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다고 들었어요.
네. 1학년 1학기 재학 중이었어요.
학업과 촬영을 병행했을 텐데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 결과물을 마주하는 기분이 어때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네... 저는 정말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는데. (웃음) 일단 과거의 제 연기잖아요. 지금은 알고 있는 단점들이 더 보인단 말이에요. 예를 들면 '대사가 좀 안 들리는 것 같은데', '톤을 왜 저렇게, 말을 왜 저렇게 했을까' '지금이라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사람처럼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항상 영화 개봉할 때마다 아쉽긴 한데 특히 더 아쉬운 것 같아요. 더 깊게 생각을 하고 연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좀 가볍지 않았나 싶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무 살 되고 처음 했던 작품이었고, 처음으로 했던 장르기도 하고, 또 처음으로 굉장히 길게 롤을 가져갔던 영화이기도 하니까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 전공을 하는 것이 당시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요. 이미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실전 감각을 익힌 상태에서 따로 연기 공부에 목말랐던 이유가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어서요. 사실 연기도 그냥 경험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정말 천부적인 재능인 것 같고. 그때 연기 공부를 큰 목표라고 얘기한 건 아마 연기 공부라기보다 그 당시의 저에게 가장 첫 번째 목표는 대학을 가는 것, 가서 연기 전공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대학을 가는 것 자체도 경험이니까요. 가서 내가 해보지 못한 걸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고 싶었고, 실제로 갔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어요. 교수님께 배우는 것도 새롭고. 말씀하신 것처럼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아 이런 부분은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알겠다' 하고. 또 제 나이 또래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주어지는 장소잖아요. 저는 가서 '내가 여기 있는 게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보다도 잘하는,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이 사람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너무 배울 점이 많구나', '아직 많이 모자라는구나' 성찰을 많이 할 수 있는 장소기도 했고. 앞으로 또 더 가고 싶어요. 동기들 굉장히 많이 사랑하고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감사해요.
<살아남은 아이> 기현 역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님과 만나 표현해야 할 감정선을 선으로 그려보았다고 들었어요. <장르만 로맨스>의 성경을 선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시나리오상 기현 역할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서 굴곡이 있고, 점점 올라가는 그런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 이게 어느 지점에서 고점을 찍는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물었을 때 감독님이 '선으로 표현하자면-' 하면서 얘기를 해 주셨던 거거든요.
이번에 성경 같은 경우에는 스펙트럼으로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지그재그. 슈슈슈슉. (손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언제 높아졌다가 언제 낮아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캐릭터. 영화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친구는 아니잖아요. 정원을 만났을 때 정말 높아졌다가 만나지 않을 땐 낮아졌다가. 부모님 봤을 때는 진짜 심하게 요동치고. (웃음) 뭐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