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대박을 냈지만, 유독 한국에선 영 힘을 못 쓰는 영화들이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작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경우, 전세계 수익 2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흥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한편, 국내에서는 328만 관객에 그쳤다. 300만 이상의 관객 자체가 적은 건 아니지만 역대 흥행 톱 5에 위치한 <아바타>(2009, 1362만), <타이타닉>(1998, 서울 197만), <쥬라기 월드>(2015, 554만), <어벤져스>(2012, 707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심심한 수치인 게 사실이다. 한편 지난 연말 공개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는 개봉한 지 2주 만에 막 100만 고지를 간신히 넘긴 상태다.

물론 이보다 극단적으로, 세계 매출액 대비 한국 시장의 수익이 1%도 미치지 못하는 예도 수두룩하다. 총 수익 1억 달러를 훌쩍 넘겼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세계/한국 수익은 박스오피스 모조(http://www.boxofficemojo.com)를, 국내 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참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세계 수익 $ 2억3641만
한국 수익 $ 49만 달러 (13만 명)

두말할 것 없이 당대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제니퍼 로렌스.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은 오스카 특수도 누리지 못하고 12만 관객에 그쳤다. 2014년, 2015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여자 배우에 등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한국에서 대부분 밋밋한 결과를 낳았다. (데이빗 O. 러셀 감독과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다시 작업한) <아메리칸 허슬>, <조이> 역시 각각 15만, 12만을 기록했다. 근래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손꼽히는 '헝거게임' 시리즈 역시 한국 내 수익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 4억2536만
$ 173만 (26만 명)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역시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에 비하면 국내 성적이 좋지 못하다. 4억 달러 수익을 기록한 타란티노 최대 흥행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26만명을 동원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0.25% 수준이다. 한편 2016년 초 개봉한 <헤이트풀8>(2015)은 70mm 필름으로 촬영돼 큰 스크린에서의 상영이 요구됐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상영관을 넉넉히 잡지 못해 대부분 소형관에서만 상영된 바 있다. 잔인한 이미지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러닝타임이 2시간 40분을 넘어가는 것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아르고
Argo, 2012

$ 2억3232만
$ 84만 (14만 명)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영예는 한국의 흥행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2010년대 들어 작품상을 수상한 <허트 로커>, <킹스 스피치>, <아티스트>, <노예 12년>, <버드맨>이 대부분 수익 1억 불 이상을 기록했지만, 한국에서는 단 한 작품도 1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다. 벤 애플렉이 감독과 주연을 겸한 <아르고>는 2억 달러를 훌쩍 넘겼음에도, 국내에선 14만 관객에 그쳤다.


레고 무비
Lego Movie, 2014

$ 4억6916만
$ 143만(25만 명)

<레고 무비>는 북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정상권을 지키며 5억 불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방학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3만 명이라는 저조한 실적을 거두었다. 이에 대한 배경은, 배급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와 CJ CGV, 롯데시네마의 흥행수익 배분 갈등으로 인해 상영관이 제한된 결과라고 개봉 당시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로부터 2년 후 어린이날을 맞아 재개봉하긴 했지만, 2만 관객을 더할 뿐이었다. 내달 개봉하는 <레고 배트맨 무비>의 결과는 어떨는지.


19곰 테드
Ted, 2012

$ 5억4936만
$ 175만 (26만)

입 걸고 여자를 무지 밝히는 곰인형을 내세운 코미디 <19곰 테드>(2012)는 제작비의 10배를 웃도는 수익을 올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2012년 흥행 순위, 북미 9위와 세계 12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에서 저런 되바라진 캐릭터는 시기상조였던 걸까, 고작 26만 관객만이 극장에서 테드의 기행을 목격했다. 2년 후 개봉해 전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낸 속편은 한국에서도 실패했다.


행오버 2
The Hangover Part II, 2011

$ 5억8676만
추정 $ 40만 (6만 명)

한국에서 '미국식 코미디'는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이 계열의 대표작으로서, 개봉될 때마다 박스오피스를 흔들었던 '행오버' 시리즈 역시 그 속설을 거스르지 못했다. 정식 개봉하지 못한 첫 번째 편 이후 2년 만의 신작 <행오버 2>는 미국의 어마어마한 흥행에 힘입어 극장에 걸리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6만'이라는 눈물 겨운 결과를 낳았다. 마지막 편 <행오버 3>(2013)가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건 물론이다. 


2
Cars 2, 2006

$ 5억6211만
$ 339만 (46만)

한국에서의 픽사 흥행력은 늘 어중간했다. 1995년 <토이 스토리>부터 작년 <도리를 찾아서>까지, 픽사에서 만든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넘기긴 했지만 '대박'이라 하기엔 부족한 수준이었다. '카'는 유독 반응이 시들한 시리즈다. 첫 번째 편이 4억6천만 둘째 편이 5억6천만 달러를 기록한 한편, 국내에서는 각각 66만, 46만에 그쳤다. <카 2>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패했고,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에도 바짝 추격당했다.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Pitch Perfect 2, 2015

$ 2억8750만
$ 39만 (7.5만)

'피치 퍼펙트' 시리즈는 '<더 보이스>,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영화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서사와 흥겨운 노래가 가미된 영화 <피치 퍼펙트>(2012)는 꽤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인 디 에어>로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 받은 주연 애나 켄드릭은 이 영화로 '핫한'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다. 2년 후 개봉한 속편에서는 전작의 두 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청춘영화'의 전형은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첫 편은 1만3500명, ('언프리티 랩스타' 유행에 맞춰 억지로 갖다붙인 듯한 제목의) 속편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는 7만5000명 관객을 동원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American Sniper, 2014

$ 5억4742만
$ 192만 (35만)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흥행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3주 간 단 4개관에서 상영하다가 4주 차 주말을 맞아 대규모 스크린을 확보한 이후 연속 3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간 것이다. 결국 이전까지 이스트우드 최대 흥행작이었던 <그랜 토리노>(2008)의 기록보다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35만 관객에 그치고 말았다. 미국의 흥행에 힘입어 아이맥스관의 상영도 진행했지만, 대단한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스펙터클에 기대지 않고, 영화의 주인공 크리스 카일이 한국에선 낯선 존재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 2015

$ 5억7100만
$ 248만 (36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극악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5억7100만 불을 벌어들였다. (<미니언즈>를 제외하면) 1억 달러 미만 제작비가 투입된 2015년 개봉작 가운데 최고 기록이었다. 허나 한국에서의 반응은 투명했다. 36만명만이 극장을 찾았다. 다만 '야한 영화'답게 VOD 시장에서 호조를 보였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

$ 2억163만
$ 35억 (5만)

힙합은 당대 음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다. 미국의 전설적인 힙합 그룹 N.W.A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전체 흥행 수익 가운데 80%를 미국에서 올렸다. 나머지 나라에서는 흥행이 고만고만했다는 뜻이다. 힙합에 대한 수요가 대단한 한국에서도 반응은 미미했다. 힙합깨나 듣는다는 사람들은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의 한국 개봉을 두팔 벌려 반겼지만, 결과는 5만 관객이 전부였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Trainwreck, 2015

$1억4079만
$16만 (3.4만)

멜리사 맥카시, 티나 페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출신 배우로 세를 넓히고 있는 에이미 슈머.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녀는 '미국 코미디영화의 거장' 주드 아패토우가 연출한 첫 주연작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로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1억 불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40살까지 못해본 남자>(2005) 이후 10년 만에 주드 아패토우의 작품이 한국에서 개봉했지만, 전국 스크린수 161개에서, 그것도 '퐁당퐁당'으로 상영돼, 3만4천 명만이 이 유쾌한 코미디를 극장에서 만났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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