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포스터
봉준호, 홍상수 칸 동반 입성

올해 칸의 주역은 누가 될 것인가?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작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영화의 경쟁부문 진출이다.

봉준호(좌),홍상수(우) (사진 씨네21)

봉준호 감독은 2009년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이래 8년 만의 칸 방문이다. 이번에 초청된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다. <설국열차>에 이어 다시 한번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도 함께한다. 인터넷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한 만큼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예정이나 영화팬들의 개봉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6월 중 제한적으로나마 국내 극장에도 개봉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김민희의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이끈 홍상수 감독은 그 어느때보다 칸에서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의 신작 <그 후>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민희, 권해효, 조윤희, 김새벽 등이 출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김민희와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장미희, 정진영 등이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또다른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2편이 한꺼번에 칸에 진출한 셈이다.

이밖에 설경구, 임시완 주연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김옥빈 주연의 <악녀>(감독 정병길)가 비경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로써 이번 칸영화제에 순수 한국영화는 4편이 초청받았다. 할리우드가 돈을 대고 제작하긴 하나 한국 감독과 배우가 참여한 영화 <옥자>까지 더하면 모두 5편이다.

역대 칸에 진출한 한국영화들
(왼쪽부터) <아가씨>, <부산행>, <곡성> 포스터

지난 2016년은 4년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칸 국제영화제에 선보인 한 해였다.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으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은 2012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돼지의 왕>이 초청된 이래 두번째 방문이었다. 아울러 2008 <추격자> 2011 <황해>를 잇달아 칸에 선보인 나홍진 감독은 지난해 섬뜩한 스릴러 <곡성>을 통해 칸을 뒤흔들었다.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스틸컷

1984년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와 1989년 같은 부문에 초청된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한국영화 칸 입성기의 중요한 장면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김지운, 류승완, 임상수, 윤종빈 감독도 각기 주요한 작품으로 칸을 빛냈고, 장률, 장철수, 정주리 감독 등 주목받는 작가주의 감독들도 칸에서의 한국영화를 풍요롭게 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스틸컷
'칸의 남자' 홍상수
2012년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는 칸의 단골손님 중 한 명이다.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까지 모두 10편이 칸의 부름을 받았다. 국내 감독으로는 최다 초청 기록이다. 이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감독들로는 작년까지 18번의 초대를 받은 켄 로치, 14번의 우디 앨런, 10번의 짐 자무시, 8번의 다르덴 형제 등이 있다. 홍상수가 처음으로 칸을 찾은 것은 199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강원도의 힘>을 통해서다. 이후 <오! 수정>(2000), <하하하>(2010), <북촌방향>(2011)으로 동일 부문에 진출했고, 프랑스의 유명 배급사 MK2가 투자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와 <극장전>(2005),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다른 나라에서>(2012)는 경쟁부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2009년 칸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레드카펫을 밟았다. 특히 2010년 초청된 <하하하>는 장 뤽 고다르, 지아장커 등 거장들을 제치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깐느박' 박찬욱
<올드보이> 포스터(좌), 박찬욱 감독(우) (사진 씨네21)

박찬욱 감독의 별명 ‘깐느박’은 <올드보이>로 2004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후 류승완 감독이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깐느박’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박찬욱 감독은 칸이 사랑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2009년 <박쥐>로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데 이어 작년 <아가씨>를 경쟁부문에 출품시키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아쉽게도 경쟁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칸상을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벌칸상은 미술과 음향, 촬영이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봉테일' 봉준호
<마더> 포스터(좌), 봉준호 감독(우) (사진 씨네21)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봉준호란 이름이 칸에 알려졌다. 빼어난 시나리오와 영화적 디테일은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2009년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이후 올해 첫번째 경쟁부문 진출작 <옥자>를 선보인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이창동 감독(좌), 전도연(우) (사진 씨네21)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이창동은 두번째 장편 <박하사탕>을 통해 2000년 칸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이후 <오아시스>(2003)가 비평가주간에 특별 상영되었다. 네번째 장편 <밀양>(2007)은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다. ‘칸의 여왕’이 탄생한 것이다.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작지원사업에서 각본 영역 0점을 받으며 탈락한 영화 <시>(2010)는 그해 칸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각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국내 기준 0점의 각본이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는 최고의 각본으로 인정받은 아이러니한 결과였다.

칸의 빗장을 연 임권택
<취화선> 포스터(좌), 임권택 감독(우) (사진 씨네21)

한국영화 최초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1999)이다.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거장이 칸의 두꺼운 빗장을 열어젖힌 셈이다. 2002년 <취화선>으로 경쟁부문에 재도전한 임권택은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럽이 사랑한 감독 김기덕

한국의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해외에서 가장 인정받는 감독은 김기덕이라고들 말한다. 김기덕은 영화 <피에타>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감독이다. 김기덕 감독은 2005년 <활>로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칸 영화제와도 인연을 맺었고, 2007년에는 <숨>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2011년 출품한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단편영화의 성취
송일곤(좌), 문병곤 감독(우) (사진 씨네21)

임권택,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등 한국영화계의 거장들이 칸에서 이룬 성과는 실로 엄청나다. 영화의 변방이던 우리나라를 유럽 영화계의 한가운데로 이끌어 젊은 감독들까지도 주목받게 만들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성취가 있다. 장편영화로는 아직 이루지 못한 칸 영화제 최고의 권위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단편 경쟁부문에서는 이미 두번이나 누렸다는 것이다. 1999년 초청된 송일곤 감독의 <소풍>과 2013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바로 그것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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