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영화를 고르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개봉을 앞둔 영화의 배우들이라면 "시나리오가 좋아서요~"라거나
"감독님의 연출력을 믿었어요!" 같은 대답을 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출연 이유를 털어놓은 배우들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로 작품에 나오게 됐을까요?


멋진 배우들도 자식바보!

관객들이 재밌게 본다면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인과 함께 관람하는 즐거움이 더 크겠죠? 할리우드 배우들은 때로 가족들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원로 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각본 선정에 깐깐하기로 유명한데요, 블록버스터이자 마블 히어로 무비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출연한다고 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알렉산더 피어스 국장으로 출연한 그는 마블 영화의 팬인 손주들을 위해 먼저 출연 의사를 알렸다고 하니, 시대를 주름잡은 명배우도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픈 마음은 같나 봅니다.캡틴 아메리카와 악수하는 표정에서 흐뭇함이 보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 안소니 마키의 SNS

이 영화에서 팰콘 역으로 마블 히어로에 이름을 올린 안소니 마키 역시 아들을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3살배기 아들이 코믹북을 보며 히어로가 되길 꿈꾸는 모습을 보고 '흑인 아이는 히어로가 될 수 없다'는 걸 불공평하게 느꼈답니다. 그래서 팔콘 역 제의가 들어왔을 때 승낙했고 아들 역시 "우리 아빠가 슈퍼히어로라니!"라고 환호했다는군요. 앤소니 마키는 자신이 팔콘이 된 것을 보고 흑인 아이들이 자신들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길 바란다네요.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 스틸컷 / 조니 뎁과 딸 릴리 로즈 멜로디 뎁

이보다 먼저 '자식바보'로 이름을 알린 건 조니 뎁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로 등장해 시리즈로 견인한 조니 뎁은 사실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원해서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당시 딸은 4살이었다는데 말이죠.

<찰리와 초콜릿 공장> / <요가 호저스> 속 조니 뎁과 릴리 로즈 멜로디 뎁

그 '딸사랑' 덕분에 조니 뎁은 2000년대 최고의 흥행 배우로 발돋움했습니다. 영혼의 파트너인 팀 버튼과 함께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윌리 웡카를 연기할 때, 그 특이한 목소리를 딸에게 먼저 들려주니 무척 좋아했다고 밝히기도 했고, 그래서 이 영화도 딸의 추천으로 출연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릴리 로즈 멜로디 뎁 역시 최근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요가 호저스>에서는 부녀가 함게 출연했으니 참으로 훈훈한 가족입니다. 

<월드워Z> / <월드워Z> 프리미어 현장 사진

브래드 피트도 역시 아이들을 향한 '무한 애정'을 보여줬습니다. <월드워Z>에 주인공 제리 레인 역으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연기만이 아니라 제작까지 병행했고, 개봉 이후 좀비 영화와 브래트 피트 출연작 중 흥행 1위 기록을 세웠으니 '자식바보'의 성과를 거둔 셈이죠. 아들 매독스가 카메오 출연해 프리미어 현장에서도 함께했는데요, 브란젤리나 커플이 사실상 이혼한 지금 보자니 안타깝기도 하네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벤 애플렉과 아들 사무엘 가너 애플렉

벤 애플렉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새로운 배트맨에 등극했습니다. 벤 애플렉이 배트맨이란 캐릭터의 인기와 부담감까지 모두 업게 된 건 당시 4살이던 그의 아들이 배트맨의 팬이었기 때문이라네요. 그는 뉴욕 타임스와 BBC 그레이엄 노튼 쇼에서 "아들이 날 진짜 배트맨으로 알고 있다"며 "아들은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택배 기사만 보면 '조커가 왔다'고 한다"는 이야기도 털어놨습니다. 정작 벤 애플렉의 아들은 나이가 어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못 봤다고 하는군요. 혹평이 더 많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고 싶어서 한 '쿨한 스타'
<매그니피센트 7>

정말 하고 싶어서 한 배우들은 누가 있을까요? <쥬라기 월드>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일약 스타 자리에 오른 크리스 프랫은 운명처럼 차기작을 만났습니다. 바로 <매그니피센트 7>인데요, 평소 서부극 영화의 팬이었던 크리스 프랫은 때마침 텍사스에서 친구와 사냥 캠핑을 하고 있던 찰나 <매그니피센트 7>의 캐스팅 전화를 받게 돼 운명이라고 느꼈다네요. 거기다 이 영화가 처음으로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 제의'를 받은 영화라니 더욱 각별하겠죠?

<제너럴 호스피텔> / <디스 이즈 디 엔드>에서 직접 그린 벽화와 제임스 프랭코

배우이지만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프랭코는 평소 행동만큼 영화 출연에서도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오직 상대 배우가 줄리아 로버츠라는 것 때문에 출연하고, 2010년 드라마 <제너럴 호스피텔>에 복귀하면서는 "누구나 인생은 한번뿐인데, 그래서 내가 관심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죠. 제임스 프랭코의 이런 성격 때문에 때때로 문제아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유로트립>

묵직한 카리스마 '제이슨 본' 맷 데이먼은 2004년 <유로트립>에 카메오 출연했습니다. 저예산 코미디 영화인 이 작품에서 맷 데이먼은 피어싱에 스킨헤드로 록 음악을 열창해 팬들을 '멘붕'시켰죠. 이후 맷 데이먼은 "<유로트립>은 제 대학 동기들이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유럽에서 <그림 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양아치 캐릭터인데 카메오 출연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때마침 영화에서도 가발을 쓰고 촬영 중이었고, 그래서 아예 삭발하고 피어싱을 해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엄친아' 배우다운 인성입니다. 

<라스트 나잇>

샘 워싱턴은 출세작 <아바타>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이외에도 액션 영화에서 강세죠. 그러다 2010년 로맨스 영화 <라스트 나잇>에 출연해 팬들의 궁금증을 모았는데요, 그는 "현실적인 스토리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바람을 피운 적도 있고,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 적도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또 "마이클 역을 맡으면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정리가 될 것 같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으니, 대기만성형 배우다운 자세죠?

여성들을 위해 앞장선 스타들

충무로도 그렇고 할리우드도 그렇고, 여성 배우의 출연료나 작품 선택권이 계속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비단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그래서 몇몇 배우들은 이런 이유에서 영화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인 캡틴 마블 역에 발탁된 브리 라슨이 대표적인데요, 그는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책상에 앉아 내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캡틴 마블> 팬아트들

그러다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젊은 여성들에게 이해와 자신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캡틴 마블 캐릭터가 아버지의 성차별에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브리 라슨의 캡틴 마블은 많은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할리우드 대표 페미니스트 배우인 엠마 왓슨은 <미녀와 야수>에 출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디즈니 프린세스'를 맡는 것이 모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엠마 왓슨은 "디즈니 여성 캐릭터 중 항상 벨이 가장 좋았고 큰 공감을 느꼈다. 꿈이 있고 진취적인 아가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야수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벨의 모습은 물론, 실사영화에선 창의적인 발명가로 그려지면서 더 능동적인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죠.

"감독에게 반했다"의 다른 버전에 가깝지만 엠마 스톤 역시 우디 앨런 감독과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함께한 이유로 “우디 앨런은 언제나 훌륭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엠마 스톤은 우디 앨런의 차기작인 <이레셔널 맨>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으니 빼어난 캐릭터와 좋은 연기로 주고 받은 두 사람의 믿음이 느껴지네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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