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피노키오>가 82년 만에 실사화 되어 9월 8일 공개되었다. <피노키오>는 188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카를로 콜로디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260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이탈리아 동화이다. 이렇게 유명한 동화인 <피노키오>는 1940년 미국의 디즈니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공개, 이후 7차례나 재개봉되어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의외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원작 <피노키오>는 차이가 좀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시간적 한계로 인해 크게 3개의 고난으로 구성되고 제페토를 만난 후 사람으로 변하지만, 원작의 <피노키오>는 아버지와의 재회 이후 이야기가 더 있다. 착한 일을 하면서 사람으로 변하고, 빌런의 최후 결말도 포함되어 있어 좀 더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 물론 이번에 디즈니+에서 공개된 <피노키오>는 원작 소설이 아닌 1940년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내용 역시 82년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와 동일하다.

기대되는 디즈니 실사영화 프로젝트

이번에 공개된 <피노키오>는 최근 디즈니에서 진행 중인 자사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디즈니 실사 영화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계속돼왔다. 1994년 <정글북>을 시작으로 <101 달마시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덤보>, <알라딘>, <라이온 킹>, <뮬란> 등이 있으며, <인어공주>, <피터팬 & 웬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등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중 <피노키오>는 일찍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의 참여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로버트 저메키스는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 캐롤>,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등을 연출한 경험이 있어 <피노키오> 실사화에 누구보다 적합한 감독이었다. 목수 ‘제페토’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싱크로율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실사 제작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로버트 저메키스 연출 전, 두 번의 감독 하차와 톰 행크스의 제페토 역 출연 고사로 인해 제작이 지연되기도 했다.

CG 기술의 발전으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실사영화로 부활해 향수와 감동을 선물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이런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를 모두가 환영하지는 않는 듯하다. 영화가 공개되면서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고, 캐스팅 역시 매번 이슈가 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 역시 원작을 사랑하는 영화팬의 관심과 애정이며, 실사영화를 관람케 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 <피노키오>는 어떤 완성도를 보여줬을까?

<피노키오> VS <피노키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라진 점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번에 공개된 <피노키오>는 1940년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의 실사 리메이크이다. 실사 <피노키오>를 본 후 변화된 점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원작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다. 예상외로 싱크로율이 대단했다. 대사와 노래 외에 화면 구도까지도 거의 동일하게 실사로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2022년 <피노키오>에는 원작과 다른 부분도 다수 존재했는데, 어떤 점이 있는지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먼저 ‘소피아’와 ‘파비아나’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갈매기 ‘소피아’는 늦잠 잔 ‘지미니’를 피노키오에게 데려다 주거나, 서로 떨어진 피노키오와 제페토에게 상대의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파비아나’는 극단에 팔려 간 피노키오를 도와주는 캐릭터다. 극단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역할인데, 그래서인지 인형 ‘피노키오’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이후 극단장 ‘스트롬볼리’가 감옥에 간 후 인형극단의 새 주인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등장인물 이외에도 소소하게 변경된 점도 있다. 원작에서는 새장에 갇힌 ‘피노키오'가 요정에게 거짓말을 해 코가 길어지는 데 반해, 실사판에서는 지미니에게 거짓말을 해 코가 길어지게 된다. 이후 오락의 섬에 간 피노키오가 원작에서는 담배를 피우지만, 실사판에서는 루트 비어를 마시는 걸로 순화되었다.

가장 크게 변경된 부분은 고래뱃속 장면을 포함한 결말이다. 원작에선 ‘몬스트로’라는 큰 고래의 배 속에 갇힌 제페토를 구한 피노키오가 사망하게 되고 이후 요정의 마법 덕분에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실사판에서는 피노키오와 제페토가 함께 힘을 합쳐 고래 몬스트로에게 탈출하다 제페토가 사망하지만, 피노키오의 눈물로 되살아난다. 여기에 지미니의 내레이션이 추가되어 피노키오는 마음 깊은 곳에 진짜 아이로 살아있을 것이라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동굴 밖으로 나가는 피노키오 뒷모습에서 나뭇결 피부가 인간의 피부로 살짝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운을 더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 이상을 해내지 못한 실사화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원작이 워낙 유명해서 두터운 팬층이 존재하고, 자사 IP인 만큼 손쉽게(?) 제작도 가능하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최근 디즈니의 실사 프로젝트는 너무 자주해서 관심이 예전보다 덜하다. 원작이 가진 장점이 퇴색되는 부분도 있어서 디즈니의 이런 행보가 바람직한지 의문도 점점 생긴다.

<피노키오> 역시 실사화로 바뀌면서 캐스팅 논란을 빗겨나갈 수 없었다. 특히 요정 캐릭터가 원작과는 달리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여 많은 논쟁을 낳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과도한 PC적 요소가 아닌 등장 캐릭터의 역할 자체가 원작보다 축소되어서 실망스럽다. 원작에서 착하고 용감하게 살면 사람으로 환생시켜주는 요정의 역할이 적은 분량이지만 많이 중요했는데, 실사화에서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지면서 작품이 건네는 명확한 교훈이 퇴색된다. 대신 원작보다 열린 결말로 현대적인 해석을 유도하려는 작품의 연출의도는 되짚어볼 만하다.

기존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최고의 CG 기술을 선보이며 어디선가 실제로 있는 듯한 사실감과 자연스러움이 좋았지만 <피노키오>는 그렇지 못하다. 실사로 재현된 피노키오는 목재 인형이 살아있다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실제 화면에 단순하게 붙인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 톰 행크스를 제외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피노키오>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제는 어른들이 된 관객에게 그때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제는 디즈니의 대표 음악이 된 ‘When You Wish Upon a Star’(디즈니 로고 나올 때 나오는 음악)을 <피노키오>에서 다시 들은 것은 감격스러웠다. 여기에 원작 애니메이션 혹은 동화에 담긴 메시지를 시대 흐름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한 점은 눈 여겨 볼만하다. 많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흐뭇한 건 어쩔 수 없다. 부디 다음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는 원작의 재미와 감동은 손실 없이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연출의도를 이질감 없이 잘 덧붙인 작품으로 나오길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