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연 김태리와 남주혁의 드라마다. 두 사람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 김태리만의 명랑함과 남주혁의 눈부신 청량미는, 청춘의 세계 중심으로 시청자를 데려다 놓는 데 성공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이야기할 때 두 사람의 이름이 가장 앞서 쓰여지는 이유일 테다. 소위 김태리와 남주혁의 '투샷'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환기되는 기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모든 공을 두 사람에게만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또 아니다. 이 드라마가 이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서사의 중심에 있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전부 설득력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얼굴부터 베테랑 배우들까지. 캐릭터의 매력을 200% 살리는 배우들이 드라마 곳곳에 숨 쉬며 시청자를 웃고 울린다. 어쩐지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의 행보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들이기도 하다. 김태리, 남주혁과 함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고유림 役

보나(김지연)

<스물다섯 스물하나> 극 초반, 백이진(남주혁)과 나희도(김태리)의 관계성보다도 심도 있게 그려진 서사가 바로 고유림(보나)과 나희도의 이야기였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고유림이 나희도의 역적이 되기까지,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이 둘도 없는 의지의 대상으로 자리 잡기까지. 고유림과 나희도의 치열한 성장 서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초반 흥행을 견인했다. 자칫하면 시청자들에게 미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지만, 고유림이 희도 못지않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유림을 연기한 보나의 몫이 컸다. 겉으론 까칠한 말들을 내뱉고 있어도 고유림이란 캐릭터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연약함과 흔들림, 상처받은 내면을 잘 꺼내 보인 보나는, 여러 장면에서 시청자를 눈물짓게 했다. 처음 보나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김태리를 상대하는 역할을 보나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보나는 완벽히 고유림이 되어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보나를 처음 본 이들은 낯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보나는 배우이기 전 아이돌 타이틀을 먼저 달고 대중 앞에 섰다. 우주소녀로 2016년부터 활동 중이다. 배우로서 보나가 본격적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오! 삼광빌라>(2020~2021)부터 였다. '연기돌'이라는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낸 보나는 이해든이란 인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그해 연말 신인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보나라는 신인 배우의 탄생이 반갑다. 보나는 앞으로가 더 궁금한 얼굴임이 분명하다. 캐릭터가 지닌 단단함과 연약함을 아우르는 보나의 잠재력은 그의 미래를 궁금하게 만든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문지웅 役

최현욱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고유림을 연기하는 보나도 그랬지만, 문지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최현욱의 활약 역시 눈부시게 돋보인다. 본인 스스로를 '7반 이쁜이'라 칭하는 문지웅은 그때 그 시절 모든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는 유행의 선두주자 캐릭터다. 공부는 잘하지 못할지언정 그보다도 더 강력한 무기인 애교와 말 센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햇빛과도 같은 존재로 통한다. 조금이라도 비호감스러운 면이 드러났다면 문지웅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급감했을 텐데, 최현욱은 지웅의 미워할 수 없는 능구렁이 같은 매력을 잘 표현하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생기를 더하는 데 성공했다.

은근한 능숙함이 빛나는 얼굴이지만 최현욱은 나이도, 경력도 아직 새싹인 신인 배우다. 올해 21살인 최현욱은 2019년 웹 드라마 <리얼: 타임: 러브>로 데뷔했다. 배우라는 업을 가진 지 고작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작품을 여럿 남기며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아마도 최현욱을 기억하는 이들 대부분은 드라마 <라켓소년단>을 통해 그의 얼굴을 처음 접했을 지도 모르겠다. 최현욱은 <라켓소년단>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 자리에 앉았다. 첫 주연작임에도 불구, <라켓소년단> 속 우찬의 성장 서사를 오롯이 표현해낸 최현욱은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대중에게 제 이름 석 자를 선명히 새기는 데 성공했다. 당시 최현욱은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로 불리며 업계와 언론의 관심을 받았는데, 그다음 얼굴인 문지웅마저 매력적으로 소화하며 이젠 확신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한 듯 보인다. 앞으로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최현욱의 이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켓소년단>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 役

이주명

학창 시절 꼭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호감을 넘어 동경의 대상이 되는 얼굴들.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이 꼭 그렇다. 전교 1등 타이틀을 가지고도 경쟁에 집착하기보다는 본인만의 가치관을 꺼내 보이며 불합리와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지승완은 그 시절 우리 닮고 싶었던 멋진 선배를 연상시킨다. 특히 유달리 큰 키와 시원한 마스크, 가식 없는 담백한 목소리는 지승완이란 캐릭터가 가진 정체성을 더욱 또렷하게 하며 매력을 극대화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는 총 다섯 명이다. 김태리, 남주혁, 보나, 최현욱, 이주명. 아마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이들 중 가장 낯선 이름을 꼽을 때면 이주명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됐을 텐데,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방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주명은 지금 연예계에서 가장 궁금한 이름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이주명은 지승완의 뚝심 있는 반항심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며 배우로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주명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처음 주연 배우 자리에 앉은 신인 배우다. 그동안 여러 뮤직비디오와 <국민여러분!> <슬기로운 의사생활> <카이로스> 등 몇 편의 드라마에서 잠깐씩 얼굴을 비췄으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내지 못했었다. 그야말로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인생 첫 출세작을 마주하게 된 이주명은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남긴 최고의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신재경 役

서재희

엄마와 자식 간에도 궁합이 있다는데, 나희도와 그의 엄마인 신재경(서재희) 사이의 궁합 점수는 영 높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나희도와 신재경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에게 실망과 원망을 반복하는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많이도 닮아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황당한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던 나희도의 끈질김, 남편의 죽음을 잠시 뒤로하고 카메라 앞에 섰던 신재경의 의지는 비슷한 곳을 향해있다.

누구나 닮고 싶은 침착함의 얼굴부터 단단함 뒤에 가려진 괴로움까지. 신재경이 미워하기보단 이해하고 싶은 캐릭터로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 서재희의 몫이 컸다. 특히 실제 방송 기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발성과 발음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서재희는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완성도를 높였다. 위에 소개한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서재희 역시 대중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체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 고작 2년밖에 되질 않았다. 매체에선 신인이지만, 사실 서재희는 연극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잔뼈 굵은 베테랑 배우다. '무대가 사랑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를 만큼 연극 무대를 오랜 시간 지켜왔는데. 돌연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매체 연기를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런온>을 시작으로 <알고있지만,> <어느날> <공작도시>를 거쳐 <스물다섯 스물하나> 신재경을 만난 신재희는 올해 배우로서 또 다른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런온>


<스물다섯 스물하나> 백이현 役

최민영

신재경만큼이나 시청자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로는 이진의 동생인 이현을 빼놓을 수 없겠다. IMF로 인해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진의 가족을 조명하는 데 있어, 어린 이현이 겪는 혼란스러움의 얼굴을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기도, 안아주고 싶기도 했던 이현의 얼굴을 표현하는 이는 배우 최민영. <이태원 클라쓰> <자백> <미스터 션샤인> <7일의 왕비> 등에서 아역 배우로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최민영은 청소년 뮤지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 역시 선보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최민영은 최근 사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0 DIMF 뮤지컬 스타


<스물다섯 스물하나> 양찬미 役

김혜은

김혜은이 연기하는 양찬미는 나희도가 속한 태양고등학교 펜싱부 감독이다. 늘 건들건들한 걸음걸이와 무신경한 말투를 기본으로 탑재한 채 선수들을 대하는데, 거친 태도와는 달리 제자들을 지도하는데 누구보다 진심을 쏟는 인물이다. 특히 펜싱이 아닌 인생을 가르치는 찬미의 날카롭지만 정확한 대사들은, 드라마의 핵을 가로지르며 중요한 순간마다 드라마의 메시지와 깨달음을 전하곤 한다. 김혜은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소위 사이다 화법이라 불리는 찬미의 대사들을 척척 달라붙게 소화해낸 김혜은은 '양찬미 어록'까지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특히 김혜은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유달리 돋보인다.

<보안관>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