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라고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위치 추적 어플을 사용해 찾으려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고, 습득자가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면 얼마라도 사례금을 주고 찾을 수 있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급한 연락은 컴퓨터를 켜서 SNS로 해볼 수는 있지만 결국 몇 날 며칠 고민 후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러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데, 새 스마트폰만 사면 끝일까? 연락처를 백업해두지 않았다면? 은행 계좌 등 신용 정보도 모두 들어있는데? 사진들은 어떡해야 하나? 만에 하나 내 스마트폰의 정보를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이 상상이 속도감 있는 한 편의 영화로 탄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가 바로 그 주인공.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담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평범한 회사원 역은 <곡성>(감독 나홍진, 2016),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2022)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여왔던 천우희 배우가, 스마트폰을 우연히 주운 후 그녀에게 접근하는 준영 역에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2022)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임시완 배우가 맡았다.
오랜 연출부 생활로 탄탄한 내공을 쌓아 온 김태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스마트폰을 또 한 명의 배우이자 영화의 주인공이라 생각했다”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몰입감을 주는 영화”라고 밝히며 영화의 독특한 소재와 설정을 설명했다. 김태준 감독을 만나 영화와 배우,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2월 17일 넷플릭스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축하드려요! 소감 부탁드리고요. 이런 결과를 예측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 체감은 전혀 못하고 있는 상태라서요. 수치를 보면서 신기해하고만 있습니다(웃음). 한국 콘텐츠에 대한 애정으로 이 영화를 봐주시고 있지 않나 생각도 있고요. 이제부터가 영화에 대한 진짜 반응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영화 제목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요. 저는 처음에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뿐인데’가 더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뭔가 잃어버린 사람의 책임도 좀 있다고 생각해서요. 왜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작 제목 그대로 딴 거라고 하시면 질문이 무의미하겠지만요(웃음).
제작사 대표님의 의지가 상당했어요.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살 정도였거든요. 물론 제작 과정에서 좀 더 새로운 제목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막상 딱 붙는 새로운 제목이 없더라고요. 지금 기자님 말씀하신 그 제목 생각을 못 했네요. 분실폰도 좀 이상하고요(웃음).
그럼 영화는 제안을 받고 하신 건가요?
네.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상상력 자극하니까요. 또 스마트폰만으로 스릴을 만들어내면 또 새로운 게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그래서 준영 캐릭터 자체도 전투력이 없는, 그래서 심리전이랑 정보전을 하는 사람으로 설정한 거죠. 물리적 살인보다는 사회적 살인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시가 아키라)가 있고요, 일본에서 2018년에 무려 <링>(1998)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도 했죠. 원작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또 이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가려 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 영화로 나오기 전에 소설을 먼저 읽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했고요. 그런데 한국 정서랑 묘하게 안 맞는 지점들이 몇몇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현실에 맞는 각색을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면에 집중해서 시나리오를 발전시켰죠. 소설은 심리묘사를 디테일하게 할 수 있고, 반전처럼 범인을 숨길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게 어려울 것 같았어요. 또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야 관객에게 위험을 더 정확하게 인지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형사 캐릭터가 조금 애매해지더라고요. 형사가 할 일이 있는데, 우리 영화는 원작과 달리 범인의 정체를 초기에 노출해버리니까요. 그래서 형사라기보다는 아빠라는 새로운 설정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스마트폰을 분실하면서 생기는 개인 정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가족 관계에서 소통의 부재와 단절로 생기는 오해들을 겹겹이 레이어처럼 쌓고 싶어서 형사를 아빠로 설정했습니다. 또 원작에서는 주인공 피해자가 다른 신분으로 살아요. 그것도 재밌지만 전 좀 더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일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질감을 주려고요. 그래서 정말 평범한,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각색했어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쳤네요.
오프닝 시퀀스가 진짜 확 와닿더라고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 그러니까 세상이라는 말이 스마트폰에 갇힌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느껴져요. 오프닝 시퀀스는 어떻게 구성하신 건가요?
영화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뭔지 아세요? ‘오프닝이 이 영화의 50%’라는 말이었어요. 관객이 자신의 일상과 동질감을 느껴야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아, 나도 저렇지 하고 영화를 보다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는 순간 톤이 바뀌면서 잃어버렸다고 상상할 수 있는 거죠. 또 주인공의 일상을 관객과 동기화하는 것도 목표였어요. 그래서 오프닝 시퀀스에 노출되는 회사명, 로고들에도 신경을 썼죠.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것들로 보이도록요. PPL이 아니라 각 회사에 연락해서 영화에서 노출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어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민감한 소재의 영화라 꺼릴 수도 있는데,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 때문인지 감사하게도 다 허락해주셨습니다. 가짜를 쓰지 않고 진짜들이 나와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오프닝 시퀀스는 가장 처음에 콘티 작업을 했고, 후반작업에서도 가장 많이 공을 들였던 씬입니다.
(오프닝을) 촬영 초반에 찍으신 건가요?
초반에도 찍었지만, 장소가 워낙 다양해서 해당 장소에 갈 때마다 찍었어요. 오프닝 시퀀스에도 있지만, 다음날 타임랩스해서 주인공이 또 똑같이 움직이거든요. 처음에는 그대로 찍다가 그다음에는 뒤집어서 사람을 보여주니까 그런 장면들은 돌아가면서 찍었고, 그래서 회차가 많았어요. 거의 모든 회차에 오프닝 시퀀스 장면이 녹아 있을 정도니까요.
배우 이야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임시완 배우에게는 <미생> 때의 여리면서 선한 면모도 있고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2022)의 악한 이미지도 있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오준영 역에 임시완 배우를 생각하면서 쓰신 건가요?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고요.
저는 이 영화에서 물리적인 힘, 위력 같은 걸 활용해서 서스펜스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체격적으로 뭔가 위압감이 있거나 인상이 센 사람은 준영 역 이미지 자체에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사실 임시완 배우가 제격이더라고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이미지와도 맞고 호감도 주는 캐릭터인데, 이런 사람의 악한 의지가 여기에 붙으면 입체감이 생기겠다 싶었던 거죠. 어차피 준영은 사람을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심리전을 하는 캐릭터라서 굉장히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임시완 배우가 사랑스럽고 호감 가는 이미지도 있지만, 그 반대의 이미지도 있어서 연락을 했어요. 처음은 거절하더라고요. 몇 개월 뒤에 계속 임시완 배우가 생각난다고 연락을 했더니 하겠다고 했어요. 돌아와줘서 다행이었죠(웃음).
임시완 배우가 맡은 오준영 캐릭터의 전사가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불우한 가정사가 있던 것 정도로 읽히는 대사들만 나오고요. 그래서 이 인물이 스토킹을 넘어 연쇄살인을 하는 동기도 파악하기는 좀 어려워요. 준영은 어떤 역사를 가진 인물인가요?
처음부터 이 사람이 개인적인 사연으로 이런 일을 하는 건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스마트폰이 메인이 된 소통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형상 같은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었죠. 그럼에도 설정한 건 영화 마지막 부분에 출생신고 미등록자로 나오는 부분이죠. 정말 이 사람은 어디서 온 지 모르겠고, 굉장히 외로웠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소통이 없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타인의 소통을 차단하면서 ‘너희도 나와 다르지 않아’라고 했을 것 같고요. 나미를 묶어놓고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도 일부러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요. 훌쩍이는 척하는 장면에서도 얼굴을 안 보여줬는데, 일부러 그랬어요. 가짜 표정을 보여줘야 하고 진짜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인데, 관객을 속이기 싫어서 뒷모습만 보여준 거죠. 그런 모습들이 거짓도 아닌 것은 대사에서도 표현됩니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이러고 사는 건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다 연결되는데’ 이런 대사에서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준영의 가치관, 어긋난 신념이 드러나죠. 그래도 영화에서는 개인적 사연보다는 소통이 키워드였기에, 그런 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장르적으로 보면 준영은 여자만 골라 연쇄살인을 벌여야 합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은 제압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준영은 나미의 아버지를 간단하게 제압합니다. 그리고 살려놔요. 이건 기존의 장르에서의 클리셰를 비튼 건가요?
그렇게 보셨다면 묘사를 섬세히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원작에서는 여성만 골라서 죽인 것은 아니거든요. 저는 성별을 강조하기보다는, 관계와 소통이 단절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에서 준영이 살고 있는 집도 남자를 죽여서 차지한 곳이고요, 핸드폰 수리점에 나오는 사망자 명단에도 남자 이름이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이 영화에서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
나미 역을 맡은 천우희 배우 연기도 너무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캐릭터가 변화하는 계기가 좀 불분명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건 형사 지만 역을 맡은 김희원 배우에서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질문은, 몇몇 캐릭터에서 장르적인 쾌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개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반응도 있고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화를 재밌게 보면 성공이고 아니면 실패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크게 성공, 실패는 아니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성공과 실패라고 봅니다. 영화를 보고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하고요(웃음). 사실 나미는 영화 전반부까지는 자각을 못해요. 그런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대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에게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가겠죠. 그러다 보면 주인공의 행동이 납득이 안 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캐릭터에 몰입이 되지 않은 채 멀어지면서 극 전개가 느려진다고 느낄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것도 다행인 것이, 그렇게 느낀 관객들은 이런 일이 닥쳤을 때 나미보다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 나미를 응원하면서 보는 관객에게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고요. 이 영화를 보고 스마트폰과 개인 정보에 대해서 한 번만 더 생각할 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쁜 사람들이 덜 판칠 수 있는, 조금이나마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마음이 들었고요.
앞에서 오프닝 시퀀스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마지막 시퀀스도 결국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고 또 소통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연쇄살인이라는 큰일까지 벌어졌는데, 세상은 그렇게 크게 요동하지 않고, 잠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넘어가는 소동 정도로 다뤄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수미쌍관 형식을 취한 이유가 있을까요?
목표가 명확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이미지는 무조건 스마트폰 안에 나미의 이미지가 갇혀 있는 걸로 하려고 했거든요. 이슈가 되었을 때 궁금해지잖아요. 시청자의 시점에서 나미가 어떻게 하는지 보는 거죠. 그런데 정작 범죄자 정보는 알려져 있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이슈가 되는 겁니다. 사건을 알게 된 사람들이 나미를 응원하겠다고 해도, 어찌 보면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물론 현실에서는 ‘조심하세요. 당신도 나미처럼 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겠죠. 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돌아보면 좋겠다는 의도로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구성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실 이제 스마트폰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요즘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선생님이 카카오톡으로 단톡방을 만들어서 공지사항을 전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어요. 스마트폰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화번호 한두 개쯤은 외워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생활이 편리해지고 단순하게 살수록, 자신을 더 드러나게 하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그걸 상징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아직 폴더폰 쓰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감독님, 스마트폰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요?(웃음) 농담이고요, 감독님에게 스마트폰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이번 영화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주고 싶으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스마트폰이란 건 나를 하나 더 만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얼굴을 많이 넣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게 나다’ 하는, 마치 분신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요.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 자신보다 더 자신을 잘 읽어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항상 자신을 관찰하고 있으니까, 그런 모습도 영화에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영화감독의 꿈은 언제부터 꾸신 건가요?
2001년에 <메멘토>(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를 보고 결심했던 거 같아요. 나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면서 머릿속이 복잡했거든요.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잡념이 싹 사라지고 온전히 영화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어요. 그러면서 영화가 궁금해졌고, 그때부터 영화를 엄청 봤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여름방학 동안 거의 100편 넘게 본 거 같네요. 그러면서 점점 더 영화가 좋아졌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고요.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향을 받은 감독이 있다면요?
너무 많죠. 일일이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하지만 저는 항상 저와의 싸움을 하려고 해요. 과거의 저와 늘 싸우고 있는 거죠(웃음).
경영학 전공이시던데,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발을 들이신 건가요?
경영학은 수학이 필수잖아요. 제가 정말 못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재무관리 같은 과목은 하나도 안 듣고, 인사관리 같은 과목들만 수강했습니다.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했고요. 사실 영화동아리(영상촌)도 잠깐 들어갔었는데요, 술을 너무 먹이는 바람에(웃음). 졸업하고 나서는 영화아카데미에 가고 싶었어요. 대단한 감독님들을 배출한 곳이잖아요. 알아보던 중에 졸업작품 스태프 구인 공고를 접했어요. 가까이서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갔는데, 첫 현장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조감독을 시키더라고요. 말이 조감독이지 슬레이트 치고, 밥 사다가 나르는 일을 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현장은 정말 재밌구나 하고 느꼈어요. 작품을 마치고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연출부 막내로 들어갔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어요. 다른 감독님들을 만나는 거였죠. 감독님들이 현장에서 디렉팅하는 모습을 옆에 딱 붙어서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여쭤보고요.
영화판으로 들어선 것에 대해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
당연히 안 좋아하셨죠. 사실 저는 대학도 안 가려고 했어요. 부모님이 대학은 가라고 하셔서 진학한 거고요. 또 영화학과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경영학과 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님이 원하는 걸 하나씩은 다 했던 거예요. 졸업하고 나서도 영화를 한다는 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시고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물론 지금은 너무 좋아하시고요(웃음).
차기작은 뭐로 준비하고 있으세요?
찍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죠(웃음). 과연 다음 영화를 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에요. 정확히 정해진 건 없지만, 아마 지금 영화사랑 같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 중이고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이 정말 자신과 같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해주시면 좋겠어요. 덧붙여서 가끔은 개인정보를 정리하면 좋겠고요. 영화를 보고 그 정도만 느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관계와 소통 방식이 많이 변형되었잖아요. 특히 가족이나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조금 더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한 번쯤 그런 관계들도 되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