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있는 모텔에 장기투숙 중인 젊은 미혼모(또는 이혼녀)와 그녀의 6살 어린 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젊은 엄마는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어린 딸은 같은 모텔과 근처 모텔에 투숙 중인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모텔과 그 주변에 민폐를 끼치면서 매일매일을 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젊은 엄마 핼리가 아동학대를 했을까

영화에서 젊은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는 온몸에 타투를 하고 낮에 특별히 일도 나가지 않으며 거의 매일 집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파자마 차림으로 지냅니다. 핼리는 모텔 방세를 자주 밀려서 호텔 매니저 바비(윌렘 대포)로부터 방세 독촉을 자주 받지만 핼리의 경제활동은 특별히 없어 보입니다. 같은 모텔에 투숙 중인 딸의 친구 스쿠티의 엄마 애슐리(멜라 머더)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과 대조적으로 핼리는 식당에서 일을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핼리는 6살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손을 잡고 길거리나 콘도시설 같은 곳에 무단 침입하여 향수를 팔면서 어린 딸 무니를 이용하여 돈을 구걸하기도 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향수 판매도 잘 되지 않자 결국 핼리는 앱을 이용하여 성매수자를 구해 무니와 살고 있는 모텔 방에서 성매매를 하게 됩니다. 핼리가 성매매를 하는 동안 무니는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서 홀로 목욕을 하는데 핼리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방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죠.

이러한 핼리의 행동은 무니에 대한 아동학대가 될까요. 영화에서는 핼리가 무니와 같은 방에 있으면서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로 아동복지국에서 조사가 나왔고 무니는 핼리로부터 분리되어 다른 가정에 위탁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즉, 영화의 배경인 미국에서는 핼리의 행동이 무니를 제대로 양육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행위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법에 의해서도 핼리의 행위는 아동학대라고 봐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에서 ‘아동학대’에 관하여 ‘보호자가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판례도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서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아동학대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피해아동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서 판단해야 하지만 실제 아동학대라고 인정된 사례를 보면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폭행, 협박, 감금, 상해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입니다. 영화에서 핼리가 6살 딸을 같은 공간에 두고 성매매를 한 행위는 비록 욕실로 분리된 공간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최소한의 조치를 했어도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법에 의할 때 핼리의 행위가 곧바로 무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핼리의 행위가 무니에 대한 직접적인 행위가 아니고 핼리의 행위로 인하여 무니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핼리는 그 와중에도 무니를 방과 분리된 공간인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게 한 후 음악도 크게 틀어서 무니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게 하려고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노력을 유리한 사정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2. 핼리의 친권을 상실시켜야 할까요

영화에서는 아동복지국에서 관련자들이 나와 결국 무니를 데려가는 상황이 되었고 핼리도 자신의 친권자로서의 부적절한 행위(성매매 행위)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고 무니의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우리법에서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상실이 이와 비슷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법에 의할 때도 핼리의 무니에 대한 친권은 상실되어야 할까요.

민법은 가정법원이 친권자가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자녀, 자녀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친권 상실 또는 일시정지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고, 일시 정시를 선고할 때에는 자녀의 상태, 양육상황,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일지 정지 기간을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동복지법에서는 친권상실 사유에 친권남용뿐만 아니라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그 밖에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판례에 의할 때 친권상실선고를 위해서는 ① 친권남용, ② 현저한 비행, ③ 아동학대, ④ 그 밖에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 중 하나의 친권상실 사유가 존재하고, 이로 말미암아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반면에 친권자가 친권을 행사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부적당한 사유가 있지만 위에서 열거한 친권상실 사유에까지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친권의 일부 제한 등의 다른 조치에 의해 자녀의 복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친권 전부를 상실시키는 선고를 해서는 아니 되고, 이러한 경우 친권상실선고의 청구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친권상실선고 대신 친권의 일부 제한 등을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위에서 핼리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친권남용이나 친권자의 현저한 비행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요. 친권남용이란 친권자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방식으로 친권을 행사하거나 의도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친권자의 이익을 위해 자녀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취학거부, 또는 범죄행위를 유도하는 행위, 기본적인 음식이나 의복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핼리는 무니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업어주고 식당에서도 무니한테 마음껏 먹으라고 음식도 사주는 것을 보았을 때 핼리한테 친권남용이나 현저한 비행으로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어 친권을 상실시키는 것이 무니의 복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무니는 핼리와 같이 살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고 핼리도 무니를 직접 양육하려는 의사가 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핼리한테 친권상실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