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감독 조의석)가 2주 연속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는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top10.netflix.com)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5월 15일~21일까지 시청 3,511만 시간, 77개국 TOP 10에 안착하며 공개 2주 연속 굳건하게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지켰다.
1위의 여러 동력 중에는 황폐화한 근미래 지구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인 색채로 그려낸 비주얼과 세계관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흡입력 있는 캐릭터들이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여준다는 점이 꼽힌다. 그중 단연 <택배기사>의 중심을 잡아주는 캐릭터는 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블랙 나이트로 활동하는 전설의 택배기사 5-8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이다.
2008년 모델로 데뷔한 김우빈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감독 신우철·권혁찬, SBS, 2012)에서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맡으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듬해 드라마 <상속자들>(감독 강신효·부성철, SBS, 2013)에서 대한민국 상위 1% 재벌가에서 자란 고등학생을 연기하며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훈훈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SBS 연기대상 10대 스타상을 거머쥐었다.
김우빈은 이후 영화로 영역을 확장했다. <스물>(감독 이병헌, 2015)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청춘의 모습을 보이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이후 <마스터>(감독 조의석, 2016),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 2022) 등 스타일이 뚜렷한 감독들의 선택을 받으며 독보적인 마스크와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택배기사>에서 김우빈은 택배기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인물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의감을 불태우는 캐릭터다.
2017년 비인두암으로 연기를 떠났던 김우빈은 3년 가까운 투병 생활을 마치고 다행히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죽음을 코앞에서 대면했기 때문이었을까.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감독 김규태·김양희·이정묵, tvN, 2022)에서 다시 만난 김우빈에게서는 뭔가 홀가분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눈빛과 어깨에 한껏 들어갔던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트를 잃은 것도 아니다. “연인 신민아 배우는 <택배기사>를 보고 뭐라고 하던가?”라는 질문에 “제가 너무 방심하고 있었네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감사’와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말한 김우빈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넘쳐났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 배우에게 <택배기사> 그리고 그의 연기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택배기사>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더니 2주를 더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니까요. 기대하지 말자고 스스로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분에게 소개해 드리는 데 의미를 두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이 봐주고 계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축하 연락을 너무 많이 받고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작품을 할 때는 늘 비슷했는데요, 넷플릭스와 하면서 그 규모에 놀라는 거 같아요. 저는 똑같이 작업을 했을 뿐인데, 전 세계에서 너무나 많은 분이 봐주시니 거기에 대해 놀라움이 좀 있는 거죠. 사실 다들 열심히 작업했는데 극장에 잠깐 걸렸다가 사라져버리는 작품들도 많아서 아쉬웠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누적 시청 시간이 3천 만 시간이 넘었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잖아요. 일단 K-콘텐츠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에 OTT에 진출해 길을 잘 닦아준 선배들의 덕을 <택배기사>가 보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또 조의석 감독님께서 좋은 작품 만들어주셔서 호응해주시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외계+인 1부>에 이어 또 SF 장르로 복귀하셨어요. 특별히 SF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작품을 선택할 때 장르를 기준으로 한 적은 없어요. 제가 SF도 좋아하기도 하는데, 공교롭게 연달아 SF 작품을 하게 된 것일 뿐이죠. 캐릭터가 궁금하기도 했고, 조의석 감독님과의 작업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에 끌렸던 이유가 있다면요?
시나리오를 읽어 보면서 일단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궁금했어요. 5-8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더 알아보고 싶었고, 또 알 거 같았고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라면 조의석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겠죠. 7년 전에 <마스터>를 하면서 그때 기억이 정말 좋았거든요. 다시 호흡을 맞춘다면 굉장히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택배기사>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분명히 잘 구현해주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택배기사> 세계관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뭐였나요?
혜성 충돌 이후 지구가 대기 오염으로 사막화되었다는 설정이었어요. 시나리오를 받은 시점에 사실 우리 모두가 이미 마스크를 쓰던 시절이었거든요. 모두 불편했고, 아팠죠.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않아야 되겠지만, 어쩌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처음부터 접근이 어렵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투병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이후 세 번째 작품입니다. 100%의 컨디션으로 작업하지는 못했을 거 같은데, 강렬한 액션신을 소화해야 하는 이번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늘 작품을 만날 때면 부담감도 있고 긴장감도 생기는 건 사실이죠. <택배기사> 촬영할 때는 이미 회복이 거의 잘 되었을 무렵입니다. 물론 액션신이 많다 보니 몸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있긴 했죠. <외계+인 1부>를 13개월 동안 촬영했어요. 그후에 <우리들의 블루스>를 6개월 촬영했고요. <택배기사>에는 좀 늦게 합류했는데요, 다행히 체력이 너무 좋은 상태에서 회복도 잘 되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스태프들이 배려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혹시 제가 힘들까 봐요. 덕분에 수월하고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5-8은 헤비스모커입니다. 많은 시청자가 김우빈 배우 건강이 다시 나빠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CG라고 하더라고요. 항암 투병을 했던 김우빈이 담배를 피우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요(웃음).
감사합니다. 성공적이네요(웃음). 처음에 조의석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건네주실 때 “5-8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캐릭터인데, 너는 몸이 안 좋으니 다 뺄게”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으면 읽을수록 5-8과 담배가 너무 잘 어울리는 겁니다. 그래서 여쭤봤어요. 혹시 CG로 가능할지요. CG팀에서 있는 담배 연기를 지우는 건 어렵지만, 없는 걸 만드는 건 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해보겠다고 했어요.
담배를 피우면서 운전 중에 핸들을 꺾으면 눈으로 연기가 들이칠 테고 따가울 거다,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옷을 툭툭 쳐야지, 등등 이런 상상을 하면서 연기했죠. 연기하면서도 “지금 눈이 따가워서 깜빡인 거예요”, “방금 불똥 튄 거예요”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웃음). 다행히 정말 진짜 같이 만들어주셨더라고요. 숨을 들이마실 때 불이 빨갛게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모습까지요.
조의석 감독님은 5-8에 멋진 건 다 ‘때려 넣고 싶었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김우빈 배우 덕분에 너무 멋지고 완벽한 캐릭터가 탄생한 거 같습니다.
촬영감독님이 멋있게 찍어주셨고, 조명도 멋졌죠. 분장도 잘 꾸며줬고요. 사실 캐릭터도 멋있긴 합니다만, 정작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5-8이 왜 이렇게 사는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움직이는가였어요. 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현장에서도 그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 영화가 많죠. 5-8 캐릭터를 맡으며 특별히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요?
아니요, 아니요. 뭔가를 참고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그 안에 갇힐 거 같더라고요. 참고보다는 제가 설정한 캐릭터로 연기했습니다.
좀 편향적으로 본 것일 수도 있지만, 5-8만 나오면 화면이 안정감을 찾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했는지 설명해주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5-8은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고 아파야만 하는 상처가 있는 인물이죠. 세상에 대한 분노도 크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택배기사가 되기 전에 그 역시 난민이었기에 어릴 적 받았던 아픔과 지금 난민들이 겪는 고통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하죠. 그것이 5-8을 움직이는 이유이고요.
그 외에 5-8의 전사로 설정한 부분이 있나요?
원작 웹툰과 이름도 다르게 설정했어요. 음, 짧게 말씀드리면 태어날 때부터 계급화된 사회였던 거고, 부모는 눈뜬 순간부터 없었던 사람이죠. 가족을 위해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세상을 떠났고, 결국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 자신을 찾기 위해 감정을 숨겨야 한다는, 그런 전사들은 제가 만들었어요. 연기하면서 저는 주로 전사를 설정하는 편인데요. 제가 믿을 수 있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에서 최대한 힌트를 얻고 상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요. 크게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요.
극 중에 “너 내 이름 알아?”라는 대사도 5-8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거 같아요
5-8이 이름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월에게도 그렇게 물을 때도, 그 이름에 개의치 말고 너 스스로 존재하라는 의미를 전한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외적으로 보이는 의상 역할도 확실히 큰 거 같아요.
사실 저도 몸을 좀 더 키웠어요. 원작 웹툰 속 5-8이 다른 인물이지만, 근육질 비주얼은 비슷하고 싶었거든요. 운동도 많이 했고 체중도 3kg 정도 증량했죠. 의상팀이 저랑 여러 작품을 했던 팀이라 제 체형을 잘 아세요. 어떻게 입히면 장점을 잘 부각할 수 있는지 아시니 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요. 만들어주시는 대로 피팅하고 연기했습니다.
마스크 쓰고 연기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래도 시청자들은 김우빈의 연기가 대단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믿고 연기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그게 아닐 수 있잖아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계속 확인을 받았어요. “지금 제가 하는 게 맞아요?”라고 하면서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또 마스크 때문에 아무래도 대사 전달이 어렵잖아요. 결국 후시녹음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동시 녹음의 느낌이 아무래도 더 잘 사니까, 최대한 대사 전달이 잘 되도록 신경을 썼어요. 어떤 분은 “마스크를 쓰면 얼굴 반이 가려지는데 감정 전달이 어렵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내 기운과 마음이 그 감정이라면 그건 눈에도 표현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5-8이 가진 신념, 가치관이 잘 드러난 장면은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많은데요, 지금 생각나는 장면은 과거 난민학살 장면입니다. 또 사월이가 경기하는 동안 난민과 폭탄 테러를 하고 난 장면도 있고요. 찍으면서도 참 많은 감정이 들었던 장면이에요. 분노는 물론이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5-8이 결심하고 움직이게 된 동기가 되었던 순간이었던 거 같아서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이솜 배우랑 오랜만에 재회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오랜만에 만났다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시작도 같이했던 배우이고, 제가 촬영한 가장 최근 작품도 함께 한 거라, 새롭고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배우입니다.
사월 역을 맡은 강유석 배우랑은요.
사실 둘이 같이 나오는 신은 별로 없어요. 링 위에서나 같이 있지, 주로 제가 사월이를 지켜보는 장면이 많았죠. 혼자 넘어지고 구르면서 고생하니 미안했죠. 워낙 잘 해줘서 감사했고요. 강유석 배우는 참 밝고 열심히 하는 동생입니다.
송승헌 배우랑도 오랜만에 만나셨잖아요.
같이 하는 장면마다 편안하게 리드를 잘해주시죠. 후배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고 편안하게 촬영했습니다. 워낙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세요. 엔딩에서 대치하는 장면에서는 좀 멀찍이 떨어져 있었어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신이어서요. 혼자 욕하면서 떨어져 있었습니다(웃음). 너무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분이라 현장에서는 늘 즐거웠고요.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게요. 제가 어렸을 때 티비에서 봤던 때랑 지금이랑 너무 똑같은 거예요. 도대체 뭘 드시냐고 맨날 물어봤어요. 리스트 좀 공유해달라고요. 정말 좋은 거 많이 드시더라고요. 챙겨 드시는 게 열 개는 넘는 거 같아요(웃음).
인스타그램에 동료 택배기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언급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택배기사>에 액션신이 워낙에 많잖아요. 무술팀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영화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거기에 대한 고마움을 한 번 더 전하고 싶었습니다. 또 블랙 나이트 배우들이 정말 빛나고 좋은 배우들입니다. 실제 사람들도 좋고요. 그런데 분량이 적어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좀 더 많은 분이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린 거죠.
조의석 감독님 말로는 CG 작업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정말 후반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셨다고요. 그런데 정작 배우들은 배경도 없는 곳에서 상상해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힘들지 않았나요?
제가 <외계+인 1부>를 13개월 촬영하면서 하늘도 날아보고 빔도 쏘고 오만 걸 다 해봐서요(웃음). 좀 자신감이 있었어요. 어떤 촬영도 할 수 있다는 거? 그런데 해보니 역시 CG는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러니까요. 공간이 캐릭터의 몰입을 돕기도 하잖아요.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신다면요?
<택배기사>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찍었어요. 가장 큰 세트장은 음, 거의 1km 정도의 길을 흙으로 다 메웠던 세트입니다. 옆에 거대한 빌딩, 폐허,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장면인데요. 촬영 당일에 기대하고 갔는데, 흙밖에 없어서 좀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다시 5-8로 돌아가서요, 김우빈 배우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비슷한 점을 꼽자면, 저는 평소에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우리는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5-8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도우려고 하는 점이죠. 극명하게 다른 건 저는 우선 담배를 끊었고요(웃음), 5-8보다 감정 표현을 훨씬 잘합니다. 장난기도 많고요.
모델 데뷔 이후 연기로 무대를 확장하고도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꾸준히 일하는 원동력은 뭘까요?
글쎄요. 음, 일할 때 저는 행복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까지 버는 사람 잘 없잖아요. 정말 축복받은 거잖아요. 그래서 더 감사하려고 합니다.
투병 생활 이후 ‘감사일기’를 쓴다고 많이 알려져 있어요. 마지막 촬영 후에 쓴 감사일기에는 무엇에 대해 감사하셨나 궁금합니다.
거창한 것은 잘 안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작은 거요. <택배기사>를 하면서는 액션 신이 많다 보니까 큰 사고 없이 지나간 것들에 대한 감사일기가 많았어요. 사실 이런 작품을 하면서 요만큼도 안 다치는 건 정말 힘들어요. 까지고 멍들고요. 그런데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지나가서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는 거 같아요.
실제로 <택배기사>를 하고 나서 자연인 김우빈의 삶에서 변화한 것이 있다면요?
부끄럽게도 제가 촬영하는 기간에는 대기 오염 이야기 나오는데도 환경오염 문제에 관한 생각을 많이 못했어요. 그냥 5-8이 어떻게 해야 모두가 잘 살 수 있을지에만 몰두했던 거죠.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왜 환경에 관한 생각을 못했을까 싶더라고요. 스스로 어떻게 하면 될까, 거창하게 환경운동을 실천한다기보다는요, 하루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텀블러를 다시 꺼냈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텀블러 사용하는 거요.
또 한 가지 생각이 있어요.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인데요, 주변에 좋은 어른들이 많아서 더 잊지 않으려고 자꾸 노력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 모두 알잖아요. 행복해야 한다는 걸요. 그런데 자꾸만 까먹어요. 저 역시 자꾸만 제 단점을 찾으려고 하고요. <택배기사> 보면서 많은 분들이 스스로가 사랑받아야 하는 분들이라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김우빈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뭔가요?
너무 많죠. 저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요. 일어나서 해가 쨍쨍하면 너무 컨디션도 좋아져요. 그래서 제작발표회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 비 오면 너무 아쉬워요.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었는데 해가 쨍쨍해서 너무 기뻤고요.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네요. 연인이자 동료 배우인 신민아 씨는 <택배기사>를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아,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거는 빠지고 이걸로 기사 제목이 나갈 거 같은데(웃음). 인터뷰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였는지 제가 너무 긴장을 안 하고 있었네요. 항상 잘 봐주시고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나요?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넷플릭스와 상의를 해봐야겠죠. 더 많은 분이 봐주셔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아직 안 본 분이 계신다면, 많이 바쁘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봐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웃음).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