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올드>가 개봉했다.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이 오후가 되자 하나둘 나이가 확 들어버리는 현상이 벌어지는 기괴한 설정의 작품이다.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23아이덴티티>, <올드> 등을 연출해온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에 관한 사실들을 모았다.
* M. 나이트 샤말란의 본명은 마노즈 넬리야투 샤말란. 인도 마헤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6주 만에 산부인과 의사인 어머니와 신경외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쭉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자라, 알아주는 부촌 중 하나인 로워 메리온의 사립학교를 다녔다.
* 어릴 때 슈퍼8 카메라를 선물 받아 그걸로 직접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는 의약계열에 몸담기를 원했지만, 어머니가 그의 뜻에 힘을 실어줬다. 17살 때 이미 45개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프레잉 위드 앵거> 촬영 당시
* 미들네임 ‘나이트’는 뉴욕대 티시예술대학 시절에 붙인 것이다. 1992년 뉴욕대 재학 시절 직접 제작까지 한 첫 장편영화 <프레잉 위드 앵거>를 연출했다. 제작비 75만 달러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서 빌려 마련했다. 직접 주인공을 연기한 <프레잉 위드 앵거>는 부모님의 고향인 인도 마드라스를 방문한 후 영감을 얻어 구상된 작품으로, 샤말란의 영화들 중 유일하게 인도에서 촬영됐다. 당시 여러 영화제를 통해 공개됐지만, 정식으로 개봉하진 않았다.
* 두 번째 영화 <와이드 어웨이크>는 1995년에 찍었지만 1998년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미라맥스를 통해 배급된 영화는 악명높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입김 때문에 수차례 후반 작업을 거쳤고, 그의 가위질이 영화를 망친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 샤말란에게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었다고.
<와이드 어웨이크>
* <식스 센스>(1999)의 말콤 역에 브루스 윌리스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다이 하드>(1988)는 샤말란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식스 센스> 촬영 현장의 샤말란과 윌리스
*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콜 역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 역할에 제일 잘 어울렸고, 오디션 장에 넥타이를 매고 온 유일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샤말란이 어젯밤에 시나리오를 읽어봤느냐고 물었을 때 세 번, 그것도 자기 파트만이 아닌 시나리오 전체를 세 번이나 읽었다고 대답했다.
* <식스 센스>는 개봉하기 전까지 소위 ‘대박 기대작’이 아니었다. 유명 영화 매체의 ‘올해의 여름 영화 134선’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줄리아 로버츠와 리차드 기어가 다시 만난 <런어웨이 브라이드>와 당시 제임스 본드로 활약하던 피어스 브로스넌의 신작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를 누르고 박스 오피스 1위로 데뷔해 5주 연속 정상을 지키면서, 제작비의 17배에 달하는 6억728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 이어 1999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런어웨이 브라이드>
<식스 센스>
* 많은 이가 의사인 가족에게 존경을 바치는 의미로 의사 역할로 카메오 출연 했다. 데뷔작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샤말란은 <식스 센스>부터 제 영화에 카메오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평소 존경하는 감독으로 손꼽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식스 센스>에선 의사가 많은 가족에게 존경을 바치는 의미로 의사 역할을 맡았다. <애프터 어스>와 <더 비지트>에선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싸인>
<언브레이커블>
* 브루스 윌리스와 <식스 센스>를 촬영하던 중 <언브레이커블>(2000)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언브레이커블>의 두 주연배우 브루스 윌리스와 새뮤얼 L. 잭슨은 이미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1994)를 비롯한 세 영화. 샤말란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저수지의 개들>(1992)을 꼽았고, 타란티노는 <언브레이커블>을 동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추켜세웠다.
* <언브레이커블> 속 브루스 윌리스의 캐릭터 이름은 데이비드 던이다. 평소 코믹북 마니아인 샤말란은 브루스 배너, 피터 파커 등 히어로의 이름이 같은 철자로 시작된다는 관행에 영향 받았다.
* 6개월 동안 집필한 <싸인>(2002) 시나리오를 디즈니에 5백만 달러에 판매하면서 당시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시나리오 작가로 등극했다.
* 포스터에 멜 깁슨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방향을 고집했다. 배우들의 앙상블을 강조하고, <식스 센스>와 전혀 다르다는 것도 어필하려는 목적이었다.
<식스 센스> / <싸인>
* <싸인>이 시작하고 1시간 30분 동안 괴물은 단 11초, 러닝타임 통틀어 1분 30분 모습을 비췄다.
*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질의 생일파티 비디오 신은 샤말란이 직접 가정용 캠코더를 가지고 찍은 것이다. 실제로는 마이애미 촬영됐고, 아이들은 모두 브라질인이었다. 어느 포르투갈인 커플이 부모를 연기했는데, 브라질 사람의 포르투갈어와 포르투갈 사람의 포르투갈어의 억양은 확실히 달라서 결국 그들을 쓰진 않았다.
* 촬영 중 출연진에게 여러 차례 히치콕의 <새>(1963)를 보도록 했다. 돈 시겔 감독의 <외계의 침입자>(1956)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 역시 <싸인>에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새>
* <싸인>은 샤말란 스스로 제일 쉽게 작업했다고 밝힌 작품이다. 저녁식사 신은 불과 3시간 만에 촬영을 마쳤다.
* <식스 센스>에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를 다음 작품 <언브레이커블>의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던 것처럼, <싸인>의 호아킨 피닉스를 떠올리며 그 차기작 <빌리지>(2004)의 주인공 루시우스 헌트 역을 써내려갔다.
<싸인> / <빌리지>
* <빌리지>의 본래 제목은 ‘더 우즈(The Woods)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공포영화 <더 우즈>가 제작 중이라 제목을 바꿨다. 정작 <더 우즈>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06년에야 개봉했다.
<빌리지>
* <해리 포터> 시리즈 3편의 감독 제안을 고사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추천까지 받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은 <언브레이커블>을 작업하기 위해, <싸인>의 성공 이후 다시 제안 받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와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은 <빌리지>와 당시 연출할 예정이었던 <라이프 오브 파이> 때문에 거절했다. 이후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아멜리에>의 장 피에르 주네 등이 감독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와호장룡>과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12년 개봉해 크게 성공했다.
<레이디 인 더 워터>
* <레이디 인 더 워터>(2006)는 본래 샤말란이 아이들에게 침대맡에서 들려주던 이야기였다. 이 동화는 영화 개봉에 맞춰 책으로 발간됐다. 샤말란 특유의 결말 반전이 없는 첫 영화이기도 하다.
동화 <레이디 인 더 워터> 표지
* 로케이션이 한 군데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디 인 더 워터> 제작비가 의외로 높았던 건 영화를 위해 아파트 단지와 수영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 레빗타운의 제이콥슨 로지스틱스 창고 부지에 위치해 촬영 대부분이 제이콥슨의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야 이루어졌다.
*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레이디 인 더 워터> 속 크리처들은 신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샤말란이 직접 만든 것이다.
* 알려지지 않은 배역(캐릭터의 나이나 생김새로만 보면 폴 지아미타의 클리브랜드가 아닐까?)을 두고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과 캐스팅 이야기가 오고갔다. 호프먼 역시 시나리오와 역할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스케줄 문제로 결국 같이 하지 못했다.
<카포티>
* <레이디 인 더 워터> 역시 <식스 센스>부터 협업해온 디즈니(브에나 비스타)와 함께 하기로 했으나 창작 견해차로 결별하고, 워너 브러더스와 손 잡았다.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워너, <더 해프닝>은 20세기 폭스, <라스트 에어벤더>는 파라마운트, <애프터 어스>는 소니 픽처스가 배급을 맡았다. 흔히 샤말란의 커리어가 다시 돌아왔다고 평가 받는 <더 비지트>(2015)부터는 쭉 유니버설과 함께 하고 있다.
<레이디 인 더 워터>가 표지를 장식한 <까이에 뒤 시네마>
* <빌리지>와 <레이디 인 더 워터>는 ‘로튼토마토’에서 각각 신선도 43% 25%를 기록했지만,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잡지는 그해 최고의 영화를 꼽는 리스트에 <빌리지>를 공동 2위에 <레이디 인 더 워터>를 공동 6위에 올렸다.
* 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을 영화화 한 <라스트 에어벤더>는 샤말란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지지 않은 최초의 작품이다. 3개 시즌으로 이뤄진 원작대로 영화 역시 3부작으로 제작될 계획이었으나 흥행 성적이 부진해 1편으로 그쳤다.
* 원안을 제공하고 프로듀서를 맡은 윌 스미스는 <애프터 어스> 연출에 상당 부분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샤말란이 주로 쇼트, 컬러, 카메라의 위치 등 시각적인 요소를 책임졌다면, 윌 스미스는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를 코치 하고 스토리 개발을 관장했다. <애프터 어스>는 개봉 후 연기와 스토리에 특히 비판이 쏠렸다.
<애프터 어스>
* 샤말란이 초창기에 판매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레이버 오브 러브>라는 작품이다. 죽은 아내를 향한 사랑을 증명하고자 전국을 횡단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2014년에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아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샤말란과 윌리스의 세 번째 만남은 결국 <글래스>로 대체됐다.
* 1억 달러가 훌쩍 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감독의 권한이 크게 떨어졌던 두 작품을 마친 후, 무엇보다 창작 통제 권한을 되찾아오는 게 급선무였다. 직접 운영하는 ‘블라인딩 엣지’와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블럼하우스’가 손잡고 샤말란 영화 중 가장 적은 제작비인 5백만 달러로 <더 비지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샤말란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제작비 대비 20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다. 블럼하우스와의 협업은 <23 아이덴티티>까지 이어졌다.
<더 비지트>
* ‘코믹콘’ 행사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난 후 그를 <23 아이덴티티>에 캐스팅 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촬영을 마치고 아직 머리가 짧았던 그의 모습을 보고 케빈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23아이덴티티>
* 엔니오 모리코네의 과거 영화음악들의 판권을 구입해 <23 아이덴티티> 음악으로 쓰려고 했지만, 영화에 붙여보니 아무래도 구식처럼 느껴져 HBO 다큐멘터리 <징크스: 로버트 더스트의 삶과 죽음>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웨스트 딜런 서드슨에게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겼다.
*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마지막 신은 시나리오에도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봉 전 테스트 상영에서도 제외됐다.
* <23 아이덴티티> 포스터는 <언브레이커블>과 같은 세계관에 놓였다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었다. 두 포스터 모두 유리가 깨진 배경 뒤로 인물들의 얼굴이 큼직하게 배치됐다. 마지막 장면에서 데이비드 던이 등장하기 전, 계단을 오르는 케빈을 올려다 볼 때 <언브레이커블>의 메인 테마곡인 ‘Visions’가 사용됐다.
* <23 아이덴티티>의 케빈은 이미 <언브레이커블> 당시에도 등장했던 캐릭터다. 데이비드 던이 경기장에서 마약상을 마주치기 바로 직전에 아이와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가 휙 지나가는데, 그게 바로 케빈과 그의 어머니다. 3부작을 마무리하는 <글래스>에선 케빈의 아버지가 <언브레이커블> 오프닝 속 기차 사고에서 죽었다는 게 밝혀진다.
* 애플TV 드라마 <서번트>(2019~)의 총괄 프로듀서와 3개 에피소드의 감독을 맡았다. 직접 연출한 첫 시즌 첫 에피소드에선 카메오 출연까지 했다. 작중의 배경은 무명 도시로 계획됐는데, 샤말란이 합류하면서 그가 성장하고 그의 거진 모든 영화의 배경이었던 필라델피아로 지정됐다.
* 후지모토 탁, 에두아르도 세라, 로저 디킨스, 크리스토퍼 도일, 앤드류 레스니, 피터 서치키, 마이크 기오울라키스 등 명 촬영감독들과 호흡을 맞췄다. 특히 후지모토 탁(<식스 센스>, <싸인>, <해프닝>)과 마이크 기오울라키스(<23아이덴티티>, <글래스> <올드>)와는 각각 세 작품씩 함께 했다.
마이크 기오울라키스, M 나이트 샤말란, 줄리아 뒤쿠르노
* 한편 도미니카 공화국의 해변에서 찍은 최신작 <올드>는 데뷔작 <프레잉 위드 앵거> 이후 처음으로 영화 전체가 필라델피아 지역 바깥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두 주인공 카파(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프리스카(비키 크리엡스)는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올드>
* 현재 R&B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M. 나이트 샤말란의 딸 살레카 샤말란이 <올드>의 주제가 ’Remain’을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살레카는 <싸인> 속 외계인 책을 직접 꾸몄던 바 있다.
* 촬영 전 배우/제작진에게 <올드>의 스타일과 톤을 전하기 위해 니콜라스 뢰그 감독의 <워커바웃>(1971)과 피터 위어 감독의 <행잉록에서의 소풍>(1975)을 보여줬다. 샤말란에게 이 두 작품은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몸부림치는 인류에 관한” 영화였다.
<워커바웃>
<행잉록에서의 소풍>
* <올드>는 <라스트 에어벤더>에 이어 기존의 작품을 영화화 한 두 번째 영화다. 2010년 발표된 그래픽 노블 <샌드캐슬>이 원작. “부모님이 점점 나이 들어가는 걸 보면서 생긴 죽음과 노화에 대한 불안을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고. 한편 <라스트 에어벤더> 이후 20년 만에 35mm 필름으로 촬영했다.
*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고자 배우를 비롯한 촬영장의 모든 스텝들이 매일 검사를 받았다. 덕분에 몇 달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아픈 사람 하나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