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2021년은 아담 드라이버(<아네트>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하우스 오브 구찌>), 젠데이아(<맬컴과 마리>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 <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베네딕트 컴버배치(<파워 오브 도그> <디 일렉트리컬 라이프 오브 루이스 웨인>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오스카 아이삭(<더 카드 카운터> <듄> <결혼의 풍경>),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듄> <프렌치 디스패치> <돈 룩 업>)의 해였다.

12살에 <로 앤 오더>(2009)의 단역으로 데뷔한 그가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라과디아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때다. <스파이더맨> 홈 시리즈, 팀 버튼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과 같은 큰 스튜디오 영화 오디션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던 10대 샬라메는, <멘, 우먼 & 칠드런>(2014), <미스 스티븐스>(2016) 등의 독립영화로 세상 어딘가에 분명 있을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인터스텔라>(2014)에서 매튜 맥커너히의 어린 아들을 연기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한 스크리닝 날 본인의 짧은 분량을 체감하고는 집에서 한 시간을 엉엉 울었다는 일화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디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마침내 마땅한 빛을 본 그는 이제 블록버스터 주인공(<듄>의 폴 아트레이데스)의 무게를 거뜬히 견디는 배우가 되었다. 지난달 공개된 <돈 룩 업>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사이에서 자유로운 애드리브로 5분 남짓한 출연분을 풍성히 한 바 있다. 과감히 말하건대 할리우드의 오늘이자 내일일 그에 대한 소소하고도 소소하지 않은 몇몇 사실을 모았다. 대부분 그가 그간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을 바탕으로 했다.


라과디아예술고등학교,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

<인터스텔라>

샬라메가 거쳐 간 학교들이다. 잘 알려졌듯 뉴욕 태생의 티모시 샬라메는 예술 친화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방황하던 중학교 시절을 보낸 그는 배우인 누나 폴린 샬라메를 따라 라과디아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알 파치노, 제니퍼 애니스턴, 애드리언 브로디, 사라 폴슨 등을 배출한 학교로 영화 <페임>(2009)의 실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프렌치 디스패치>에 함께 출연한 애드리언 브로디와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라과디아의 ‘L’ 손가락 사인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이 예고에 그가 진학한 이유는, “예술학교에 들어가면 숙제가 덜 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 드라마 수업 같은 건 다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연기를 좋아하게 됐다. 라과디아에서 그는 진지하게 하는 연기란 어떤 건지 배웠다. “그건 허세 부리며 사람들을 밀어내는 식의 진지함이 아니었다.”

명문 노스웨스턴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뉴욕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에 합격한 샬라메는 컬럼비아를 택했다. 컬럼비아는 학업에 전념하는 분위기였고, <인터스텔라>, <멘, 우먼 & 칠드런>을 연달아 찍으며 균형을 잡기 어렵다고 여긴 그는 <인터스텔라>가 개봉할 즈음 입학 1년 만에 학교를 당당히 중퇴했다. 그가 이때를 회상하기를 “이제 쭉 타고 올라가나 했는데,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영화에서 내 역할은 크지도 않았다. 건방진 생각이었지. 그러고 1년을 쉬었다. 고등학생 때 정점을 찍고 그 시기만 평생을 바라보며 살까, 그게 두려웠다." 이 무렵 샬라메는 연극 <프로디걸 선>(Prodigal Son)(2016)과 <미스 스티븐스>에서 주연을 맡았고 뉴욕대학교로 옮겼다.


엘리오가 되기까지 3년,

프롤로그는 <미스 스티븐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2살의 샬라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프렌치 디스패치> 웨스 앤더슨도, <더 킹: 헨리 5세>(2019) 데이비드 미쇼도 이 작품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그의 이름을 알렸고 그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 줬다는 건 자명하나, 앞서 개괄했듯 그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꿋꿋이 연기해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프로듀서 피터 스피어스는 에이전트인 남편 브라이언 스워드스톰에게서 샬라메에 대해 처음 들었다. 17살의 샬라메가 컬럼비아에 막 입학해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던 때다. 스워드스톰은 루카 구아다니노와 자주 협업한 틸다 스윈튼(<아이 엠 러브>(2009), <비거 스플래쉬>(2015), <서스페리아>(2018))의 에이전트이기도 했다. 그는 담당 배우 데미안 루이스를 보러 <홈랜드>(2012) 촬영장에 갔다가 시리즈에 출연 중이던 샬라메를 만난다. “나 오늘 엘리오 펄먼을 만난 것 같아. 그를 꼭 만나 봐야 해.” 그날 밤 스워드스톰이 남편에게 전화해 한 말이다. 프랑스와 미국 이중 국적자인 피아노를 치는 소년. 엘리오 역에 적격이었다. 뉴욕에서 샬라메와 미팅을 가진 구아다니노와 제작진은 이후 다른 배우를 더이상 찾지 않았다. 샬라메는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되었다.

그 작품에 합류했을 시기, 당초의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를 대신한 구아다니노는 아직 영화의 프로듀서였다. 샬라메는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제임스 아이보리와 일주일을 지내며 감독의 전작 <전망 좋은 방>(1985), <모리스>(1987)를 봤다고. 이때까지만 해도 안드레 애치먼의 원작 소설만 있을 뿐 대본이 없었는데. 샬라메는 “컬럼비아 도서관에 소설이 없어서 도서 공유 프로그램으로 다른 학교에서 책을 빌려 읽다가 1년 동안 반납을 안 해 벌금으로 100달러를 물었다”고. 캐스팅 후 그는 두 번의 여름을 그냥 보냈다. 크랭크인까지 3년이 걸렸고 촬영 후 개봉까지 1년 반이 걸렸다. 17살에 시작해 22살에 끝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두고 샬라메는 영화가 자신의 유년시절 프로젝트와도 같았다고 한다.

<미스 스티븐스>

엘리오 이전의 샬라메가 이미 단단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걸 목격할 수 있는 영화가 <미스 스티븐스>다. 실제로 그는 “<미스 스티븐스>는 내 필모그래피의 프롤로그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제1장”이라고 했다. 때때로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고등학생 빌리(티모시 샬라메)는 연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 연극대회 여정에 동반한 빌리와 선생님 레이첼, 미스 스티븐스(릴리 레이브)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한다. 대회에서 빌리는 <세일즈맨의 죽음> 속 독백 연기를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클라이맥스를 완성하는 빌리와 레이첼 사이 두 차례의 갈등 장면에서, 영화 내내 이어오던 절제된 분위기를 깨는 샬라메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감탄스럽다. 티모시 샬라메를 사랑한다면 꼭 봐야 영화다.


<듄> 구글 알람 설정 후

빌뇌브 주위를 서성인 샬라메

<듄> 비하인드

파트 2 제작이 고마운 <듄>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의외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가 프랭크 허버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듄> 영상물의 판권을 사들인 건 2016년이었다. 이듬해 초 드니 빌뇌브가 합류했다. 샬라메는 캐스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려 <듄>에 관한 소식을 바로 받도록 구글 알림을 설정했다. 1995년생인 그는 1965년 출간된 원작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10살 때 유희왕 카드를 사러 미드타운 코믹스에 들렀다가 <듄> 그래픽노블을 본 경험이 전부였다.” 샬라메는 책을 사서 읽으며 일찍이 폴 아트레이데스가 될 채비를 했다. 이맘때 그가 <듄> 50주년 기념 에디션을 지하철에서 읽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음 단계는 빌뇌브의 눈에 띄는 일이었다. 2018년 빌뇌브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역시 시상식에 자리한 샬라메는 감독의 주위를 서성이며 미팅이라도 잡을 기회를 엿봤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만의 방식으로 빌뇌브의 뇌에 본인을 인셉션시키려 노력한 거다. 절친 동료 배우 스테판 바크가 “저기 감독님이 계시다”며 귀띔을 줘 감독에게 다가가 말도 걸어 봤지만, 당시로서는 함께 작업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그로부터 3개월 후 샬라메는 런던에서 <더 킹: 헨리 5세>를 준비하다가 그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이 된 빌뇌브의 연락을 받는다. 이때 그는 책을 제3장 정도까지 주석을 달며 읽어 둔 상태였는데, 나머지 반절을 속독하고 칸으로 날아가 감독을 만났다. 샬라메의 첫 칸영화제였던 그 미팅은 결과를 알다시피 성공적이었다. 참고로 샬라메는 감독의 전작 <프리즈너스>(2013)의 휴 잭맨 아들 배역에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런던으로 간 뉴욕의 연극광,

연기되어 아쉬운 <4000 마일>

<프로디걸 선>

<4000마일> 리딩

<미스 스티븐스>에서 <세일즈맨의 죽음> 독백 연기를 하고 그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연극적 장치가 삽입된 영화에서나마 겪은 오랜만의 무대가 반가웠던 거다. 뉴욕에서 연극을 많이 보며 자란 연극광 샬라메가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연극 <톨스>(The Talls, 2011)다. 70년대 샌프란시스코 배경의 극으로 키 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5년 후 미국 유명 극작가 존 패트릭 쉔리의 자전적 연극 <프로디걸 선>에 출연했고, 또 그로부터 5년 후인 2021년 4월에는 런던의 대극장 올드빅에서 <4000마일>(4000 Miles)을 공연할 예정이었다. 팬데믹으로 잠정 연기됐지만 다행히 올드빅에서 재차 공연 의지를 밝혔다. 연극은 91세 할머니와 21세 손자가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슬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스타를 겸한 배우가 되고 나서도 무대를 찾는 그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앞서 말했듯 사뭇 진지하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는 이렇다. “연기는 감수성 게임 같다. 동료 배우와의 관계가 중요한데. 보통 감성적일수록 소통이 더 잘 된다. 상대 배우가 힘들어할 땐 물러서 있을 줄 알고, 용기를 주는 말을 할 때를 알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아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연기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며, 궁극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특히 주연일 땐 촬영장 분위기를 가져가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내 연기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느껴야 하는데. 이게 내가 아티스트가, 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다.” 오디션에 대한 태도도 인상적이다.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오디션장 문을 나선 바로 그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왔다.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혹독하게 굴기보다는 너그러워져야 금방 회복하고 다음 오디션 때 불안감 없이 연기하고 나아갈 수 있다.”


다이앤 키튼에게 특별한 부탁을?

경험을 쇼핑하는 젊은 배우

<러브 더 쿠퍼스>

경험을 쇼핑하자. 샬라메에게 있어 삶의 철학 같은 거다. 그는 되도록 많은 자리에 참석하려 한다. 그의 나이 두 배쯤 되는 이들이 대부분인 곳. 제작이 착수되고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카메라 뒤편. 그런 곳에 있다 보면 스스로 어린 나이에 업계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는 걸 체감한다고. 그는 배우의 연기가 작품의 부분이란 걸 알고 있으며, 본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듄>을 위해 빌뇌브 주변을 맴돌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겠다. <러브 더 쿠퍼스>(2015)를 찍고 있을 즈음 그는 로브 라이너 감독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했다. 당시 샬라메는 작품에 함께한 다이안 키튼에게 “감독님께 전화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이런 애가 있다고…”라고 부탁했다. (다이안 키튼은 라이너 감독의 <산타모니카 인 러브>(2014)에 출연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실례되는 부탁일 수 있었을 텐데, 전화를 해 주셨다. 안 해도 되는 걸 해 주신 거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좋은 분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다이안은 훌륭한 분이다.” 결국 그 배역을 따진 못했다.

LAFCA 수상 연설 중 기예르모 델 토로를 향해 손짓하는 샬라메

샬라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2017 LA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고 수상 연설을 한 일이 있는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같이 진정성을 가진 작품, 독립영화에 기반을 둔 작품에 계속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다가, “물론 (여기 계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과 일해도 좋고, 기예르모 감독님과 해도 좋죠…”라며 재치 어린 진심을 전했다. “기예르모 감독님.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요! 진심이에요. 제발요!” 객석에 있던 감독들을 향한 그의 막간 어필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힙합 뮤지션 키드 커디와 릴 티미 팀

<SNL> 키드 커디 편

흥이 많은 샬라메는 음악, 특히 힙합을 사랑한다. 고교시절엔 릴 티미 팀이라는 예명의 래퍼로 활동했고, 첫 출연한 <SNL>에서도 무아지경의 래퍼 역을 소화했다. 예술가 집안과 라과디아예고라는 환경에 더해, 14살 무렵부터 흠모하던 힙합 뮤지션 키드 커디는 그가 배우가 되는 데 영감을 줬다. 어린 샬라메는 커디의 음악을 듣고 그가 공유한 감정에 공감했고 같은 곳에서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샬라메가 기꺼이 출연하는 프랑스 토크쇼 <코티디앙>(Quotidien)에는 음악을 추천하는 코너가 있는데.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커디의 ‘Sad People’을 꼽기도 했다.

커디가 뮤지컬 게스트로 나오는 <SNL> 에피소드에 샬라메가 특별 출연하고, 샬라메 출연작 프리미어에 커디가 동행하는 등 이제 둘은 알아주는 절친이다. 배우이기도 한 커디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첫 시리즈 연출작인 <위 아 후 위 아>(2020)에 출연한 바 있다. 커디는 믿을 수 없는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고, 샬라메가 어떤 식으로든 구아다니노에게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해줬을 것이라 확신했는데. 샬라메에 따르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현장에서 커디의 노래를 틀고 그가 누군지 언급했을 뿐 캐스팅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샬라메는 <위 아 후 위 아>의 세 번째 에피소드, 커디가 등장하는 장면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카메오로 출연했고, 둘은 <돈 룩 업> 캐스트에도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노래도 곧잘 한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8)은 감독의 성추행 혐의로 미국에선 개봉까지 무산된 논란의 영화였고 개츠비(티모시 샬라메)는 재즈를 좋아하고 사색을 즐기는 감상적이고도 투정 많은 남자, 그러니까 또 한 명의 우디 앨런이었지만, 작중 개츠비가 부르는 ‘Everything Happens to Me’만은 주옥같다. 샬라메는 영화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며 감독을 공공연하게 비판, 출연료 전액을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결성된 비영리 단체들에 기부한 바 있다. 차기작 두 편에서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런던에서 촬영 중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프리퀄 <웡카>(2023)는 뮤지컬 영화고, 안타깝게도 팬데믹으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된 <고잉 일렉트릭>에서는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을 연기한다.


예상을 비껴가는 대범한 룩

패션계의 뮤즈

2021 멧 갈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패션계에서도 그는 영향력 있는 뮤즈다. 샬라메는 담당 스타일리스트 없이 버질 아블로, 하이더 아커만과 같은 디자이너와 직접 연락하며 본인의 레드 카펫 룩을 고른다. 그의 스타일은 마초적이라는 말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양성적이고 감성적이며 세심하다. 그동안 심심한 수트보다는 예상을 비껴가는 대범한 룩을 소화해왔는데. 남성복에서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 시퀸 소재의 후디와 일종의 조끼,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새틴 수트 등을 입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여성복도 즐겨 입는다. 지난 7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입은 톰 포드 수트도 크게 화제 됐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스타일링을 완성한 건 늘 주저함 없고 자신 있으면서도 여유로운 태도였고, 이것이 패션계에서 그를 사랑하는 이유일 테다. 샬라메는 패션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멧 갈라의 공동 호스트로 초청됐다. 2021 멧 갈라의 주제는 ‘미국에서: 패션의 어휘’(In America: A Lexicon of Fashion)였다. 그는 하이더 아커만의 턱시도 재킷에 조거팬츠와 컨버스를 믹스 매치했다. 테일러드 수트와 스트릿룩의 아름다운 부조화는 역동적인 미국 문화를 담았다.

레드 카펫에서 늘 새롭고 재치 있는 시도를 하는 한편, 평소 캐주얼 룩을 즐겨 입는데. 최근에는 하이더 아커만과 함께 후디를 디자인했다. 수익금은 100%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이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다.

직접 디자인한 하이더 아커만 후디


경호원에게 종종 연행되는 이유는?

남다른 팬 사랑

베니스국제영화제 <듄> 프리미어, 팬과 함께 사진 찍으려 몸을 기울인 샬라메

베니스국제영화제 <듄> 프리미어, 경호원에 연행되는 샬라메

팬의 소셜 미디어 계정 아이디까지 기억하는 그는 팬 사랑이 특히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행사 현장에서 경호원에게 연행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듄>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에도 펜스 뒤의 팬들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려 다가갔다가 끌려오는 게 생방송에 잡혔다. 팬들에게서 받은 선물을 인스타그램으로 종종 인증한다. 바지 밑단을 양말에 넣어 입는 룩은 샬라메의 시그니처인데. 그래서 팬들이 양말을 많이 선물하기도, 파파라치 컷에 그가 선물을 신은 것이 잡히기도 한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