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존 허트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월 27일의 일이다. 1940년 1월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췌장암 투병 끝에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늦었지만 그의 대표작들을 돌아보며 애도의 글을 전한다.
존 허트 대표작
1978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1979 <에이리언>
1980 <엘리펀트 맨>
1984 <1984>
2001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6 <브이 포 벤데타>
2010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2011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201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3 <설국열차>
2016 <재키>
꼬리 칸의 지도자
솔직히 존 허트라는 배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서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영화기자, 평론가, 시네필 정도가 아닐까. 그런 그가 국내 영화팬들에게 알려진 건 봉준호 감독 덕분이다. 존 허트는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의 지도자 길리엄으로 출연했다. <설국열차> 촬영 당시 존 허트가 아이패드 화면 속 돼지머리를 놓고 진행한 고사에 참석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존 허트는 “고사가 끝나고 축문을 태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한다.
해리 포터의 지팡이 할아버지
<설국열차> 이전의 존 허트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미스터 올리밴더로 국내에 많이 알려졌다. 올리밴더는 ‘올리밴더스’라는 요술지팡이 가게를 운영한다. <해리포터와 돌>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는 해리에게 지팡이를 건네줬다. 9년 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2부에 다시 등장한다.
스파이들의 컨트롤
존 르 카레 소설이 원작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는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존 허트. 존 허트는 영국 비밀 정보부 MI6의 국장인 ‘컨트롤’을 연기했다. 컨트롤은 조직 내 구 소련의 스파이를 밝혀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두 번의 오스카 후보
앨런 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엘리펀트 맨>에 출연한 존 허트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지명됐다.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엘리펀트 맨>으로 남우주연상에 올랐을 때 존 허트 대신 <성난 황소>의 로버트 드 니로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남우조연상 후보가 됐을 때는 <디어 헌터>의 크리스토퍼 월켄에게 트로피를 양보해야 했다. 뭔가 대전운이 안 좋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엘리펀트 맨>에서 존 허트는 다발성 신경섬유 종증이라는 희귀병을 알고 있는 존 메릭을 연기하며 기괴한 분장을 했다.
죽고 또 죽고
지금 매우 묘한 상황이긴 하지만 존 허트는 영화에서 가장 많이 죽은 배우로 유명했다. 그는 50여 년의 배우 생활 동안 43편의 영화에서 죽음을 맞았다. 봉준호도 그의 죽음에 일조했다. 그의 죽음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을 만한 죽음은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이다. 그는 에이리언의 첫 희생자였다. 아래 동영상에서 그의 영화 속 죽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에 2011년 이후 영화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40편만 소개된다.
2015년 존 허트는 기사 작위에 서임됐다. 영국의 대배우, 존 허트 경이 영화에서 죽는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한다. 촬영을 마친 미개봉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 상영 중인 <재키>에서의 모습이 우리가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일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