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베스트 리스트들이 곳곳에서 업데이트되고 있다. 올해의 베스트 TV 시리즈를 정리한 기사들 대부분의 메인은 <오징어 게임>의 스틸 이미지가 장식했다. 여러 해외 매체의 리스트를 종합해 공통적으로 언급된 올해의 베스트 해외 드라마들을 정리해 봤다.


디킨슨 DICKINSON | APPLE TV+

2019년부터 방영된 <디킨슨>은 세계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에밀리 디킨슨의 성장을 다룬다. 여성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1800년대 후반 미국. 에밀리 디킨슨은 과도한 은둔 생활로 유명했던 문학가였지만, <디킨슨> 속 에밀리 디킨슨은 사는 것과 일하는 것에 진심인 야심찬 캐릭터다. 현시대의 시각을 녹여 넣어 색다른 개성을 얻은 시대극 <디킨슨>은 올해 1월 시즌 2를, 올해 11월 시즌 3를 공개했다. 특히 시즌 3는 재생하는 순간부터 걸작이란 극찬을 받으며 최고의 작품 중 한 편으로 제 자리를 굳혔다. 이엔 배우의 몫을 빼놓을 수 없을 터. 아역 시절부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연기가 극에 완성도를 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Mare of Easttown | WAVVE

올해 에미상의 TV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배우 부문 상을 거의 휩쓴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올해 HBO에서 가장 사랑받은 드라마다. 40대 형사 메어를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이 이끌어가는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미혼모 살인사건이 벌어진 작은 마을, 이스트타운을 조명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메어의 개인사도 함께 풀어나간다.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내면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선 스릴러 형사물이라는 점만으로도 신선한 작품. 케이트 윈슬렛과 함께 가이 피어스, 에반 피터스, 줄리안 니콜슨 등이 함께 출연한 강력한 캐스팅 역시 이 작품만의 강점이다. 케이트 윈슬렛은 이 작품으로 에미상 TV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포즈 Pose | Netflix

<포즈>는 LGBTQ 커뮤니티를 전면에 내세우며 1980년대 후반 뉴욕의 밤을 물들였던 퀴어들의 무도회장(볼)을 조명한 드라마다. 2018년 공개된 시즌 1에서부터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은 <포즈>는 꿈과 사랑을 위해 어떤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꿋꿋이 일어서고야 마는 용기 있는 주인공들을 조명하며 보는 이의 감정적 진폭을 넓혀왔다. 올해 공개된 <포즈> 시즌 3는 에이즈가 유행하던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성장을 담아낸 시즌 3는 <포즈>의 피날레. 지난 5월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입증한다.


보호구역의 개들 Reservation Dogs

오클라호마주의 보호구역, 저소득 주택단지에 사는 10대 청소년, 베어와 윌리 잭, 치즈, 엘로라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려는 꿈을 품는다. 고향을 탈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들은 마을에서 소소한 범죄를 저지르며 일탈을 꾀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레퍼런스를 곳곳에 심어둔 초반부를 지나면 누아르 장르의 테두리를 벗어나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휘몰아치는 전개가 펼쳐진다. 10대 원주민들의 우정과 성장을 담은 <보호구역의 개들>은 출연진을 비롯해 제작진 모두가 원주민 혈통으로 이뤄진 최초의 시리즈다. 스털린 하조, 그리고 타이카 와이티티는 코믹하면서도 마음을 움켜쥐는, “흠잡을 데 없다"라고 평가받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펼쳐 보이는 데 성공했다.


오징어 게임 SQUID GAME | Netflix

그 누구도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예측하지 못했다. 456억 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점점 본성을 드러내며 광기에 젖어가는 모습,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는 쫀득한 서사는 전 세계인을 홀릴 정도의 공감과 깊은 몰입감, 흥미진진함을 자랑했다. 역대 최대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넷플릭스의 왕좌에 앉은 <오징어 게임>의 출연진들 역시 월드 스타가 됐다. 데뷔작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정호연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가 된 상황. 이정재와 오영수는 한국 배우 최초로 각각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TV 시리즈 남우주연상 부문, 남우조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더 화이트 로터스 The White Lotus

<더 화이트 로터스>는 팬데믹이 만든(?) 명작 드라마다. HBO는 마이크 화이트 감독에게 팬데믹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장소에서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는 쇼를 구상해달라 요청했고, 그는 <더 화이트 로터스>를 만들었다. <더 화이트 로터스>는 하와이의 고급 리조트, 화이트 로터스를 찾은 고객들과 리조트 직원들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더 화이트 로터스>는 부와 특권에 대해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통렬한 비판을 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니퍼 쿨리지, 머레이 바틀렛,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시드니 스위니 등 해외 드라마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반가운 얼굴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위 아 레이디 파츠 We Are Lady Parts | WAVVE

3인조 여성 펑크 밴드 레이디 파트가 리드 기타리스트를 찾는다. 이들의 앞에 기타에 재능 있는 후보가 나타난다.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아미나 후세인이 그 주인공이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아미나와 아미나가 품은 보편적인 꿈엔 별 관심 없던 레이디 파트 멤버들은 서로와 함께하며 인생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펑크 록 밴드라는 신선한 소재로 그간 어떤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던 캐릭터를 내세운 <위 아 레이디 파츠>는 수많은 매체가 베스트라 외친 올해 베스트 드라마 리스트의 단골손님이다. 무슬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린 <위 아 레이디 파츠>는 여성 서사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주목해 볼 만한 올해의 수작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