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화, 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에디터는 중국드라마 <랑야방: 권력의 기록> 덕질에 한창 빠져 있던 2년 전 가을, 때마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나의 소녀시대>(2015)를 보았습니다. 풋풋하고, 간질간질하고, 청량하고, 예쁘고…. 그리고 에디터는 이듬해 대만으로 휴가를 갑니다. 한창 날씨 좋은 4월, 타이페이에서의 45일은 몹시 행복했어요.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의 얘깁니다.

때마침 <나의 소녀시대> 주인공인 송운화의 또 다른 청춘영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가 오는 5월11일 개봉하네요. 2014년 제작 작품인데 조금 늦게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됐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에디터는 대만 청춘영화를 왜 좋아했는가, 에디터가 재밌게 보았던 대만 청춘영화엔 어떤 작품들이 있나!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청춘영화라 부를 수 있는 건 어떤 영화일까요. , 가족, 희망, 성장, 좌절, 첫사랑 등 많은 키워드들이 대개 청춘 영화의 소재나 주제로 쓰입니다. 키워드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자면, 청춘영화는 시간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정 시간대를 잘라 기억해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청춘영화를 봅니다. 청춘영화를 계속 만들고 또 보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꾸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려 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추억은 애초에 있지도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때 그 시절 갖고 싶었던 것, 가졌으면 했던 것이죠.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추억은 다르게 적힙니다. 청춘영화는 시간과 기억에 관한 영화입니다.

<남색대문>
<청설>

<나의 소녀시대>와 비슷한 유형의 대만 영화들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남색대문>(2002), <영원한 여름>(2006),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청설>(2009), <점프 아쉰>(2011),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일련의 영화들엔 공통된 요소들이 있습니다. 교복 입은 학생들, 예민한 시선, 조심스럽고 섬세한 감정 묘사, 주인공들의 말간 얼굴, 그리고 어떤 예쁜 것들. 그것이 주인공의 깨끗한 얼굴이든, 낭만적인 상황이든, 파릇파릇한 풍경이든 대만의 청춘영화엔 반드시 예쁜 것이 있어야 합니다. 몇몇 최근작도 간단히 소개해볼게요.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 너무 유명한 작품은 제외했습니다!


<타이페이의 1페이지>(2010)
에드워드 양의 조감독이었던 진준림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젊은 커플의, 서점에서의 밀고 당기기가 인상적이죠. 선량하고 엉뚱한 캐릭터들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플롯은 일본 코미디 영화들을 닮아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타이페이 청핀서점과 활력 넘치는 야시장 풍경도 매력적입니다.


<그 놈, 그녀를 만나다>(2012)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스타가 된 가진동의 매력을 한껏 활용해 만든 영화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자친구를 찾아 나선 텅(가진동)이 새로운 사랑에 눈뜬다는 내용으로, 아기자기한 대만 멜로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다만 영화가 공개된 뒤 터진 가진동의 마약 사건 때문에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IPTV로 직행했습니다.
▶<그 놈, 그녀를 만나다> 바로보기


<아적정적시초인>(2014)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연출한 구파도 감독이 쓴 소설 <재채기>를 영화화했습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인 가진동과 임의신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강한 남자를 좋아하는첫사랑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복싱선수가 주인공입니다. 가진동과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인 왕대륙이 출연하기도 했죠.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2014)
<나의 소녀시대> 주인공 송운화의 스크린 데뷔작입니다. 조금 늦은 타이밍에 개봉하는 영화라 원제 등일개인가배로 알고 계신 분도 있을 겁니다. 역시 구파도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대학 신입생 리 쓰잉(송운화)이 한 카페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비밀의 과거를 품은 레즈비언 아부쓰, 조폭 영화를 만들다 현재는 식당을 운영 중인 바오 형님, 내기에 목숨 거는 괴짜 아토우 등 개성 있는 조연 군단은 (위에 소개한 <타이페이의 1페이지>처럼) 일본 코미디 영화로부터의 영향을 짐작하게 합니다.


<5 1>(2015)
20년 만에 첫사랑과 꼭 닮은 소녀와 마주친 린커밍(임현제)이 잊고 지냈던 추억을 회상하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십대 시절의 왕레이(정여희)와 린커밍(석지전)에게 주목하는데, 이때의 시간이 무척 사랑스럽게 그려집니다.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지나간 날들을 아름답게 추억하도록 만들어주는 본격 추억팔이 영화입니다.
▶<5월 1일> 바로보기


<카페 6>(2016)
<카페 6>는 대만과 중국의 합작 영화입니다. 정서적으로 대만 청춘영화의 계보에 들기 충분하기에 포함했습니다. <51>처럼 중년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하는 구성입니다. 모범생 소녀와 말썽꾼 소년이 사랑에 빠집니다. 시내 대학에 진학한 소녀와 고향에 머무르고 있는 소년은 여전히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환경과 가치관의 변화는 관계에 균열을 일으킵니다감독 오자운이 쓴 동명의 웹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대만 청춘영화 중에서도 손꼽게 모던한 무드를 견지합니다.
▶<카페 6> 바로보기


아래 링크는 에디터가 한창 중덕일 때 썼던 기사입니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탈덕했지만, 그때 그 콘텐츠들은 어쨌든 무척 재밌었습니다. 대만에서 '청춘영화'가 독보적으로 발달한 이유, 대만 청춘영화 시장의 현재, 대만과 한·중·일 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클릭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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