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탈출: 반란의 서막>이 7월 27일 개봉한다. 오는 8월 15일 개봉하는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 <혹성탈출: 종의 전쟁>과 함께 전작의 감동을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읽은 분이라면 이미 낚인 것이다. <행성탈출: 반란의 서막>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과 제목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영화다. 이렇게 대작들이 극장이나 부가판권 시장에 풀릴 즈음 개봉해 그 이름값을 누리려는 영화들을 '모크버스터'(가짜라는 뜻의 모크(mock)와 블록버스터의 합성어)라 부른다. 관객을 교묘하게 속이는 나쁜 짓 같지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보면 오히려 그 재치와 부지런함에 무릎을 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의 영화들이 많다. 대부분 유명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에로영화들이지만.)
이런 식의 재기발랄한(?!) 영화 9편을 소개한다. 이 글을 읽고 궁금해 미치겠어서 해당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후는 책임지지 못함을 분명히 밝힌다.


<행성탈출: 반란의 서막>
(Science Fiction Volume One: The Osiris Child, 2016)
VS.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이공계 출신인 에디터가 살짝 ‘아는 척’을 해보겠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며 태양 같은 항성을 도는 천체의 한 부류를 행성이라고 한다. 혹성은 행성과 같은 뜻의 일본식 한자어로, 1990년대 이후에는 잘 쓰지 않는다. 우리말 제목으로만 본다면 ‘행성탈출’이 좀 더 올바른 표현이다. <행성탈출: 반란의 서막>은 제목 그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행성을 탈출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Science Fiction Volume One: The Osiris Child>라는 원제만 보면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와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다. 애초 <혹성탈출> 이름값에 기대보려고 만든 모크버스터는 아니지만, 영화 수입사가 우리말 제목을 비슷하게 달면서 모크버스터처럼 된 경우다.

행성탈출: 반란의 서막

감독 쉐인 아베스

출연 켈란 루츠, 다니엘 맥퍼슨

개봉 2016 오스트레일리아

상세보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게리 올드만, 제이슨 클락, 주디 그리어, 케리 러셀

개봉 2014 미국

상세보기

<아틀란틱 림>
(Atlantic Rim, 2013)
VS.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아틀란틱 림>은 <퍼시픽 림>의 북미개봉과 더불어 비디오로 출시됐다. 영문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거대 로봇과 외계 괴물의 전쟁터를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퍼시픽 림>이 여러 나라에서 흥행하면서 속편 제작을 하네 마네 하던 중 <아틀란틱 림>이 국내 개봉했다. 전국 관객 1,003명(영진위 집계)이 들었는데, 아마도 절반 이상은 <퍼시픽 림>의 속편으로 생각하고 관람하지 않았을까?

아틀란틱 림

감독 자레드 콘

출연 그레이엄 그린, 데이비드 초카치, 안소니 트레치 크리스, 재키 무어

개봉 2013 미국

상세보기
퍼시픽 림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허냄, 론 펄먼, 이드리스 엘바, 찰리 데이, 키쿠치 린코

개봉 2013 미국

상세보기

<지구가 멈추는 날 2012>
(The Day The Earth Stopped, 2009)
VS.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와 제목이나 설정이 거의 유사하다. 두 편 다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온 외계인들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는 이야기다. 원작 <지구가 멈추는 날>이 모든 면에서 혹평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지구가 멈추는 날 2012>이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구가 멈추는 날

감독 C. 토마스 하우엘

출연 쥬드 넬슨, 다렌 달튼, 시네드 맥카퍼티, C. 토마스 하우엘

개봉 2009 오스트레일리아

상세보기
지구가 멈추는 날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제니퍼 코넬리

개봉 2008 미국

상세보기

<타이타닉 2>
(Titanic II, 2010)
VS.
<타이타닉>
(Titanic, 1997)

타이타닉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것만 있는 건 아니다. 1958년 <타이타닉호의 비극>도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니 또 타이타닉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타이타닉 2>는 조금 심했다. 누가 봐도 1998년 최고의 흥행작 <타이타닉>의 속편 같은 제목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타이타닉 침몰 100년 후 타이타닉2호라는 최고급 여객선을 만들었는데, 항해 중인 이 배를 쓰나미가 덮친다는 이야기다.

타이타닉 2

감독 쉐인 반 다이크

출연 쉐인 반 다이크, 마리 웨스트브룩

개봉 2010 미국

상세보기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개봉 1997 미국

상세보기

<아이 엠 오메가>
(I Am Omega, 2007)
VS.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나는 전설이다>는 전 인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 같은 존재가 된 와중에 윌 스미스만이 홀로 살아남아 인류를 구원할 방법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속도감 넘치는 좀비의 질주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아이 엠 오메가>도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가 된 사람들과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건강보조제 오메가3 광고스러운 영화 제목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아이 엠 오메가> 또한 윌 스미스 주연 영화의 원작 소설 <나는 전설이다>(1954)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앞서 1971년에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오메가 맨>이 나오기도 했다. <나는 전설이다>가 개봉한 해인 2007년 북미에서 개봉했던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했다. 네이버 영화에 달린 네티즌 평을 보면 그리 좋지는 않다.

아이 엠 오메가

감독 그리프 퍼스트

출연 마크 다카스코스, 조프 미드

개봉 2007 미국

상세보기
나는 전설이다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윌 스미스

개봉 2007 미국

상세보기

<트랜스모퍼>
(Transmorphers, 2007)
VS.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

이 방면에서는 가장 유명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부터 대놓고 헷갈리게 지었다. <트랜스포머>가 개봉되었을 때 미국의 DVD 대여점에서는 <트랜스모퍼>도 덩달아 인기였다고 한다. 정말이지 홍보비 하나 쓰지 않고 잘나가는 작품 덕에 돈을 번 셈이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 발맞춰 속편도 재빠르게 제작되었다.

트랜스모퍼

감독 리 스콧

출연 매튜 울프, 에이미 웨버

개봉 2007 미국

상세보기
트랜스포머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샤이아 라보프, 타이레스, 조쉬 더하멜, 안소니 앤더슨, 메간 폭스, 레이첼 테일러

개봉 2007 미국

상세보기

<익스트림 터미네이터 TR>
(The Terminators, 2009)
VS.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 1984)

‘터미네이터’냐 ‘터미네이터들’이냐의 차이다. <익스트림 터미네이터 TR>은 로봇이 더 이상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고 오히려 인류를 공격한다는 이야기다. AI의 습격이 주된 이야기로 1984년작 <터미네이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익스트림 터미네이터 TR

감독 자비에 S. 펄스로스키

출연 제레미 런던, 에이 마르티네즈

개봉 2009 미국

상세보기
터미네이터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 랜스 헨릭슨

개봉 1984 미국

상세보기

<쥬라기 타임트랙>
(100 Million BC, 2008)
VS.
<10,000 BC>
(10,000 B.C., 2008)

영문 제목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기원전 1억년과 1만년만큼 내용의 차이도 엄청나다. <10,000 BC>가 문명의 태동기를 다뤘다면 <쥬라기 타임트랙>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처럼 시간을 거슬러 온 공룡이 뛰어다니는 영화다. 원제는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출시 당시 이름값에 기댈 수 있는 영화를 찾아서 지은 티가 역력하다.

쥬라기 타임트랙

감독 그리프 퍼스트

출연 마이클 그로스, 크리스토퍼 앳킨스

개봉 2008 미국

상세보기
10,000 BC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스티븐 스트레이트, 카밀라 벨, 클리프 커티스

개봉 2008 미국

상세보기

<올마이티 토르>
(Almighty Thor, 2011)
VS.
<토르: 천둥의 신>
(Thor, 2011)

<올마이티 토르>를 보고 마블코믹스와 캐릭터 사용계약은 한 걸까 하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토르라는 캐릭터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캐릭터니 누구든 영화로 만든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올마이티 토르>도 로키로부터 지구를 지켜내는 이야기다. 이 영화도 당연히 마블의 <토르>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다.

올마이티 토르

감독 크리스토퍼 레이

출연 코디 딜, 리차드 그리에코, 패트리시아 벨라즈퀘즈

개봉 2011 미국

상세보기
토르: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안소니 홉킨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캣 데닝스

개봉 2011 미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