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믹 연기의 강자 신현준이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 <핸썸>으로 극장가를 찾는다. <핸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형사가 교통사고로 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자신이 아이돌급 꽃미남이 되었다는 착각에 빠진 코미디 영화다. 신현준은 얼굴만 보면 조폭이 더 어울리는 강력반 형사 노미남 역으로 출연한다. 손예진과 함께 했던 한중 합작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2016) 이후 6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그동안 신현준은 <시골경찰> 시리즈,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예능 출연과 드라마 <울랄라 부부>, <무림학교> 등을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엔 <미스터 주: 사라진 VIP>(2019), <엘리베이터>(가제) 등 영화 제작자로도 활약을 예고한 신현준의 이모저모를 모았다.
코믹 아닌 의외의 캐릭터? 황장군 & 각시탈
신현준은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1990)에서 일본인 하야시 역을 맡으며 데뷔했다. 어려운 일본어 대사와 강렬한 눈빛 연기를 소화해낸 그는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1996)를 통해 주연보다 더 주목을 받게 된다. 신현준은 미단공주(진희경)을 사랑하는 황장군 역을 맡았다. 미단공주를 보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 몸에 눈이 쌓이도록 하염없이 기다리는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고, 그해 여성 관객들이 선정한 최고의 배우로 뽑혔다. <은행나무 침대>가 신현준의 멜로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면, 동네 바보부터 영웅까지 반전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작품은 <각시탈>(2012)이다. 허영만 작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각시탈>은 한국판 슈퍼히어로 각시탈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신현준은 일제의 탄압으로부터 조선인들을 지키려는 1대 각시탈로 등장했다. 신현준은 일제를 속이기 위해 바보 행세를 하면서도, 각시탈 마스크를 쓴 채 활약하며 몰입을 높였다. 신현준의 각시탈은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아직까지 회자되는 캐릭터로 남았다.
‘공포의 회전목마’ <천국의 계단> 역변짤 주인공
2003년, 최고 시청률 43.5%를 기록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은 ‘뎡서야 한뎡서’,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등 명대사와 숱한 패러디를 남기며 인기를 끌었다. <천국의 계단>의 주요 배경은 놀이동산이었는데,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변환되는 장면도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사이에 바뀌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짤이 바로 ‘공포의 회전목마’다. 회전목마가 한 바퀴 돌자, 이완은 가고 신현준이 남아 손을 흔든다. 두 배우의 이국적인 외모는 꽤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성인 역이 되며 자라난 코와 더벅머리는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해당 장면이 계속 언급되자 신현준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잘 컸는데 왜 그러냐. 더 이상 어떻게 잘 크냐"라며 "저 때 시청자 여러분들이 성장해서 얼굴이 달라지는 건 많이 봤다는데 이건 국적이 달라지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코믹 연기의 강자로 거듭난 <가문의 위기> 시리즈
<가문의 위기> 시리즈는 신현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신현준은 <가문의 영광>(2002)의 후속작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2005)부터 합류해 <가문의 부활 – 가문의 영광 3>(2006), <가문의 영광 4 – 가문의 수난>(2011)까지 참여했다. <가문의 위기> 시리즈는 전라도 최고의 조폭으로 이름을 날렸던 백호파 가문의 홍덕자(김수미) 여사와 삼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조폭 코미디 영화다. 신현준은 김수미의 첫째 아들 장인재 역으로 출연했다.
<가문의 영광>부터 시작된 <가문의 위기> 시리즈는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랜차이즈 영화로 매 추석 웃음을 선사해왔다. 신현준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통해 <비천무>(2000), <킬러들의 수다>(2001) 등 기존 캐릭터와 다른 유쾌한 모습으로 코믹 연기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또한 <가문의 위기> 시리즈, <맨발의 기봉이>(2006)로 인연을 맺은 김수미와는 각별한 사이로 유명하다. 신현준은 김수미를 두 번째 엄마로 부르며, 김수미로부터 받은 반찬과 120첩 반상 등을 자랑하는 등 꾸준히 애정을 드러내왔다. 신현준과 김수미 콤비는 코미디 영화 <귀신경찰>을 통해 11년 만에 재회할 예정이다.
대표작은 <맨발의 기봉이>
<맨발의 기봉이>는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실제 인물 엄기봉씨를 모델로 제작된 작품이다. 신현준은 4살 때 열병을 앓고, 8살 때 지능이 멈춘 시골마을의 총각 기봉 역을 연기했다. 신현준은 팔순 노모(김수미)를 극진하게 모시는 효자 역을 맡아 감동을 전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기봉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황장군, 공포의 회전목마’ 등 신현준하면 떠오르는 여러 얼굴들이 있지만, 그중 성대모사로 가장 많이 쓰였던 캐릭터는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기봉 역일 터. 영화에서 기봉이가 상추에 밥을 올린 다음 "하나 올리고, 하나 더 올리고"라며 장난을 치는 장면은 실제로 <인간극장> ‘맨발의 기봉씨’ 편에서 나온 장면을 그대로 옮긴 부분이다. <맨발의 기봉이>로 코믹 연기의 방점을 찍은 그는 연달아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2006)에 출연했지만 <맨발의 기봉이>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충무로 대표 단짝 신현준X정준호
신현준 하면 자동 완성처럼 따라오는 인물이 있다. 충무로 대표 단짝인 신현준과 정준호는 톰과 제리 같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이런 모습이 무려 30년 정도 이어져왔다. 2000년대 초반, 정준호가 차기작을 두고 고민할 때 신현준의 ‘강요에 가까운 조언’에 출연을 포기했다고 한다. 정준호가 출연을 거절한 영화는 대흥행작 <친구>(2001)였고, 신현준의 조언으로 함께한 영화는 서울관객 5만명이라는 흥행 참패작 <싸이렌>(2000)이었다. 이쯤되면 정준호가 지금까지 신현준을 디스하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낙타? 바다코끼리? 닮은꼴 부자
이국적 외모에 속눈썹 또한 워낙 길어서 샤프심, 이쑤시개, 연필, 샤프 펜슬까지 올려놓았던 신현준의 어릴 적 별명은 ‘요르단 왕자’였다. 바다코끼리, 낙타 등 신현준과 싱크로율이 높은 동물도 있다. 특히, 스웨덴 출신의 축구 선수, AC 밀란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닮은꼴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방송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딸에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신현준의 사진을 두고 시각 테스트를 진행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2020년에는 즐라탄이 신현준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