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감독 나현 출연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투 머치(too much)

★★★
무엇 하나가 부족하다기보다는, 너무 많아서 조금 아쉬운 쪽이다. 액션도 음악도 심지어 배우들의 열연도 쉼표 없이 내내 들끓는 영화는, 뜨겁긴 하지만 그래서 일견 부대끼기도 한다. 교도소가 범죄자들의 알리바이를 위해 존재한다는 참신한 발상에 비해, 플롯엔 한국 범죄영화의 여러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감독 홍상수 출연 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보이시나요, 영화의 마음이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시작으로 홀연히 등장한 김민희는 반성하는 남자들과 씩씩한 여자들만 살아남는 홍 감독 세계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그 세계는 사랑으로 끝없이 충만하고, 또한 같은 이유로 끝없이 고독해지는 순간들의 총합이다. 특정 대사나 상황으로 기억되기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의 복합적인 마음이 하나의 심상으로 깊이 다가오는 영화다. 실제로는 영화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있는 여인의 모습이 마음에 박힌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영화라는 덩어리 위에 오롯이 혼자

★★★★
이만큼 흥미로운 텍스트도 드물고, 이렇게 해석이 무력한 영화도 드물다. 영화와 현실이 겹쳐 보일 수 있지만(혹은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자기고백이나 변명과는 거리가 멀다. 착시를 걷어내고 나면 비로소 민낯을 드러내는 사랑과 고독의 꿈틀거림. 보이는 걸 믿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고자 할 때의 필사적인 솔직함이 느껴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과 지속하려는 것의 대치, 차이, 반복. 영화라는 자극과 김민희라는 반응.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홍상수라는 토양, 김민희라는 열매

★★★☆

늘 그랬듯, 홍상수 영화는 이번에도 기승전결로 뻗어가지 않는다. 주인공의 발길이 머무는 공간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욕망을 들출 뿐이다. 이렇다 할 사건은 없지만, 한 여인(김민희)의 다채로운 감정이 알알이 박혀 있다. 남녀관계를 낭만적으로 그려오지 않았던 홍상수지만 이번엔 사뭇 다르다. 여자의 물음에 남자(문성근)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안톤 체홉의 사랑에 관하여를 낭독한다. 한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이토록 절절한 고백을 홍상수 작품에서 본 기억이 없다.


보통사람

감독 김봉한 출연 손현주, 장혁, 라미란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 비상식 코리아

★★★

탄핵정국이 영화 감상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치는 요즘, 그 정점을 찍는 작품이다. 제목의 결과 달리, 품고 있는 메시지는 상당히 거대하다. 영화는 인간의 딜레마와 우리 사회의 상식을 이야기한다. 조금 더 간결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현실과 맞물려 집중하게 된다. 김상호가 울리고, 손현주가 다독인다.



히든 피겨스

감독 데오도르 멜피 출연 타라지 P. 핸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송경원 <씨네21> 기자

스트레스 없는 차별극복기

★★★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인종, 성별의 시대적 장벽을 돌파하는 세 여성의 경쾌한 행보. 차별과 갈등의 시대상을 보여주되 섬세하게 접근하기보단 매끄럽게 해소되는 쪽을 택했다. 실화에 목매지 않고 제 갈길 가는, 명랑한 인물들의 걸음을 닮은 영화. ‘차별과 편견이란 시대정신을 녹여낸 다양한 영화 중 한 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보편타당하며 친절한 대중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통쾌한 승리의 역사

★★★☆

그 자체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매끈한 수식(數式)을 보는 기분이다. 편견을 뚫고 돌진한 여성들의 실화, 재미와 감동, 촌철살인 대사에서 나오는 적절한 쾌감이 기분 좋은 비율로 녹아있다. 수난의 역사를 승리의 역사로 바꾸어가는 1960년대 흑인 여성들의 당당한 걸음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남긴다.


 


행복 목욕탕

감독 나카노 료타 출연 미야자와 리에, 스기사키 하나, 오다기리 죠

이화정 <씨네21> 기자

정감 있는 소재와 동화 같은 이야기
★★★

시한부 소재를 바탕으로 대안가족의 문제까지 짚고 넘어간다. 슬픔을 강조하는 대신, 가족 안에 흐르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낡은 목욕탕, 따뜻한 물, 굴뚝의 연기 등 정감있는 공간과 소재의 사용이 동화 같은 이야기에 응원의 힘을 실어준다. 미야자와 리에의 안정적 연기와 이에 호응하는 스기사키 하나의 연기가 잘 어우러진다.


 


골드

감독 스티븐 개건 출연 매튜 맥커너히, 에드가 라미레즈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매튜 매커너히의 연기 연금술을 보는 재미

★★★

각본가로 유명한 스티븐 개건 감독이 <시리아나>(2005) 이후 12년 만에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 제작 전부터 호평 받은 시나리오들을 일컫는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1990년대 중후반 캐나다에서 실제 일어난 금광 투기 사건을 배경으로 금이라는 꿈을 좇는 광산업자의 흥망성쇠를 세밀한 인간 드라마로 풀어냈다. 이번에도 역할과 물아일체를 이루는 매튜 매커너히는 연기의 연금술을 펼친다. 로버트 엘스윗의 유려한 촬영, 다니엘 펨버턴의 절묘한 음악도 영화를 빛내는 요소다.


아우토반

감독 에란 크리비 출연 니콜라스 홀트, 펠리시티 존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니콜라스 홀트만 전력 질주

★★

청춘스타 니콜라스 홀트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로맨틱 가이로 등장한다. 영화는 연인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임무에 뛰어든 청년의 질주를 독일의 속도무제한 도로 아우토반을 배경으로 속도감 있게 보여주려 한다. 다만 완급 조절이 부족해 영화의 속력이 관객의 마음까지 휘어잡지 못한다. 니콜라스 홀트는 자동차를 바꿔 타고 달리며 전력을 다하지만,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 벤 킹슬리, 펠리시티 존스는 역할 자체가 한정적이어서 기대했던 연기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나의 딸 나의 누나

감독 토마스 비더게인 출연 프랑소아 다미앙, 피네건 올드필드

이화정 <씨네21> 기자

서부극에 담긴 유럽의 현실

★★★☆

서부극의 형식 안에, 현대사회 특히 유럽 내 첨예한 문제로 대두된 서구사회와 모슬렘의 관계를 짚어낸 흥미로운 작품. 딸을 찾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이 마치 존 포드의 <수색자>를 연상케 한다. 딸의 선택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충돌과 대립만으로 귀결되지 않는, 이 사회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언자> <러스트 앤 본> <디판> 등의 각본가로 알려진 토마스 비드갱의 연출 데뷔작. 중반, 예상 가능한 흐름을 거스르는 전개로 영화의 톤이 사뭇 달라진다. 감독의 도전적인 선택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화의 균질함을 방해하는 요소로도 보인다. 소재의 선택, 이야기의 전개, 촬영, 음악 등 많은 부분이 돋보이는 주목할 만한 데뷔작이다.



일 포스티노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출연 필립 느와레, 마시모 트로이시

송경원 <씨네21> 기자

아름다움의 발견

★★★★
칠레의 시인이자 혁명가 파블로 네루다와 이탈리아 작은 섬의 우편배달부 사이 우정과 교감에 관한 이야기.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거의 모든 본질을 건드린다. 진정 아름다운 것은 이미 곁에 주어진 것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달렸다. 시의 발견도, 정치적인 자각도 스스로를 온전히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름다운 것을 일깨우는 방식에 관한 영화. 후반 10분 가슴 아리게 슬픈 사운드 몽타주를 통해 한 편의 시로 거듭나는 영화. 메타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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