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룸, 킹콩 그리고 시저. 이 캐릭터들은 단순히 허구의 것일까요? 이들은 모두 배우 앤디 서키스 단 한 사람의 연기로 이루어졌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현실감을 표현한 모션캡쳐 전문배우, 그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시저로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 혹성탈출: 종의 전쟁
-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
개봉 2017 미국
모션캡쳐를 개척하다
연극 배우 출신 앤디 서키스가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는 27년 동안의 무명배우 시절이 있었습니다. 48살이 될 때까지 그는 이름 없는 한 배우에 불과했죠. 조연 배우로만 활동하던 앤디 서키스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반지의 제왕>의 골룸 역을 맡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우연히 극단 관계자로부터 <반지의 제왕> 골룸 역을 제안받습니다. 앤디 서키스는 키우던 고양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오디션에서 웅크린 자세와 골룸 표정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골룸을 만들게 된 것이죠. 영화 속 기묘한 비주얼과 독특한 목소리로 단번에 신스틸러로 자리잡습니다. 앤디 서키스는 골룸의 세밀한 표정부터 목소리까지 연기해냅니다. 영화에 그의 실제 얼굴이 드러나진 않지만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죠.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더불어 <호빗> 시리즈의 '골룸'까지 모두 그가 연기합니다. 이때부터 모션캡쳐 전문배우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킹콩>에선 거대한 크기의 '킹콩'과 갑판 요리사 럼피로 1인 2역을 연기했고, <혹성탈출> 시리즈에서는 인간보다 더 매력적인 유인원 '시저'로 등장합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선 수프림 리더 '스노크'를 맡았습니다.

-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리브 타일러, 비고 모텐슨, 숀 애스틴, 케이트 블란쳇
개봉 2001 뉴질랜드, 미국
- 호빗: 다섯 군대 전투
-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개봉 2014 뉴질랜드, 미국

- 킹콩
-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나오미 왓츠, 잭 블랙, 애드리언 브로디
개봉 2005 뉴질랜드, 미국
시저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다
모션캡쳐는 배우의 얼굴과 몸에 마커를 붙인 뒤, 동작을 센서로 감지해 디지털로 옮겨 CG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이 필요한 작업이죠. <혹성탈출> 시리즈 속 앤디 서키스는 시저를 창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고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지금껏 영화 속 CG 캐릭터 중 시저만큼 중요한 위치인 적이 있었던지요. 그는 최근 개봉한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시저가 사람처럼 진화하는 동시에 동물적인 분노를 느끼는 내면 연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표현력은 대단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 피부 속에 있을 때 해방감을 느낀다. 이건 영화를 보는 여러분에게도 통할 것이다."
- 앤디 서키스
모션캡쳐로 이름을 알린 그지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연기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데스워치>,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 <특별한 귀환> 같은 정극 영화에도 출연했고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선보였고, <잉크하트: 어둠의 부활>에선 악당 카프리콘을,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에서는 보물지도를 찾는 선장 역을 맡는 등 여러 작품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악당 율리시스 클로 역도 인상적이었죠. 그는 <블랙 팬서> 솔로 무비에도 출연한다고 합니다.
무명배우가 영화감독으로
그의 재능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집니다. <호빗>에서 제2촬영감독으로 모션캡쳐 부분 연출을 맡았고, 조지 오웰의 소설 원작 영화 <동물농장>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감독을 맡은 워너 브라더스의 <정글북: 오리진>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글북>보다 좀 더 어두운 분위기일 것이라고 하네요. 런던에 'The Imaginarium'이라는 특수효과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의 모션캡쳐 배우들을 위해 연구하고 개발하는 공간입니다.
앤디 서키스에게 오스카상을!
그가 모션캡쳐 연기를 한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오스카 연기상은 그의 것이라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모션 캡쳐 배우는 연기가 아니라 특수효과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거세 아직까지 연기상을 받진 못했습니다만. 어쨌거나 그의 연기가 훌륭한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골룸이자 킹콩이자 시저는 오직 앤디 서키스뿐이니까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이지니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