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하면서 각자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어졌나요?
이재은 역할 분담이랄 게 따로 없이 말 그대로 공동연출 했어요. 모든 걸 다 같이 상의하고, 연출할 때도 모니터 보면서 서로 OK인지 확인하고, 배우에게 전달할 게 있으면 내가 이렇게 말할 건데 동의해? 추가적으로 물어볼 거 있어? 하고 미리 의견을 취합했어요.
임지선 시나리오는 아무래도 재은 감독이 시작한 거라 의견이 좀 더 많이 반영됐던 것 같고, 나머지는 소통의 오류가 없도록 하려고 세세한 것 전부 상의하는 방식을 취했어요. 일일이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설득시켜야 하다 보니까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와서 후반작업까지 그 방식을 이어갔어요.
서로 의견이 대립한 경우도 있었을 텐데요.
임지선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향은 같아서, 오히려 소품이나 음악 같은 사소한 것에서나 가끔 의견이 갈리는 정도였어요.
이재은 어쩌면 사람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을 건데... 삼행시클럽 화상채팅에서 정희랑 수산나가 민영이를 기다리다가 수산나가 화내고 나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정희만 화면에 남겨둘 것이냐 민영이의 자리에 검정화면을 둘 것이나, 이런 사소한 거 갖고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임지선 이렇게 다른 경우엔 스탭 투표 같은 걸 해서 제3자의 의견을 구했어요.
시나리오나 콘티 외에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새롭게 더해진 설정이 있다면.
이재은 저희는 콘티를 그리지 않고 로케이션 가서 사진을 찍어 콘티로 썼어요. 현장에서는 콘티대로만 해서 딱히 새로운 게 나오진 않았고, 콘티 준비하며 실제 장소에서 이런저런 동작을 해보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왔어요. 정희가 민영이의 화장대를 조립해주는 신에서 민영이가 조립된 화장대를 보고 머리를 만지는 그런 사소한 디테일 같은 게 콘티 작업하면서 많이 추가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