하다.

키워드 ｜ 초록 눈동자, 허스키한 목소리, 빨강 머리, 여성

외모에 관한 단서뿐이지만.

정답 ｜ 엠마 스톤

<이지 A> 속 엠마 스톤이 떠오른다.

키워드 ｜ 곱슬 머리, 아싸, 신경과민, 남성

소위 너드미가 넘치는 배우의 대표주자로 에디 레드메인, 벤 위쇼, 조셉 고든 래빗 등이 있다.

정답 ｜ 제시 아이젠버그

그리고 제시 아이젠버그가 있다. 그는 <어드벤처랜드> <좀비랜드>를 거쳐 <소셜 네트워크>를 만났다. 속사포 쏘듯 내뱉는 말은 그의 너드력을 높여 준다.

키워드 ｜ 코, 아티스트, 정신질환, 마른 체격, 남성

어딘가 모르게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듯한 분위기. 캐릭터를 향한 헌신. 그리고 긴 코.

정답 ｜ 애드리언 브로디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피아니스트>의 인상은 아직도 강렬히 남아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을 견디는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를 연기하기 위해 피아노를 배운 것은 물론, 약 6주 동안 달걀과 야채와 닭, 생선 조각만 먹으며 14kg을 감량했고. 브로디는 그해 최연소 배우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았다. 참고로 이때 그를 제외한 남우주연상 후보 넷, 마이클 케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 잭 니콜슨, 니콜라스 케이지는 모두 이미 오스카 수상 경험이 있는 배우였다. 브로디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살바도르 달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북미에서 (드디어) 개봉할 웨스 앤더슨의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도 미술상 줄리앙을 연기했다.

키워드 ｜ 초록색, 코믹, 흉내, 남성

초록색 인간. 대표 캐치프레이즈는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정답 ｜ 짐 캐리

배우 데뷔 전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먼저 활동하던 캐리는 엘비스 프레슬리,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임스 딘, 잭 니콜슨 등 유명인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코믹 연기로 이름을 알렸다. '삶에 바탕에 기이한 진실이 숨겨진 캐릭터', '캐치프레이즈' 관련 항목에서는 <트루먼 쇼>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다.

키워드 ｜ 점, 보조개, 파란 눈동자, 남성

검토를 거쳐 반영되기는 하지만 IMDb 정보를 편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든 새 정보를 등록하거나 기등록된 정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팬이 애정을 담아 써둔 듯한 이 배우의 트레이드마크는 칭찬하는 형용사로 가득하다. 캐릭터의 경향에 대한 항목도 있지만, 그마저도 큰 영화는 아니라 단번에 파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답 ｜ 제이크 질렌할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가 아름다운 잘생긴 달걀형 얼굴의 친절한 배우는 제이크 질렌할이다. <문라이트 마일>은 그가 연기한 조가, 괴한에게 살해된 약혼자 다이애나의 장례식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0대에 참여한 작품은 아니지만, 질렌할이 연기한 <사우스포> 빌리의 아내 모린(레이첼 맥아담스)도 영화 초반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키워드 ｜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남성

트레이드마크 토픽이 모든 배우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꽤 오랜 기간 활동한 인지도 높은 배우에게 붙어있는 듯하다. 한 줄이지만 트레이드마크 란이 채워져 있는 한국 배우가 있다. 봉준호 감독과 자주 작업하는 배우. 너무 쉽나.

정답 ｜ 송강호

송강호다.

감독

​

* 트레이드마크가 10개 이상일 경우, 상위에 등록된 10개 항목만 가져왔다. 작품 제목 등 너무나 결정적인 정보를 포함하는 부분은 가렸다.

키워드 ｜ 90분, 문제 가정, 그레타 거윅, 벤 스틸러, 아담 드라이버

특히 그레타 거윅의 이름을 보면 자연히 떠오르는 감독.

정답 ｜ 노아 바움백

최근작인 <마이어로위츠 이야기>(110분), <결혼 이야기>(137분) 전까지만 해도, <오징어와 고래>(81분), <프란시스 하>(86분), <위아영>(97분), <미스트리스 아메리카>(84분) 등 그가 연출한 작품 대부분의 러닝타임은 90분 내외였다. 바움백의 연인이자 바움백 사단 대표 배우・각본가・감독 그레타 거윅. 지금까지 <그린버그> <프란시스 하> <더 코렉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등의 작품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감독이 연출하는 차기작에도 함께한다. 바움백이 연출하는 <화이트 노이즈>에 거윅이 배우로, 그레타 거윅이 연출하는 마고 로비 주연 영화 <바비>에는 바움백이 공동 각본으로 참여한다. 또 다른 단골 배우 벤 스틸러와 아담 드라이버. <화이트 노이즈>는 바움백과 드라이버의 다섯 번째 영화다.

키워드 ｜ 설정 쇼트, 로저 디킨스

설정 쇼트는 시퀀스 도입부에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제공하는 장면을 찍을 때 쓰이는 쇼트로, 롱 쇼트 혹은 익스트림 롱 쇼트로 공간을 포착하여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대한 극적 분위기를 미리 알려 주는 기능을 한다. 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속 한 장면을 생각하면 로저 디킨스가 찍은 익스트림 롱 쇼트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정답 ｜ 드니 빌뇌브

2021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 <듄>을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 2049>로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과 협업해 전설적인 장면을 여럿 남겼다. 라디오헤드를 사랑한 감독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들 음악을 영화에 많이 썼을뿐더러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를 작품에 출연시켰고 밴드의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했으니. 앤더슨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빌뇌브도 라디오헤드 음악 쓰기를 좋아한다. 빌뇌브는 작품에 가사가 있는 송보다는 스코어를 쓰지만, 아주 드물게 노래를 삽입한 경우 라디오헤드의 곡을 썼다. <그을린 사랑>에서는 'You and Whose Army'와 'Like Spinning Plates', 무려 두 곡을 삽입했고. <프리즈너스>의 마지막 장면은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의 얼굴과 함께 'Codex'가 장식했다.

키워드 ｜ 프레임 번쩍, 트래킹 쇼트, 우울, 푸른빛

전매특허 VFX 트래킹 쇼트. 노랑과 파랑의 대비. 전형적이지 않은 클로징 타이틀. 이 감독의 팬이라면, 이 정도 단서만으로 누군지 추측할 수 있겠다.

정답 ｜ 데이빗 핀처

정보 전달이 용이하도록 오로지 우리가 봐야 하는 대상의 행동, 움직임에 집중한 카메라 워크. 데이빗 핀처의 트레이드마크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싱글 프레임 인서트를 많이 썼는데. 타일러(브래드 피트)가 영화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 네 번 번쩍이듯 등장한다. 1/24초, 단 한 장의 프레임이 비치는 동안만 보이기에 타일러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관객도 있을 것. 그는 종종 위로 올라가는 일반적인 엔딩 크레딧 대신 아래로 내려가는 크레딧(<세븐>)이나 슬라이드 쇼 크레딧(<파이트 클럽> <조디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을 쓴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크레딧을 안 쓴다는 건 아니다. <나를 찾아줘> <맹크> 등의 영화에서 위로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썼다.

키워드 ｜ 대칭, 책, Futura, 오웬 윌슨,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서체만으로 설명되는 감독. 아트버스터(art-bester)의 선구자.

정답 ｜ 웨스 앤더슨

또 다른 하반기 기대작 <프렌치 디스패치>를 연출한 웨스 앤더슨이다. 수직상하로의 직선적인 카메라 워크를 좋아하고 와이드 앵글을 써 배경을 넓게 보여준다. <다즐링 주식회사>를 제외한 모든 영화를 슬로우 모션으로 끝냈다.

키워드 ｜ 롱테이크, 블랙 코미디, 히치콕

마지막으로 소개할 감독이다. 한국 감독이다.

정답 ｜ 봉준호

봉준호다. <살인의 추억> 속 롱테이크와 앙상블 연출을 떠올리면, 위의 트레이드마크들이 쉽게 납득되겠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