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거대괴수 킹콩과 고질라를 소재로 한 두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와 <신 고질라>가 지난 3월8일에 개봉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가 흥행면에서 훨씬 앞서고 있긴 하지만, 동서양을 대표하는 괴수가 타국인 한국에서 동시에 개봉했다는 점은 아무래도 흥미로운 풍경이다. 두 영화의 동시개봉을 맞아, 킹콩과 고질라를 비롯한 거대괴수들의 크기를 비교해봤다.


킹콩

킹콩

(1933)


7.3m

84년 전 대중들에게 7.3m의 콩은 얼마나 거대해 보였을까. 높이 46cm의 모형 콩과 미니어처로 구현해낸 뉴욕은 'King'이라는 수식이 붙기에 충분한 스펙타클을 전달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전투기와 싸운다는 설정은, 얼토당토 않게 크진 않되 위압감은 드러낼 수 있는 콩의 사이즈와 함께 빛을 발한다.


킹콩

(1976)


16.8m

고전으로 남은 원작을 압도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 바로 콩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43년 만에 만들어진 리메이크는 콩의 크기를 2배 이상 늘려 그 위압감을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거대한 몸집에도 귀여워 보였던 콩이 1976년 버전에서는 한결 무서워 보인다. 위협적인 외모는 여성 주인공과의 사랑에 육감적인 기운까지 더했다. 기존의 스톱모션이 아닌, 배우가 분장하고 직접 연기하는 쪽으로 제작 방식을 바꾸는 등 실감나는 콩의 형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10년 후 속편이 나오긴 했지만 시장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킹콩

(2005)


7.6m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연출의 저력을 증명한 피터 잭슨은 차기작으로 '킹콩' 리메이크를 택했다. 2005년의 콩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듯, 잭슨은 전적으로 오리지널 '킹콩'을 계승하는 데에 집중했다. 원작의 명대사 "야수를 죽인 건 전투기가 아니라 미녀였어"도 그대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콩과 앤(나오미 왓츠)의 교감이 아주 사려깊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여전히 콩은 거대하지만, 인간과의 차이가 어쩐지 극복가능할 것처럼 느낄 정도로 정서적인 밀도가 강력했다. 그 와중에도 다양한 공룡을 등장시켜 볼거리까지 충분히 만족시켰다.


콩: 스컬 아일랜드

(2017)


30m

"얼마나 커야 사람이 위로 올려다보면서 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크기가 나왔습니다." 연출을 맡은 조던 복트 로버츠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거대하기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과 그 높이가 같다. 그의 언급처럼 <콩: 스컬 아일랜드>의 콩은 신과 같은 존재다. 눈앞에서 알짱대는 헬리콥터를 한손에 낚아채는 (원작보다) 4배나 커진 콩은 두려움 그 자체다. 정서적인 측면보다는 확 몸집을 키운 괴수가 보여주는 액션에 호소하는 바가 크다. 이미 현대의 마스터피스로 자리잡은 2005년 <킹콩>과의 변별점이 분명하지만, 이것이 득인지 해인지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고질라

 



고질라

(1954)


50m

거대괴수를 대표하는지라 킹콩과 고질라가 비슷한 크기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해 비대한 육체로 변모한 고질라가 훨씬 크다. 첫 영화인 1954년작의 고질라가 2017년의 <콩: 스컬 아일랜드>의 콩보다도 크다. 제작사 토호가 수출하며 'Godzilla'라고 이름 붙일 만한 위용이었다. 스톱모션으로 제작된 첫 '킹콩'과 달리, 첫 '고질라' 영화는 배우와 미니어처를 활용한 특수촬영으로 제작됐다.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한결 저렴하다는 이점은, 진짜 도시가 파괴되는 듯한 생생한 감흥까지 전달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수십 편의 고질라 시리즈가 제작됐다.


고질라
(1998)

60m

'파괴왕' 롤랜드 에머리히가 스펙터클을 보장하는 캐릭터 고질라를 가만뒀을 리 없다. 에머리히의 고질라는 포스터에 그의 다리 하나를 떡 하니 배치한 비주얼로써 그 크기를 어필했다. 1954년작에 비해 10m밖에 커지지 않았지만, 할리우드 고도 CG 기술로 구현한 고질라의 모습은 꽤나 웅장했다. 다만 반쯤 굽은 몸으로 뉴욕을 들쑤시던 고질라는 기존 고질라의 전통을 일절 무시했다며 마니아들의 원성을 샀다.


고질라

(2014)


108m

드디어 100m가 넘었다. 레전더리 픽처스가 제작하고 가렛 에드워즈가 연출한 <고질라>는 크기부터 전편과는 남다른 존재를 자랑한다. 비단 수치상으로 크기 정보를 알릴 뿐만 아니라, 로우 앵글의 활용과 일상 사물과 비교하도록 괴수를 보여주는 신이 많아 압도적인 크기를 실감케 한다. 원작을 무시한 1998년작과는 달리 철저히 오리지널의 설정을 충실히 살려 정통성을 잇고, 독립적인 정체성까지 획득해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의 프로젝트 '몬스터버스(Monster+Universe)' 출발점의 가치를 톡톡히 했다.



신 고질라

(2016)


118m

일본에서 12년 만에 부활한 '고질라' 시리즈의 최신편. 제작사 토호는 할리우드의 2014년판이 준수한 평가를 받은 후 느닷없이 일본의 '고질라' 시리즈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크기도 2014년의 것보다 10m가 커졌다. 고질라의 위용만큼이나 관료제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는 영화는, 한낮 한가로운 마을에 버젓이 고질라를 등장시켜 아비규환을 만든다. 온몸이 불긋불긋한 고질라의 이미지는 압도적인 한편, 영화의 전반적인 톤이 블랙코미디인지라 갈수록 웃음이 터진다. '고질라 영화'의 일률적인 이미지에 색다른 느낌을 얹었다고 봐도 좋겠다.



그밖의 거대괴수들


티라노사우르스

'쥬라기 공원' 시리즈


4m

'쥬라기 공원'의 최고 스타는 티라노사우루스다. 유명한 로고에 그려진 일러스트 역시 티라노사우루스의 그것이다. 이 종은 무시무시한 외모와 강력한 힘으로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잘 알려져 있긴 했어도, <쥬라기 공원>이 지구적인 흥행을 기록한 이래 가장 보편적인 육식공룡으로 자리잡았다. 킹콩이나 고질라에 비해선 퍽 작게 느껴지긴 하다만, 비 내리는 어두운 밤에 등장해 영화 속 인물 개개인에게 가닿는 위협은 월등하다.


한강 괴물
<괴물>
(2006)

4m

봉준호의 <괴물> 속 괴물은 미국이 한강에 방류한 포름알데히드를 먹고 자랐다. CG를 총괄한 케빈 래퍼티는 이 괴물을 높이 4m에 길이 15m 정도로 상정하고 제작했다고 한다. (한편 제작사 청어람은 길이가 13.7m라고 밝혔다.) 높이로만 치면 '쥬라기 공원' 속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하다고 봐도 좋겠다. 햇볕 쨍쨍한 백주대낮 한강 고수부지에 등장해 살육을 벌이는 이 생명체는 한국인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괴수일 것이다.


랭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1983)


5~10m

'스타워즈'의 재벌 캐릭터인 자바 더 헛이 사육하는 몬스터. 자바는 탐탁잖은 부하를 랭커의 먹이로 주고 이를 보고 즐기는 악취미를 가졌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보기 흉한 모습의 몬스터인 랭커는 매우 강력한 생물이기도 해서, <제다이의 귀환>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의 목숨을 위협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결국엔 문에 끼여 구실조차 못하지만. 5m부터 10m까지 크기도 다양하다고.


스테이 퍼프 마쉬멜로우 맨

<고스트 버스터즈>

(1984)


34m

인파들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도망가고 있는 중이다. <콩: 스컬 아일랜드>의 콩보다 더 큰 34m의 마쉬멜로우맨은 저 해맑은 표정으로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다. 귀여움에 속으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지만, 사실 저 귀여움과 위험성의 기묘한 조합이 마쉬멜로우맨의 진정한 매력이다. 미쉐린사의 마스코트를 떠올리게 하는 울퉁불퉁 몽글몽글한 풍채와 전통적인 선원 복장은 요즘 같은 굿즈 시대에 더욱 사랑받을 만한 캐릭터다. 작년 개봉한 <고스터버스터즈>에도 등장하지만 분량이 지나치게 짧았다.


트라이포드

<우주전쟁>
(2005)

46m

<우주전쟁>의 트라이포드는 그 등장부터 괴이하다.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내려치더니만 그 갈라진 땅에서 저렇게 거대한 물체가 솟아올라온다. 46m에 달하는 트라이포드는 저 하늘에서 절대자처럼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인간들은 레이저 한방에 재로 변한다. 인간을 흡수하고 난 뒤 내뿜는 피가 세상을 뒤덮은 모습 역시 아주 기괴하다.


용가리

<용가리>

(1999)


50m

일본과 할리우드에서 '고질라' 시리즈가 제작되는 와중, 한국의 심형래 역시 '고질라'에 강력히 영감을 받은 괴수영화 <용가리>를 연출한다. 야심차게 전면 CG를 도입한 '실사영화'지만,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게임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민망한 그래픽으로 채워졌다. 용가리의 얼굴은 진돗개와 티라노사우루스의 합성해 만들었다고 한다. (<디워>(2007)의 이무기는 정확한 크기가 알려지지 않아 이번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클로버

<클로버필드>
(2008)

106.6m

<클로버필드>는 제작자 J.J. 에이브럼스가 일본의 장난감가게에서 고질라 피규어가 진열된 걸 보고 "미국의 대표적인 괴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데서 시작한다. 킹콩이 아닌 고질라에서 비롯된 바에서 알 수 있듯, 100m가 넘는 감정없는 괴수가 무작정 대도시를 파괴한다.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활용한 <클로버필드>에서 괴수인 클로버는 좀처럼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 다만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모습이 줄을 이을 뿐이다. 그래서 간혹 보이는 클로버의 모습이 더 섬뜩하게 느껴질지도. 


슬래턴

<퍼시픽 림>

(2013)


181.6m

캐릭터의 크기로만 따지면 할리우드에서도 거대로봇-괴수물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퍼시픽 림>(2013)이 비할 데 없는 위용을 자랑한다. 영화의 주역인 거대로봇 예거들이 80m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한편, 영화의 최종보스 역할의 5등급 카이주인 슬래턴은 무려 181.6m에 달한다. 기예르도 델 토로 감독은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서 악마 체르노보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받은 인상을 슬래턴의 등장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화려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 퇴장은 믿을 수 없게 초라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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