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021년 세 번째 영화 <이터널스>가 드디어 11월 4일로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블 세계관에서야 초인이나 히어로는 물론이고 신급 능력과 신체를 가진 캐릭터도 무수히 등장했다지만, 이터널스라는 이름의 이 새로운 종족들은 지금까지의 구도를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기존의 어벤져스 원년멤버들의 상당수가 작별을 고한 이 시점, <이터널스>는 여러모로 새로운 발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캐스팅 공개 시점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다른 의미의 MCU(여기서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작을 했던 배우인 마동석이 전격 발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터널스의 멤버 중 하나인 길가메시 역을 맡아 젬마 찬, 안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등 걸출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는 소식에 국내 관객들은 큰 관심을 보였던 바 있다.
물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제적 전염병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봉이 기약 없이 미루어지기도 했지만, 드디어 1년 만인 다음 달 4일 개봉일을 확정하고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종족과 그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지만 등장 예정인 이터널스들은 한 명도 아니고 10여 명에 달한다.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들에 관한 원작 코믹스를 중심으로 공개된 정보들을 소개해 본다.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더 특별한 '인간', 원작의 이터널스들
이터널스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76년 마블 코믹스 이슈 '이터널스'를 통해서였다. 단 이들 종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 코믹스가 출간된 것이 1976년이었고 실질적인 첫 등장은 무려 1940년이었다. 마블 세계관 내에서도 꽤나 유서 깊은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이터널스는 히어로 집단이라기보다는 종족 그 자체를 이르는 말인데, 평범한 사고나 힘으로는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며 외모도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코믹스 원작에서 이터널스들은 셀레스티얼이라는 외계 종족에 의해 100만 년 전에 태어났다. 셀레스티얼들은 지구에 원래 살고 있던 인류의 DNA에 손을 대 평범한 인류, 데비안츠, 그리고 이터널스를 탄생시켰으니 궁극적으로는 셀레스티얼이 마블 유니버스에서 인류의 창조주인 셈이다. 셀레스티얼들은 창조 이후 세 종족에게 간섭하지 않았으나 데비안츠들이 이터널스를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고 결국 셀레스티얼들이 돌아와 데비안츠를 쓸어버리고 다시 떠났다. 이후 이터널스들은 인간들이 자연을 이겨내고 문명을 꽃피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식을 전수했으며 인간들은 이터널스들을 신격화했다.
이터널스들의 수장인 주라스(제우스), 세르시(키르케), 길가메시(헤라클레스), 테나(아테나), 마카리(머큐리 혹은 오시리스), 에이잭(테쿠모친) 등 작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터널들이 신화 속에 이름을 남겼으며 신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이들의 힘은 신체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 있는 코스믹 에너지에서 오는데 이 때문에 온몸이 분자 단위로 흩어지더라도 죽지 않고 재생할 수 있다. 거기에 이 코스믹 에너지를 이용해 수많은 초능력을 쓸 수 있으며 각 이터널마다 특화된 능력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 속에서 언급될지는 모를 일이나, 이터널스를 만들어낸 셀레스티얼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서 '스타로드' 피터 퀼의 아버지인 에고였다. 에고의 경우에는 인간을 돕기는커녕(...) 자기 아이를 낳아 준 메레디스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짓을 하는 등 했지만 피터가 왜 분노하는지를 모른다는 점에서는 어쨌건 인간의 상식 수준을 초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추가로... 타노스도 이터널스 중 한 명이다. 물론 지구가 아닌 타이탄의 이터널로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들과는 대충... 조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이터널스는 이제까지 전면적으로 등장한 적이 없었을 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 왔던 셈.
인류 문명의 발전, 외계인의 도움을 받았다면?
지난해 국내 정식 발간된 이터널스 코믹스인 닐 게이먼과 존 로미타 주니어의 「이터널스」는 영화 속 내용과는 상당수 차이가 있으나 원작 코믹스 속 마블 유니버스에서 이터널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작중의 이터널스들은 이카리스를 제외하고는 스스로가 이터널이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마카리는 마크 커리라는 이름으로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의사가 되어 있는데, 박사 과정을 거치며 삶에 찌들어 그저 자고 싶다를 외치는 인물이었다. 여자친구에게는 차이고 같이 키우던 고양이마저 여자친구가 데려가는 등 그저 사는 데 지쳐 있지만, 모종의 사건을 거치며 이터널로서의 자신을 되찾고 동료들과 만나게 된다. 이카리스가 마카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말을 하는데 마카리는 그 모든 말을 믿지 못한 채 ‘스파이더맨이 「신들의 전차」를 읽고 초능력을 얻었다’는 소리를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신들의 전차」는 고대의 신화 속 인물들이 사실은 외계인이라고 믿으며 나스카 유적이 외계인의 활주로였다는 내용을 담은, 에리히 폰 대니켄의 1968년 저서다. 이를테면 <이터널스>는 이런 발상을 상상력으로 치환한 마블식 해석일 수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점을 제공한 이들이 절대적인 존재였고 이들이 당시의 인간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우주로부터 온 외계인이었다면, 그 모든 공상 같은 주장이 사실이었다면?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 셈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코믹스 속에서는 이터널스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다시 모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이터널스들이 모여야만 발동시킬 수 있는 유니마인드와 갤럭투스, 감시자 등 다양한 우주적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더불어 셀레스티얼의 존재가 이터널스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엿볼 수 있다.
예고편과 간략한 시놉시스, 유출된 정보로 볼 때 이런 원작의 설정들과는 달리 영화 속 이터널스들은 셀레스티얼들이 지구에 도착해 인류의 DNA에 간섭함으로써 태어난 것이 아니라, 7천 년 전 셀레스티얼의 명에 따라 데비안츠의 침략으로부터 인류를 돕기 위해 지구에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셀레스티얼의 뜻에 따라 작중 시점까지는 인류의 어떤 문제에도 간섭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평가를 받은 길가메시가 ‘잊혀진 자’로 불리는 등 인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기조를 세워 왔다.
하지만 어벤져스들이 핑거스냅으로 인해 사라진 생명체들을 ‘엔드 게임’으로 되돌려 놓자 우주의 에너지가 균형을 잃게 되었다. 이 때문에 데비안츠들이 다시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이터널스들이 7천 년 전 받았던 임무는 다시금 그들에게 돌아오게 됐다. 이제 이터널스들은 인간의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야만 한다. 7천 년간 조용히 인간들 틈에 숨어 있었던 이터널들은 다시금 한자리에 모였고, 이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볼 차례다.
<이터널스>의 주역들, 새롭게 등장할 캐릭터들
작중에 등장할 이터널들로 공개된 인물들은 총 12명인데 카렌을 제외한 11명은 캐스팅 명단이 공개되어 있다. 원작과 다른 재해석이 들어간 캐릭터도 있고 영화 속에서 다시금 새롭게 그려질 부분도 있을 터. 주요 캐릭터 위주로 간략히 정리해 봤다.
1) '테나' /안젤리나 졸리
아테나로 추대되었던 인물로, 7천년 전 인류에게 청동검을 전해준 캐릭터다. 예고편에서는 코스믹 에너지를 이용해 활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터널스의 수장인 주라스의 딸로 알려져 있으며 원작에서는 결혼해서 쌍둥이 자식이 있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하는 첫 번째 MCU 캐릭터다.
2) '이카리스' /리처드 매든
이터널스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급 비행 능력과 뛰어난 전투력의 소유자다. 눈에서 에너지 빔을 내뿜을 수 있으며 얼핏 DC의 슈퍼맨과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원작에서는 셀레스티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던 캐릭터다. <왕좌의 게임>의 롭 스타크로 이름을 알린 배우 리처드 매든이 배역을 맡았다.
3) '길가메시' / 마동석(Don Lee)
물리적인 힘으로 따지면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고 한다. 고대 문명 시기부터 인간을 위해 괴물들을 쓰러뜨리고 폭군을 무릎 꿇리는 등 인간을 도와주었으므로 영웅으로 추대되어 헤라클레스, 삼손, 베오울프 등의 별칭을 갖고 있다. 이터널스의 수장인 주라스가 인간에게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이유로 그를 감금했으나 이후 풀려났다. 한국인 배우(정확히는 미국 국적이지만)로서는 수현에 이어 두 번째로 MCU에 등장할 예정이다.
4) '에이잭' /셀마 헤이엑
작중 이터널스의 현재 지도자인 에이잭은 셀마 헤이엑이 맡았다. 예고편에서 에이잭은 '우리는 인류를 지켜보고 안내하며 진보하도록 도왔다'며 '한 번도 인류에게 간섭한 적 없다'는 말을 했다. 원작의 에이잭은 남성 캐릭터였으나 셀마 헤이엑이 맡아 연기했다. 이터널스 중 유일하게 그들의 창조자인 셀레스티얼과 대화할 수 있는 존재다.
5) '세르시' /젬마 찬
인간들에게는 키르케로 불리기도 했던 세르시는 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코믹스에서는 고양이를 용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세포를 변형시켜 치유하거나 반대로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젬마 찬은 <캡틴 마블>에서 미네-르바 역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이터널스의 주역인 세르시로 등장 예정.
6) '마카리' /로렌 리들로프
닐 게이먼의 「이터널스」에서 마카리는 이터널로서의 기억을 잃은 채 의학박사 과정 중인 마크 커리라는 인물로 등장했던 바 있으나,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로 등장 예정이다. 마카리는 청력을 잃은 이터널스이며 배우 로렌 리들로프 역시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촬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안젤리나 졸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체내 세포의 코스믹 에너지를 이용한 최강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캐릭터.
7) ‘파스토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원작의 파스토스는 헤파이스토스로 알려져 있으며 불과 대장장이의 신인만큼 인류에게 유용한 물건을 제작하고 주조하는 방법을 전해준 이터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과거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코믹스에서 파스토스는 독일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는데 철강 제조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독일의 이미지 때문인 듯.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터널이며 도구를 설계하고 사용하는 데에 특출난 재능을 보인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MCU 최초의 게이 캐릭터다.
8) ‘스프라이트’ /리아 맥휴
스프라이트는 이터널들 중 유일하게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10대 초반의 어린아이 외형으로 7천 년을 살아왔으며 시각효과를 조정하여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코믹스에서는 이터널들 중 자신만 어린아이 모습인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다른 이터널들을 속이기도 했다. 2007년생으로 올해 14세인 배우 리아 맥휴가 스프라이트 역을 맡아 연기한다.
9) ‘킨고’ /쿠마일 난지아니
코믹스 원작에서 킨고는 초창기 이터널스들의 후손으로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사무라이였고, 이후에 미국에서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사무라이라는 원래의 설정 대신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배우라는 새로운 설정을 도입했다. 발리우드 영화계의 대스타인 킨고는 손끝에서 에너지를 응축시켜 발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파키스탄 출신의 배우 겸 코미디언인 쿠마일 난지아니가 킨고 역을 맡아 연기한다.
10) '드루이그' /배리 키오건
드루이그는 이터널스의 반골이었다. 인류에게 친화적으로 교류해 왔던 이터널스의 방식에 반발해 오래전부터 다른 이터널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왔으며, 정신 조종 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예고편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능력은 불명이지만, 코믹스에서는 독재자로서의 능력을 과시한 바 있으며 <덩케르크>와 <체르노빌>에 출연한 바 있는 아일랜드 배우 배리 키오건이 연기한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종족,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해
여러모로 MCU의 페이즈 4가 갖는 의미는 크다. 그중에서도 <이터널스>는 더더욱 그렇다. '인피니티 사가'로 통칭되는 MCU의 지난 3개 페이즈 속에서 <토르> 시리즈로 데미 갓과 엘더 갓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를 소개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무대를 우주로 넓혔듯 <이터널스>는 지구에 있었음에도 이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새로운 종족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MCU의 무대를 더욱 확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존의 어벤져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이터널들이기에 더 강한 적이 도래할 앞으로의 MCU에서 유효한 역할을 해 주게 될 것이다. 원작에서 이터널스들은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현장에 도착한 아이언맨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보호, 보존, 복원'을 약속했다. 원작의 이터널스들은 셀레스티얼의 뜻에 따라 행동했으나 때로는 인류를 위해 셀레스티얼에 맞서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의 정의는 어벤져스의 정의와는 궤가 다를지도 모른다.
블랙 위도우와의 작별 인사였던 <블랙 위도우>, 그리고 새로운 동양계 히어로인 샹치의 등장을 알린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즈>에 이어 2021년에 공개되는 세 번째 MCU 영화가 될 <이터널스>의 흐름을 보면 딱 그런 셈이다. 지난 세대에 대해 그에 걸맞은 고별을 하고, 새로운 히어로들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기존의 세계관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익숙한 히어로들이 등장해 그들의 오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나,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무대 위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이나 매력적일 것이다. 아이언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I'm Iron Man'이라는 명대사를 날렸을 때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궤도에 오른 지 오래인 MCU의 경험과 토대 위에서 이터널들이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할지는 꽤나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