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사기 당해본 경험 있나요?
에디터는 인도 배낭여행 중
택시기사에게 소소한 사기를 당했는데요.
피해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분통 터지더라고요.
씨네플레이의 아무개 에디터는
길에서 만난 사정 딱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뒤늦게 사기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한 일도 ㅠ ㅠ

이렇듯 사기꾼들은
현실에선 분노를 유발하는 범죄자이지만

영화 속에선 창작자들로 하여금

아이디어 터지게 만드는 주역이기도 합니다. 

에디터가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영화 속 사기꾼 캐릭터들을 떠올려보겠습니다


▼▼▼▼▼


<스팅>(1973)

사기 영화의 고전 중의 고전이죠. 후커(로버트 레드포드)는 동료를 살해한 갱스터 로네건(로버트 쇼)에게 복수하기 위해 백여명의 단역(?)을 고용해 경마장 세트까지 만드는 정성을 보입니다. 꽤나 오래된 영화인데도 지금 봐도 재밌습니다. OST에 쓰인 경쾌한 연주곡이 아주 유명하죠.


<페이퍼 문>(1973)

모세 프래이(라이언 오닐)는 신문 부고란을 뒤져 유족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성경을 팔아치우는 질 나쁜 사기꾼입니다. 나중에 서로 정이 들기는 합니다만, 9살짜리 고아 애디(테이텀 오닐)까지 자신의 사기에 이용해먹는 양심 없는 놈이죠. 배우 부녀인 라이언 오닐과 테이텀 오닐은 실제로도 서로 무척 사이가 나빴다고 하네요


<화려한 사기꾼>(1988)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로렌스(마이클 케인)프레디(스티브 마틴)의 다툼을 유쾌하게 그린 뮤지컬 사기 영화죠. 로렌스와 프레디의 능청 대결이 무척 볼 만합니다. 최근 리메이크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5번가의 폴 포이티어>(1993)

미술품 거래상인 키트리지 부부는 아들의 하버드 동기이자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의 아들이라 자칭하는 청년 (윌 스미스)을 알게 되고 금세 친해집니다. 알고 보니 폴의 말은 다 거짓이었죠. 심지어 폴은 (백인 상류층이 기피하는) 흑인이자 동성애자입니다. 미국 백인 상류사회의 위선과 편견을 우아하게 조롱하는 작품으로, 윌 스미스의 첫 주연작이기도 합니다


<스타 메이커>(1995)

어떻게 저런 말에 속을까 싶겠지만 패전 직후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만큼 절박했을 겁니다. 희망 없는 삶에 환상을 불어넣는, 자칭 스타 메이커라는 사기꾼 조 모렐리(세르지오 가스텔리토)는 점점 자신의 사기 행각에 회의를 느끼게 되죠.


<유주얼 서스펙트>(1996)

여기 누구 카이저 소제 모르시는 분…? 앞으로도 500년은 두고두고 회자될 역대급 뒤통수 장인이죠. 혹시라도 영화를 안 보신 분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엔트랩먼트>(1999)

맥두겔(숀 코네리)베이커(캐서린 제타 존스)가 고가의 미술품을 함께 훔치기로 합니다. 이런저런 모의가 오갔지만 결국 기억에 남은 것은 레이저 보안 시스템을 귀신같이 빠져나가는 베이커의 섹시한 액션(!) 연기네요.


<하면 된다>(2000)

병환(안석환)이 우연히 탄 보험금에 눈이 멀어 계획적으로 보험사기를 치게 된 일가족이 있습니다. 더 큰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더 많은 보험을 들고, 달마다 보험금 붓기가 어려워지자 순박한 친척 광태(이범수)까지 동원하는데요. 알고 보니 광태가 더 무서운 존재였죠. 덜덜.


<오션스 일레븐>(2001)

매력적인 사기꾼들을 꼽자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캐릭터죠. 대니 오(조지 클루니)은 한가락씩 날고 기는 재주꾼들을 모아 라스베가스를 터는 데 성공합니다. 다들 대단하지만 대니의 리더십이 특히 눈부셨죠. 드물게 오리지널보다 훨씬 뛰어난 리메이크 영화였습니다.


<스코어>(2001)

전설적인 금고털이범 (로버트 드 니로)과 유능한 도둑 (에드워드 노튼)이 손을 잡고 몬트리올 세관 금고에 보관된 프랑스 황제의 보물을 훔치기로 합니다. 잭은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위장해 타깃 정보를 수집합니다. 의외로 로버트 드 니로보다 에드워드 노튼의 이중적인 연기가 훨씬 인상적이었죠.


<매치스틱 맨>(2003)

로이(니콜라스 케이지)는 사기꾼계의 예민보스입니다. 저 성격으로 어떻게 사기를 치나 싶게 여러모로 심약한 그의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딸 안젤라(앨리슨 로만)가 나타나고, 사기계의 떡잎과도 같은 안젤라를 보며 로이는 복잡한 심경이 됩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

이토록 매력적인 사기꾼 또 없습니다. 머리도, 얼굴도 천재!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입니다.전학 온 첫날부터 선생님인 척 일주일 동안이나 학우들을 속여먹고, 파일럿인 척 전세계 항공을 무임으로 이용한 간 큰 남자죠. 놀랍게도 17살입니다. 더욱 놀랍게도 실화였죠.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고단수의 사기꾼 영주(김하늘)는 가석방 중 뜻하지 않게 시골 마을 약사인 최희철(강동원)의 애인으로 오해받고, 또 상황이 이상해지자 엉겁결에 약혼녀 연기에까지 돌입합니다. 지금 보자면 전형적이지만 고정적인 성역할의 반전 등 당시엔 나름 파격이었던 인물이죠.


<범죄의 재구성>(2004)

사실상 국내 영화계에 하이스트 장르를 유행시킨 신호탄이었죠. 12역의 사기꾼 최창혁(박신양), 사기꾼들의 대부 김 선생(백윤식), 팜므파탈 서인경(염정아)까지 어느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었습니다.


<타짜>(2006)

싸늘하다.” ↓↓↓ 댓글 시작! ...농담입니다. 한 문장만 적어도 영화 한 시퀀스가 그냥 지나가네요. 사기 노름판을 구경하는 재미보다 인물들의 허기진 욕망을 관찰하는 씁쓸함이 더 컸습니다. 고니(조승우), 평 경장(백윤식), 정 마담(김혜수) 등 매력적인 캐릭터도 우르르 등장했습니다.


<필립 모리스>(2009)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스티븐 러셀(짐 캐리)인데 제목은 필립 모리스입니다. 스티븐이 감옥에서 만난 또다른 사기꾼 연인의 이름인데요. 필립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라 그런 모양입니다. 천재적인 두뇌 플레이와 슬랩스틱 연기로 치장된 짐 캐리의 스티븐보다 잔잔한 미소의 연인 필립을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가 더욱 놀라웠죠.


<비기닝>(2009)

누군들 착하게 안 살고 싶을까요. 평생을 사기만 치고 살았던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어느 마을로 가 건설회사 직원으로 분해 "중단된 고속도로 공사가 다시 시작된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희망찬 모습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 못해 마을 시장 스테판(엠마뉴엘 드보스)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까지 하죠. 이 남자 어떡하죠?


<블룸 형제 사기단>(2009)

여기도 사랑이 사기꾼의 발목을 잡네요. 어릴 때부터 사기를 치며 자란 스티븐(마크 러팔로)블룸(애드리언 브로디)은 부호 페넬로페(레이첼 와이즈)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데, 블룸이 그만 페넬로페를 사랑하게 됩니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예민한 얼굴이 블룸의 고뇌를 충분히 드러냅니다.


<도둑들>(2012)

10명의 천재 도둑들이 단 하나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홍콩에 모입니다. 사기의 과정보다 각 인물들이 제 욕심을 채우려 머리 굴리는 모습이 더 흥미진진했죠. 배우 자신의 캐릭터와 배역이 찰떡같이 들어맞은 예니콜(전지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갬빗>(2012)

찌질한 매력의 콜린 퍼스를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하죠. 해리(콜린 퍼스)는 짜증나는 상사 샤번다(알란 릭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집착하는 미술품의 위작을 그에게 팔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소소한 반전이 있는데 그리 큰 효과는 없고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린 퍼스 구경하는 게 더 흥미진진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ㅇㅏ레오는 이 영화로 오스카를 탔어야 했어요. 주가 조작으로 억만장자가 된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흥청망청 인생 낭비극입니다. 뜻밖의 길티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로, 조나 힐, 마고 로비와의 앙상블도 뛰어났죠.


<아메리칸 허슬>(2014)

상반된 성격의 두 여성 캐릭터들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직업 사기꾼이자 연정을 품은 여인의 경계에 위태롭게 선 시드니(에이미 애덤스)와 정신 나간 막무가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이죠. 허세와 곤궁함을 적확한 비주얼로 드러내는 사기꾼들이기도 했습니다.


<모데카이>(2015)

고야의 명화 웰링턴의 공작부인의 행방을 두고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립니다. 뜻밖에도 귀족 출신의 천재 사기꾼(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모데카이(조니 뎁)보다 그의 충실한 수하 조크(폴 베타니)가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데카이 때문에 자동차 사고, 총기 사고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고, 손가락이 잘릴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의문의 충성심왜죠?


<봉이 김선달>(2016)

익히 아는 김선달 이야기에 바탕합니다. 조선 최고의 사기꾼 김선달(유승호)의 활극을 그렸는데요. 영화는 전형적이지만, 유승호의 능청스러운 연기만큼은 볼만했습니다. 에디터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선달 캐릭터를 한 번 쓰고 버리긴 아깝더라고요. 할리우드처럼 국내에도 캐릭터 시리즈 영화가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합니다.


<원라인>

성실한 사람 바보 만드는 결말이 약간 찜찜했지만, 어쨌든 여기도 얼굴 잘하고, 두뇌플레이 잘하는 사기꾼이 등장합니다. 순진한 표정과 정성 가득한 리액션으로 잘도 사람들을 속여먹는 민재(임시완)입니다. 대개 여성 사기꾼들에게 주어졌던 미인계전략(!?)을 남성 캐릭터에게 씌운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래의 남성 배우들에게는 없는 임시완의 개성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타짜>의 평 경장 급으로, 사기에 득도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 과장(진구) 캐릭터도 신선했죠.



 

앞으로 또 어떤 영화에서

근사한 사기꾼 캐릭터가 등장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생각나는 사기꾼이 있다면 댓글! 적어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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