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작품의 포문을 여는 앳된 얼굴들이 있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탁월한 연기로 단숨에 시청자를 붙들며 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그 가운데, 천진한 낯으로 다양한 캐릭터의 속 깊은 과거를 압축해 낸 성유빈의 존재감은 단연 독보적이다. <완득이>의 유아인부터 <파파로티>의 이제훈,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과 <신과 함께>의 차태현까지. 그가 바통을 넘긴 배우만 해도 여럿이다. 훗날 본인의 아역을 마주하는 날이 오면, '잘해주고 싶은데 요즘 애들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어렵더라'고 말하는, 어느새 '요즘 애들'의 범주를 벗어나 훌쩍 커 버린 스물둘 성유빈을 만났다.

재혼한 아빠(류승룡)는 기러기 신세가 됐고, 엄마(오나라)는 아빠 친구(김희원)와 비밀 연애 중이란다. 성격 독특한 이웃집 누나(이유영)와는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장르만 로맨스>의 사춘기 고등학생 '성경'(성유빈)의 이야기다.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탁월하게 체화하는 그의 재주가 또 한 번 발휘될 캐릭터다. 장르만 코미디일 뿐이다.

밝은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그에게 <장르만 로맨스>는 첫 코미디 영화이자 큰 도전이다. 의미 있는 처음을 안긴 만큼, 유독 특별하고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라며 소회를 밝히는 얼굴이 퍽 진중했다. 맡은 역할을 어떻게 꿰입을지 끊임없이 연구하는 집요함은 그가 담아낸 스크린 너머의 생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다.


<장르만 로맨스>가 처음 받아본 코미디 영화 대본이라고 들었어요. 새로운 도전이었을 텐데 작품 들어가기 전에 연구했다거나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직전에 <극한직업>을 또 봤었어요. 저는 코미디 영화에서의 연기 자체는 호흡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재미있게 하려고 의도하기보다 미묘한 호흡의 차이가 웃음을 유발하니까. 그걸 굉장히 잘하시는 분이 조정석 선배님, 이번에 같이 촬영한 류승룡 선배님인 것 같아요.

<극한직업> 보면서 내가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이렇게 현장에서 집중해서 해내면 상황 자체가 재미있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캐릭터 자체는 여태까지 해오던 것과는 180도 달랐기 때문에 평소에 나도 갖고 있는 부분을 좀 더 끌어내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극 중 성경은 독특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갓 실연을 겪은 질풍노도의 청소년이잖아요. 코믹하게 그려진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성경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성경을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 인물의 전사, 성장 배경,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두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품에서 가볍게 풀어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 친구한테는 큰일이었을 수도 있잖아요. 아버지가 기러기 아빠가 됐는데 아버지의 현재 아내는 내 어머니가 아니고. (웃음) 뭐 그런 것들? 그래서 캐릭터를 처음 생각했을 때 마냥 밝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조금은 어둡다? 또 너무 어두우면 안 될 것 같아서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구했죠.

그래서 정원(이유영) 쪽에 좀 더 신경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경이 정원이랑 있을 때'만' 변하니까요. 집 안에서는 또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빠지지 않는 부모님과의 싸움도 일어나고. 그런 환경에 집중을 했고 촬영하면서 점점 감을 잡았던 것 같아요.

<장르만 로맨스> 제작기 영상

‘오늘부터 1일’을 열창하는 노래방 신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이유영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원래 알고 지냈던 누나 같은 느낌. 그래서 되게 재미있었어요. '오늘부터 1일' 부르는 장면 이전에, 정원이 먼저 따라와서 코인 노래방에 가서 혼자 춤추잖아요. '진진자라' 부르고. 그날이 촬영을 밤샌 날이었어요. 밤새고 마지막 신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텐션이 나오는 분. 엄청 부끄러워하시면서도 할 때는 또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촬영 같이하고 호흡 맞출 배우분이 그렇게 해 주시면 항상 불편함이 없고 되게 편해요. 그러면서 저한테 항상 물어보셨어요. 자기 어땠던 것 같냐고. 제가 먼저 꺼내려고 했던 말인데. '재밌다!'라는 단어 하나로도 그냥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 레퍼런스로 직접 보여주셨다는 춤의 정체는 뭔가요?

이게... 감독님이 구체적으로 보여주셨다기보다 '왜 그런 거 있잖아~' 하시면서 '어깨 이렇게 이렇게' (어깨춤을 추며) 그래서 저는 그냥 감독님이 시늉하신 그대로 (웃음) 하다 보니까...

느낌 가는 대로 추셨다고 보면 되는 거네요?

그렇죠. 그 당시에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어요. 제가 감독님께 '춤을 어떤 느낌으로 추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고 여쭤보면 감독님은 '귀여웠으면 좋겠다', '좀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시니까. '이거 그냥 막춤이지 뭐' 이렇게 생각하면서 췄는데 감독님이 보여주신 건 넣어서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툭 던져주셨던 그게.

조은지 감독님은 연기자이시기도 하니까 디렉팅을 주실 때 다른 감독분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좀 더 이해를 섞어서 말을 많이 해주시고요. 이해하기 쉽게요? '너를 이해한다' 이런 느낌이요. 예를 들면 제가 뭔가 힘들어하는 것 같을 때 ‘뭔지 아는데 그래도 한 번만 해봐’ 이렇게 말씀을 해 주세요. 어쨌든 되는 걸 알고 계시니까. 어떻게 보면 현장에서 감독님이자 선생님이셨던 거죠.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위안을 많이 받았어요. 저한테 무한 신뢰를 주셔서 제가 무엇을 하든 감독님은 좋다고 해주시니까.

또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아니다', '싫다’ 이게 아니라 그런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배우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해주셨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멘탈적인 부분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배우, 오나라 배우와는 가족으로 함께했는데 호흡이 어땠나요?

류승룡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이제 둘이서 붙는 장면이 있으면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세요. 사실 애드리브라는 걸 갑자기 하면 당황스러울 수 있잖아요. 사전에 리허설하면서 다 맞춰 보고 그 안에서 더 재미있는 걸 만들어 내시니까 저도 오히려 저런 애드리브를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은근히 조금씩 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으세요. 선배로서, 동료 배우로서 해주실 수 있는 이야기나 조언 같은 것들도 굉장히 많이 해주셨고요.

오나라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저한테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항상 좋은 에너지를 주셨어요. 평소 성격 자체도 너무 좋으시니까 연기할 때도 그런 점이 좀 더 묻어나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실까 싶은 게 물 마시다가 엄마가 귀신처럼 앉아있어서 놀라는 장면 있잖아요. 그럴 때 앉아있는 포즈 하나도 여러 가지를 계속 바꿔 보면서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어떻게 나오는지 항상 모니터링 꾸준히 하시고. 저는 이번 현장 가서 모니터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오나라 선배님 보면서. 그런 점들이 좋았어요. 본받을 점이 많았죠.

연기했던 배역 중에서 가장 하이톤 아닌가요?

그런 것 같아요.

<살아남은 아이>의 기현처럼 소리 없이 감정을 축적하기 보다는 터뜨리는 데 중점을 둔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리 지르는 장면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거지 같은 집구석!’ 하는데...

하하하 (웃음) 그 대사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나중에 나갈 때 막 ‘그지가튼!’ 이러면서 나가거든요. 그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그냥 '아 미친 척하고 해야지' 했고. 부담을 가지는 성격은 아닌데 선배님들 다 계신 날이어서 약간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을 것 같은데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사실 에너지는 원래 좀 많아요. 밝은 에너지가 아니라서 그렇지. '미친 텐션'이라는 걸 좀 갖고있는 타입이에요. 아닌 것 같지만. '얘 왜 이렇게 텐션이 높냐' 라고 친구들은 많이 얘기하죠. '진짜 피곤한 것 같았는데 참 잘 논다' 하고.

<장르만 로맨스>

촬영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다고 들었어요.

네. 1학년 1학기 재학 중이었어요.

학업과 촬영을 병행했을 텐데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 결과물을 마주하는 기분이 어때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네... 저는 정말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는데. (웃음) 일단 과거의 제 연기잖아요. 지금은 알고 있는 단점들이 더 보인단 말이에요. 예를 들면 '대사가 좀 안 들리는 것 같은데', '톤을 왜 저렇게, 말을 왜 저렇게 했을까' '지금이라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사람처럼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항상 영화 개봉할 때마다 아쉽긴 한데 특히 더 아쉬운 것 같아요. 더 깊게 생각을 하고 연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좀 가볍지 않았나 싶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무 살 되고 처음 했던 작품이었고, 처음으로 했던 장르기도 하고, 또 처음으로 굉장히 길게 롤을 가져갔던 영화이기도 하니까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 전공을 하는 것이 당시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요. 이미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실전 감각을 익힌 상태에서 따로 연기 공부에 목말랐던 이유가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어서요. 사실 연기도 그냥 경험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정말 천부적인 재능인 것 같고. 그때 연기 공부를 큰 목표라고 얘기한 건 아마 연기 공부라기보다 그 당시의 저에게 가장 첫 번째 목표는 대학을 가는 것, 가서 연기 전공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대학을 가는 것 자체도 경험이니까요. 가서 내가 해보지 못한 걸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고 싶었고, 실제로 갔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어요. 교수님께 배우는 것도 새롭고. 말씀하신 것처럼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아 이런 부분은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알겠다' 하고. 또 제 나이 또래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주어지는 장소잖아요. 저는 가서 '내가 여기 있는 게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보다도 잘하는,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이 사람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너무 배울 점이 많구나', '아직 많이 모자라는구나' 성찰을 많이 할 수 있는 장소기도 했고. 앞으로 또 더 가고 싶어요. 동기들 굉장히 많이 사랑하고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감사해요.

<살아남은 아이> 기현 역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님과 만나 표현해야 할 감정선을 선으로 그려보았다고 들었어요. <장르만 로맨스>의 성경을 선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시나리오상 기현 역할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서 굴곡이 있고, 점점 올라가는 그런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 이게 어느 지점에서 고점을 찍는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물었을 때 감독님이 '선으로 표현하자면-' 하면서 얘기를 해 주셨던 거거든요.

이번에 성경 같은 경우에는 스펙트럼으로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지그재그. 슈슈슈슉. (손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언제 높아졌다가 언제 낮아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캐릭터. 영화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친구는 아니잖아요. 정원을 만났을 때 정말 높아졌다가 만나지 않을 땐 낮아졌다가. 부모님 봤을 때는 진짜 심하게 요동치고. (웃음) 뭐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대호>, <살아남은 아이>

지난 작품을 종종 다시 보기도 하는지 궁금해요.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작품을 꺼내 볼 때마다 앨범을 펼쳐보는 기분일 것 같아서요.

사진만 봐요. 그 당시 사진만. 만약에 TV에서 재방송을 한다 그러면 이제... 안 봐요. 어렸을 때 찍었던 작품은 흑역사처럼 남은 게 좀 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밥 먹고 노는 자리에서 마침 한다! 그럴 때 흑역사가 공개되는 그런...(웃음) 적이 쪼끔! 있는데. 아이 뭐 부끄럽다기보다는... 찾아보기가 좀 힘들어요. 본다고 제가 느끼는 게 많지는 않고요. 스스로 제 작품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영화는 <살아남은 아이>랑 <대호>. 딱 두 작품인 것 같아요. <윤희에게>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정말 좋은 영화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영환데, 연기적으로는 그 영화에서 제가 보여준 게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많이 느껴요. 물론 좋게 봐주시는 분도 계시니까 감사하지만 스스로는 그걸 보고서 다시 뭔갈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양은 안 되기 때문에 <대호>나 <살아남은 아이> 같은 걸 보면서 반성을 하죠. <대호> 볼 때는 초심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연기를 어떻게 했든 간에 일단 보면서, '야... 저때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했었지' 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것 같아요.

연기에 있어서는 좀 그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쩔 수 없이 더 좋은 분들, 더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면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가 이전에 이만큼 했으면 당연히 그것보단 더 잘해야 하는 것 같고. 이게 어떻게 보면 부담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부담보다는 욕심이죠. 욕심.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배우 아역, <파파로티> 이제훈 배우 아역, <신과 함께> 차태현 배우 아역까지 사연 많은 캐릭터를 자주 연기한 편인데요. '방구석 1열' 방송 당시 변영주 감독님 말을 빌리자면, '주인공이 지닌 과거의 트라우마 담당'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으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은 예전에 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짧은 롤이었고 정말 잠깐이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막 후유증이 있거나 영향을 받진 않았어요. 그런데 경험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독립영화는 맡은 역할로서 진득하게 더 깊이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살아남은 아이> 같은 경우가 독립영화기도 했고, <윤희에게>도 독립영화 쪽에 더 가깝고. <살아남은 아이> 할 때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 학교에서 계속 혼자 기현이처럼 행동하려고 했던 부분들이 있어요. 촬영이 끝나고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 당시 <아이 캔 스피크>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이 거의 겹쳐서 그런 걸 느낄 틈이 많이 없긴 했어요. <윤희에게> 같은 경우에는 촬영 끝나고 더~ 감성적인 사람이 됐다? 라면 뭐 그럴 수 있겠네요. (웃음)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있어요. <윤희에게>... 오 어떻게요? 사진을 좋아한다는 거? 그걸 계기로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됐어요. 요즘에도 많이 찍으시나요? 네 항상. SNS에 가끔 올리고. 필름 사진 좋아해요.

성유빈 인스타그램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직접 만든 곡도 있다면서요?

요즘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혼자서만 했었는데 인터넷 강의 같은 것도 신청해서 듣고. 이걸로 먹고살 게 아니더라도 그냥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데까지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연기와 다른 음악의 매력이 뭘까요?

사실 아까 <장르만 로맨스>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어떤 장면에서 음악이 안 나오다가 음악이 나오는 순간 사람들이 웃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음악의 힘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되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음악 그 자체도 좋은 일이고.

SNS나 기타 플랫폼을 통해 작업물을 공개할 생각이 있나요?

언젠가는 하지 않을까요? 제가 누군가와 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한다면... 근데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따로 분리하고 싶기도 하고요.

영화 음악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많죠.

음악이 인상 깊었던 영화가 있다면요?

음악이 주는 힘이 강한 영화... 장면으로는 추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윤희에게> 첫 장면. 그 기차 타고 가면서 나오는 피아노 선율 정말 좋아해요. 배경을 알고 들었을 때 더 좋은 음악이라고 한다면... 저는 <스타이즈본>! <스타이즈본> ost들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작곡과 작사, 그런 것들을 등장인물이 전부 다 했다는 스토리를 알고 들었을 때 더 좋은 음악 영화인 것 같고. 옛날 영화 같은 경우에는 너무 유명한게 많죠. <시네마 천국>도 있고. 저는 <패왕별희>가 특히 좋았어요. 그건 이제 사운드트랙이 주는 올드함에서 나오는 레트로한 감성이 저랑 잘 맞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긴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두근거리게 만들더라고요. 연출과 연기와 음악, 삼박자가 다 맞았던 작품인 것 같아요.

옛날 영화를 보는 것도 즐긴다고 들었어요. 옛 영화가 주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 시대에서만 오는 감성인 것 같아요. 요즘은 많이 사라진 그 시대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지금은 프랑스 예술 영화가 많이 나오진 않지만, 나오더라도 사실 예전만큼 한국에 많이 걸리지는 않잖아요. 물론 보고 나서 '도대체 이게 뭐야..?' '뭘 얘기하려고 하는 거지?' 싶기도 하고 나를 비평가로 만드는 영화(웃음)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거 다 표현하는 그런 영화. 지금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화면 비율에서 오는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과는 다른, 더 작은 비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면 중간에 4:3 비율로 진행되는 장면이 있어요. 최근에 봤던 <젠틀맨>이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연출을 쓰더라고요. 보면서 화면비가 주는 힘이 굉장히 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보면 연출에 관심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비트윈>, <마녀 2>

KBS 드라마 스페셜 <비트윈>이 11월 26일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치정 멜로의 주연을 맡기는 또 처음이네요. 게다가 1인 2역을 연기하게 됐는데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치정...이란 단어가 상당히 마음에 걸리네요. (웃음) 맞죠. 뭐, 치정 멜로. 저는 그런 게 처음이라 사실 잘 할 수 있을까, 너무 안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1인 2역은 이 두 캐릭터가 달라 보여야 하는 게 관건이고, 제가 일단 연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기 잘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드라마가 끝났어요. 촬영이 끝나버린 거예요. 저도 아직 못 봐서... 아 이게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데. 괘..괜찮겠죠... 하하 (웃음) 재미있게 했어요. 괜찮을 거라고 믿고 있고. 감독님을 믿고 있고. 감독님이 항상 연락을 하세요. 편집할 때마다. 연락을 자주 주시는 편이라 조금씩 보기는 했었는데. 내용 자체는 되게 재미있어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성인처럼 보일 수 있는가'인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계속 해결해야 할 과제고요. 물론 아직 많이 어리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연기하면서 맡은 역할의 옷을 입는 건 중요하니까. 성인의 모습을 입는 거니까요. 치정 멜로. 장르만 들어도 얼마나... 얼마나 성인물이에요. (웃음) 그렇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치정 멜로라고 하는구나 이거를. 하... (지인들에게) 연락 오는데 막 ‘치정 멜로?’, ‘예고편 보니까 뭔가 격렬한 게 있던데’ 그래서 ‘난 못 볼 것 같아...’ 하고. (웃음)

<마녀 2>의 개봉이 멀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살짝 귀띔해 줄 수 있을까요.

어떤 역할로 나온다고 해야 하나... 마녀의 부모? 구자윤이라는 캐릭터의 부모님 같은 역할이에요.

어린 나이에 무언가의 전문가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아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일찍이 거머쥔 셈인데 또 새롭게 획득하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요?

'아역 전문 배우'가 아니라면 뭐든 다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아역을 자주 하다 보니까 이미 존재하는 다 큰 성인의 연기를 받아서 연기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성인 배우랑 톤이 맞아야 캐스팅이 되는 것도 있고요. 누군가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무언가에 대한 전문 배우라고 불릴 수 있다면... 관객이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전문 배우라면 제일 베스트이지 않을까요? 몰입하게 된다는 건 중의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연기가 좋아서 몰입이 된다거나, 정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몰입이 된다든지. 몰입 전문 배우! ‘아 얘만 보면 몰입돼~’ ‘나 과몰입 중이잖아’ 이러면서. (웃음) 과몰입 유발 배우? 과몰입 유발 배우. 그러면 좋겠네요.

성유빈의 아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때가 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무슨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요?

이..이상할 것 같아요. 그런데 되게 잘해주고 싶어요. 저는 사실 어렸을 때 좋은 선배님들 너무 많이 만났거든요. 저한테는 다 아저씨이자 형이자 아줌마이자 누나 같은 분들이었고. 심지어 그렇게 생각할 나이였죠. 이제훈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형 동생 관계로 다시 만나기도 했고요.

저는 아이들 되게 좋아하고 잘 놀아주는 편인데도 뭔가 같이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대하기가 은근히 어렵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그냥 편하게 말 한마디라도 더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걸 많이 받았기 때문에.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거네요.

네. 그렇게 하면 이 아이들도 나처럼 좋은 생각을 가지고 더... 올바르게, 나보다 더 올바르게(웃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올바를 수 있나요? (웃음)

저야 뭐 삐딱한 부분도 있어서요. (웃음)


씨네플레이 김은재 PD

사진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