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스컬 아일랜드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출연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송경원 <씨네21> 기자
슈퍼 괴수 히어로, 콩 비긴즈
★★★☆
단점이 분명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뜬금없는 행동과 상황이 남발되고 불필요한 캐릭터도 많다. 킹콩의 시원한 액션을 위해 서사를 포기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건 단점을 메우기보다는 장점을 끝까지 밀고나가기 위한 선택이며 결과적으로 일정부분 성취를 거둔다. 킹콩의 원작에서 가장 먼 지점까지 도달한 변주. 슈퍼히어로, 어드벤처, 밀러터리 장르의 믹싱. 캐릭터와 액션, 두 가지만 가지고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각종 오마주와 유머는 보너스.


파도가 지나간 자리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거대한 풍광 안에 인간을 던져놓고 그들이 겪는 비극을 묵묵히 바라보는 카메라가 때때로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는 손쉬운 방식으로 인물의 감정을 기만하지 않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에 통감하도록 설득하는 고행을 택한다. 그리고 결국 목표에 당도한다. 인간이기에 저지르는 어리석은 실수는 역경을 부르지만, 그 끝에는 엷은 희망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용서는 인간의 일이므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감독 김경원 출연 박정민, 류현경, 이순재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예술, 꿈보다 해몽
★★★
‘예술의 본질’을 논하는 영화라고 해서 무겁겠거니 색안경 낄 필요 없다. 이 영화가 껴안은 재료는 날선 위트와 풍자. 그러니까 아트 비즈니스 세계에 깃든 속물 근성에 똥침을 날리는 유쾌한 블랙코미디다. 기이하게 조율된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고, 궤변과 역설이 공중에서 부딪히며 이 영화만의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참신함을 향한 시도가 반갑다. 다만, 사건 수습 과정에서 톤이 급작스럽게 변모하면서 극 전반의 분위기와 충돌을 일으킨다. 초반의 생기발랄함을 조금 더 과감하게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
★★★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 예술가이고자 하는 지젤을 중심으로 지적하는 세태풍자. 블랙코미디톤의 가벼운 형식으로 긴장감 있는 플롯을 흥미롭게 전개시킨다.




신 고질라
감독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치 출연 하세가와 히로키, 이시하라 사토미

송경원 <씨네21> 기자
내수용 괴수물, 시대를 읽다
★★★
29번째 <고질라> 영화로 일본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안노 히데아키 감독 최고 흥행작이 됐다. 두 가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 가능한데, 하나는 현대 일본에 나타난 고질라(라는 이름의 재난)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다. 정부의 무능, 재해와 핵에 대한 공포 등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거대괴수물로서의 재미다. 아날로그의 질감을 기반으로 한 고질라는 시리즈에 애정을 가진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다만 장르의 장벽이 높고 파괴의 스펙터클보다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 있어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다소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은 꾸제트
감독 클로드 바라스 목소리 출연 가스파 츨라테르, 시스틴 무하, 폴린 자쿠우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홉살 인생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올랐던 작품. ‘장편’이라고는 하지만 66분의 짧은 러닝타임인데, 감동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가정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모인 보육원이 배경. 여기에 아홉살 소년 꾸제트가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상처 받은 아이들을 통해 한 사회가 지닌 모순과 병폐를 드러내지만, 이런 사회적 메시지 이전에 관객의 감정을 뭉클하게 하는 사연들이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봐야 할 영화. 만약 그렇다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아이들의 시점에서 고민한 눈높이 애니메이션
★★★☆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년 꾸제트가 아동보호시설에 가게 된 사연은 기구하지만 막상 보호시설에서의 생활은 소소한 일상의 연장이다. 바로 그 소소한 표현들이 이 작품의 힘이다. 민감하고 어두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 섬세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특히 스톱모션의 부드러운 캐릭터 디자인은 따뜻하고 정서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포근한 배려 속에 현실 감각도 잃지 않은, 현명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슬립리스: 크리미널 나이트
감독 바란 보 오다르 출연 제이미 폭스. 미셸 모나한, 데이빗 하버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외형보다 내실을 키웠더라면
★☆
언더커버 형사가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테이큰> 시리즈가 떠오르겠지만 2011년 프랑스 액션 스릴러 <슬립리스 나이트>(2011)가 원작이다. 제목에 걸맞게 프랑스 나이트클럽에서 잠들지 않는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로 무대를 옮겨왔고, 형사와 아들 외에 주변 인물들을 변형해 새로움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원작의 묘미였던 잔재미와 제한된 시공간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약해졌고, 주변 인물들은 외형만 강해져 평면적인 캐릭터에 머물고 만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투우드, 모건 프리먼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스트우드의 깊은 주름에 담긴 깊은 사랑
★★★★
아버지가 없는 사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시대 '아버지'가 우리에게 어떤 대상이 되어주어야 하는지, 이스트우드 본인의 깊게 주름진 얼굴을 통해 제시한다. 가족이 아닌 그들이 가족보다 더 강한 '핏줄'을 이어가게 되고, 마침내 '모쿠슈라' 한마디에 빽빽하게 들어찬 감정들이 터져나오는 순간. 깊은 울림이 한동안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벅차게 가슴 한켠에 내려앉는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에게 경배를!
★★★★☆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고작을 논한 때 결승 진출작으로 유력하게 거론될 영화다. 133분 러닝타임 안에 한 인간의 성장 드라마는 물론, 혈연/인종을 뛰어넘는 연대와 존엄한 죽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촘촘하게 도사리고 있다. 이스트우드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사연이 조용히 흘러가는 가운데 삶의 단면들을 드러낸다. 시간의 법칙을 거슬러 두고두고 살아남을 명작.


라빠르망
감독 질 미무니 출연 뱅상 카셀, 로만느 보링거, 모니카 벨루치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사랑에 관한 이토록 미스터리한 필름
★★★★
1996년작이지만 비범한 매력으로 가득한 사랑 영화다. 한 남자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구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방정식은 삼각관계 이상으로 복잡하지만 치밀한 교차 편집과 감각적인 영상, 적재적소에 배치한 음악으로 영민하게 풀어나간다. 사랑의 희로애락을 활력 있게 표현한 로만느 보링거,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세 배우의 자태도 빛난다. ‘라빠르망’은 불어로 아파트라는 뜻. 영화에서는 사랑의 화력으로 가득찬 공간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들의 리즈 시절
★★★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 그리고 로만느 보링거의 젊은 시절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작품.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 질투와 시기, 파국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주목할 건 스타일인데, 당시 유행하던 다중적 시점의 내러티브에 인상적인 이미지가 현란하게 결합된다. 1990년대 당시 매우 감각적인 로맨스로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이 영화의 고유한 톤은 지금 봐도 여전하다.


쇼콜라
감독 로쉬디 젬 출연 오마 사이, 제임스 티에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슬픔 아는 광대들의 놀음
★★★
확실히 실화라는 배경 조건이 주는 울림이 크다. 연출 자체는 특장점이 돋보이기보다 이야기를 무난하게 옮긴 것에 가까운 편. 대신 19세기 말 당대의 시대 풍경과 무대 연출을 고스란히 옮긴 것이 볼거리다.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광대의 인생을 맞춤옷처럼 소화한 두 배우의 열연도 눈길을 잡아끈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달콤쌉싸름한 예술가의 초상
★★★☆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뒤흔든 광대 콤비가 있었다. 프랑스 최초의 흑인 광대 ‘쇼콜라’ 라파엘 파디야와 백인 광대 조르주 푸티트. 프랑스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로쉬디 젬 감독은 쇼콜라가 겪었던 인종 차별과 푸티트가 짊어졌던 예술가의 고뇌, 두 사람의 우정과 갈등을 드라마로 충실히 엮는다. 마지막 장면과 이어 나오는 뤼미에르 형제의 흑백 필름에 담긴 쇼콜라와 푸티트의 실제 공연 장면에 주목할 것. 대중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애환에 숙연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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