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는 줄 착각할 뻔! 배트맨과 슈퍼걸이 날아다니는 가상 도시 여행

제아무리 슈퍼히어로라 할지라도, 물리적인 한계로 자신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범죄를 소탕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슈퍼맨이나 플래시 같은 경우를 빼고선, 대형 위급상황이 아닌 이상 다들 활동범위가 제한적이다. 마블의 히어로들이 뉴욕 지역에 많이 몰려있는 것과 달리, DC 유니버스에서는 유명 히어로들이 도시 하나씩 맡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의 도시들이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실제 존재할 것 같은, DC 속 도시로 여행을 떠나보자. 물론 이곳은 범죄와 음모가 도사리고 있지만, 걱정하지 말자. 위급한 상황이 오면 우리의 히어로들이 등장해 지켜줄 것이다.

가상도시 중에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고담시티. 또한, 웬만하면 살고 싶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다. 원래 “고담”이라는 이름은 영국 노팅엄셔 주에 있는 마을에서 따온 것으로 19세기에 뉴욕시의 별명으로 쓰였다. 고담 마을은 바보들이 사는 곳이라고 전해지는 곳이라 한다. 배트맨의 고담의 위치는 뉴저지 주에 있는 것으로 합의되어 있으며, 도시 외관이나 분위기는 뉴욕시와 흡사하다. 부와 권력을 지닌 세 가문(웨인 가문, 엘리엇 가문 코블팟 가문)이 도시를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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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정신적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이 많기로 유명한데, 도시 초창기부터 박쥐악마를 소환하는 오컬트 의식의 장소로 이용되어 온 걸 보면 시 전체에 어두운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배트맨이 쉴 틈이 없는 이유가 있다. 사실 배트맨이 이 도시의 첫 히어로는 아니다. 도시가 건설된 서부시대엔 총잡이 조나 헥스가 살았고, 최초의 그린 랜턴인 앨런 스콧을 비롯한 여러 히어로들이 거주해왔다. 웨인 엔터프라이즈, 아캄 정신병원, 블랙게이트 교도소, 아이스버그 라운지 등의 명소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고담이 뉴욕의 밤을 묘사한 도시라면 메트로폴리스는 뉴욕의 낮을 묘사한 곳이다. 많은 부분이 뉴욕과 흡사한데, 도시 명소인 데일리 플래닛 빌딩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대신이며, 센테니얼 파크는 센트럴 파크를 대신한 곳이다.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 영화 시리즈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을 등장시키는 등 뉴욕을 그대로 메트로폴리스로 대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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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의 정확한 위치는 자주 바뀌었지만 대체로 델라웨어 주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TV 시리즈 <스몰빌>에서는 슈퍼맨이 자란 캔자스 주의 스몰빌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으로 표현되었고,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는 사이에 만을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렉스코프 타워와 슈퍼맨 박물관 등이 랜드마크이며, 슈퍼맨 외에도 블루 비틀, 부스터 골드, 가디언 등의 히어로들이 생활하고 있다. 일리노이 주에는 메트로폴리스라는 곳이 있는데, 주 의회의 지원을 받아 “슈퍼맨의 고향”이라는 명목하에 해마다 슈퍼맨 축제를 열고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시 배리 앨런의 도시로, 이곳의 히어로인 플래시의 업적을 기념하는 플래시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하이오 주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플래시> TV 시리즈에선 미주리 주로 등장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다시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것으로 묘사되었다. 평행 세계에서는 플래시가 키스톤시티에 사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멀티버스가 통합되면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쌍둥이 도시가 되었다. 배리 앨런의 뒤를 이은 플래시인 월리 웨스트가 키스톤시티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다.

그린 랜턴 할 조던의 도시인 코스트시티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도시는 1990년대에 몽굴과 사이보그 슈퍼맨이라는 두 빌런에 의해 파괴되어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냈다. 이 일로 크게 충격을 받은 조던은 동료 랜턴들을 학살하고 역사를 다시 쓰려고 했다. 그것은 카일 레이너라는 새로운 그린 랜턴을 탄생시키게 만들었고, 슈퍼히어로들이 모여 도시를 재건하는 것을 도왔다. 시네스트로 군단이 또 다시 파괴하러 왔을 때, 시민들은 대피를 거부하고 그린 랜턴을 지지하는 의미로 집에서 녹색불을 켜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린 랜턴들이 습격을 막아낼 수 있었고, 이날 이후로 코스트시티에겐 “두려움 없는 도시”라는 칭호가 붙었다.

그린 애로우의 도시 스타시티는 뉴잉글랜드 주 남부해안이나 코네티컷 항구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 코믹스에서는 시애틀이 스타시티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표현했고, TV 시리즈 <애로우>에서는 서해안 지역에 위치한다고 했다가 샌프란시스코 근처라고 설정되었다. 비주얼이나 음악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는 도시로, 한때 그린 애로우가 자신의 정체인 올리버 퀸으로서 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빌런인 프로메테우스의 만행으로 도시 중심부가 폭발하는 바람에 거대한 별 모양의 폐허와 9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극을 겪었다.

우주방사선을 이용해 여러 능력을 발휘하는 스타맨의 도시인 오팔시티는 메릴랜드 주에 위치하고 있다. 광산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이 도시를 세웠는데, 자신에게 부를 가져다 준 보석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지었다. 오팔시티에 거주하는 히어로는 스타맨 가문 외에도 아폴로, 일롱게이티드 맨, 셰이드 등이 있다.

나이트윙이 배트맨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정착한 블러드헤이븐은 뉴저지 주에 있지만, 고담시티와 애틀랜틱시티 사이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고담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대도시와 붙어 있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빌런 연합에 의해 핵 공격을 받아 황무지가 되었다. 당시 재난이 너무 커서 도시 전체가 격리되었다. 리부트 이후에는 나이트윙의 영향을 받은 경찰관들 중심으로 한 나이트윙스가 활약했다.

내셔널시티에 슈퍼걸이 산다는 것은 원래 <슈퍼걸> TV 시리즈의 설정이었지만, 나중에 코믹스에서도 슈퍼걸의 거주지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다는 설정인데,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에 내셔널 시티가 있긴 하다. 이 밖에도 샤잠의 포셋시티나 아쿠아맨의 암네스티 베이, 호크맨과 둠 패트롤의 미드웨이시티 등이 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