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린은 엑스맨과 어벤저스의 가장 뛰어나고 용맹한 전사이지만, 그의 뛰어난 재능은 싸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어린 세대를 멘토링하는 역할에 열심이며, 육체적 훈련뿐 아니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정신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려고 많이 노력한다. 히어로 양성 학원을 차려도 될 만큼 꽤나 잘 하는 분야인데, 실제로 어린 뮤턴트들을 싸우는 군인이 아닌 학생으로 키우기 위해 직접 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초창기 본인의 생각과 판단만을 우선시하며 거칠고 성급하게 달려들던 캐릭터였음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의 변화된 모습이다. 지금은 엑스맨의 뮤턴트들은 물론 미즈 마블 같은 초보 히어로에게도 방향을 제시해주며, 스파이더맨 같은 베테랑에게도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고 있다. 후배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되지 않았을까? 사립 울버린학원(?)에서 참교육을 받고 멋진 히어로가 된 그의 제자들을 살펴본다.
울버린의 멘토
울버린에게도 멘토가 있다. 선원 생활을 하던 1930년대에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오군이란 사람으로, 일본 제국군의 장교였다. 울버린을 만난 오군은 그가 마음에 들어 직접 무술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까지 했다. 몇 년 후 일본으로 찾아가 제자로 들어간 울버린은 지도편달을 받아가며 점점 그를 아버지처럼 여기게 되었다. 오군은 사무라이의 전투기술과 손자병법을 가르치고, 본성에 굴복해 짐승이 되지 않도록 균형과 조화를 다스리도록 했다. 하지만 죽음을 극복하는 법에 집착하게 된 오군은 마법 쪽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고, 결국 금지된 술법을 익혀 다른 사람의 몸으로 자신의 정신을 옮기는 기술을 얻었다. 그는 울버린의 몸을 원했지만 울버린이 먼저 일본을 떠났고, 이후 오군은 완전히 타락해버렸다.
1호 제자 키티 프라이드
울버린의 제자가 된 최초의 인물은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가진 키티 프라이드였다. 엑스맨이 새로 영입한 가장 어린 뮤턴트였던 키티는 아직 자신의 초능력조차 미숙했던 시절이라, 거칠고 투박한 울버린을 가까이하기 어려워했다. 오군이 키티를 납치해 닌자 수련생으로서 세뇌시키고, 그 몸을 차지하려 했다. 울버린은 키티를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가 오군의 통제를 깨뜨렸다. 그리고 키티에게 정신 지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싸우는 법을 가르쳤다. 키티는 오군에게 복수를 하려 했으나 압도적인 실력 차이에 다시 한 번 몸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울버린의 훈련 덕분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할 수 있었고, 결국 울버린이 자신의 스승을 처치했다. 이 사건은 울버린과 키티를 아버지와 딸 같은 사이로 만들어주었으며, 키티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성장하게 되었다. 지금은 엄연한 엑스맨의 주축인 키티는 울버린이 힐링 팩터를 잃고 위기에 처했을 때 위협하는 적들을 제거하는 등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출소녀 주빌리
형형색색의 불꽃을 발사하는 가출 청소년 주빌리는 엑스맨의 여성 멤버들과 먼저 마주치긴 했지만, 우연히 붙잡힌 울버린을 구출해준 뒤로 함께 도망 다니며 그와 유대감을 갖게 되었고, 이 일은 엑스맨에 합류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 사이도 부모 자식 같은 관계가 되었고, 주빌리가 뮤턴트 능력을 잃은 뒤에 전투복을 입고 행동에 나서자, 이를 TV로 지켜본 울버린은 얼굴이 보이지 않음에도 주빌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주빌리는 울버린에게 뮤턴트 능력을 잃고 큰 상실감에 빠진 시기에 자신을 보러 와주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빌리가 뱀파이어에게 물린 후에는 피에 대한 충동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피를 주기도 했다. 주빌리 역시 이젠 자신이 어린 뮤턴트들을 지도하는 입장이 되었다.
울버린과 아머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를 감독한 조스 웨던이 코믹스 작가이기도 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은데, 그가 쓴 <어스토니싱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울버린이 히사코 이치키라는 뮤턴트 소녀를 지도한다. 자신의 몸을 일종의 에너지 갑옷으로 둘러싸는 초능력을 가진 히사코는 자비에 연구소의 학생으로, 엑스맨과 함께 외계의 행성에 가게 되었다가 울버린과 둘이서만 갇혀버렸다. 실전에 투입된 적이 없었던 히사코는 이 상황에 대해 당황해하고 무서워했지만, 울버린이 곁에서 용기를 북돋워주고 방법을 지도했다. 덕분에 히사코는 “아머”라는 이름을 정하고 엑스맨의 멤버로 정식 합류할 수 있었다.
울버린의 후계자 X-23
모두 다는 아니지만 울버린이 큰 영향을 준 제자들이 다 여자라는 점도 재미있다. 울버린의 DNA를 복제해서 만든 “딸”인 로라 키니(X-23) 역시 그가 신경써서 돌봐준 인물이다.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혈통이기도 하니 더욱 신경 쓰였을 수 있다. 울버린은 로라가 본능에 굴복해 자신처럼 무자비한 살인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자신의 암살 팀 '엑스 포스'에 로라를 합류시켰음에도, 나중에 뮤턴트 구세주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는 팀에서 쫓아내버렸다. 그럴 거면 처음엔 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처음엔 적대적으로 굴었던 로라도 점차 그에게 마음을 열고 진짜 아버지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로라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위한 삶을 살길 바라는 울버린의 마음을 이해한 로라는 그가 사망했을 때 ‘울버린’의 이름을 이어받는 것을 선택했다.
최강의 반항아 키드 오메가
아마 울버린의 남자 제자 중에 가장 인상적인 이는 키드 오메가일 것이다. 오만하고 무례한 성격의 키드 오메가는 자비에 교수나 진 그레이에 맞먹을 정도의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자다. 그러나 성격이 비뚤어져서 학교를 장악하려고 갱단을 조직하거나 폭동을 일으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생방송 도중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폭로하게 하는 등의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울버린은 캡틴 아메리카가 그를 잡아가게 하려 할 정도였다. 그러나, 학교를 차렸을 때 곁에 두기 위해 키드 오메가를 데려갔고,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꾸준한 지도 끝에 점차 선한 인물이 되도록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젠 남을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익힌 그는 엑스맨을 위해 벌써 몇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까지 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