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안셀 엘고트,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

송경원 <씨네21> 기자
눈으로 즐기는 음악, 대책 없는 낭만
★★★☆
모든 리듬이 음악이 된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이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없을 것 같다. 에드가 라이트의 최고작은 아니다. 날것의 기발한 상상력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낫고, 빽빽한 농담의 말잔치는 <뜨거운 녀석들>(2007)을 따라올 수 없으며, 세상의 중심이 자기인 줄 아는 왕성하고 뻔뻔한 소화력은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2010)를 이길 수 없다. 그럼에도 베이비가 아이팟의 버튼을 누르고 음악이 시작되면 금세 빠져들고 만다. 솔직히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초반 10분만으로도 이 영화에 반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흥겨운 1인칭 뮤직 액션 넌버벌 뮤지컬.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비디오뮤직.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드라이브
★★★★
오프닝 시퀀스에 흐르는 노래 한 곡이 끝나는 6분가량. 그 이후에는 이미 이 영화와 사랑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액션을 미치도록 사랑하고 낭만적 로맨스를 옹호하는, 한 재능 넘치는 감독의 어떤 경지. 달리 긴 말이 필요 없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신개념 액션 뮤지컬
★★★★
범죄자와 은행 강도라는 소재와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다. 나름 사연이 있는 주인공과 그의 연인도 그렇게 독특하진 않다. 여기서 <베이비 드라이버>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사소한 액션 하나하나에 겹치는 사운드와 음악의 조합이다. ‘안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거의 뮤지컬에 가까운 이 리듬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며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때론 흥분시킨다. 사이먼 페그 없이도 에드가 라이트는 충분히 끝내주는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릴리 제임스, 안셀 엘고트, 제이미 폭스, 존 햄, 케빈 스페이시, 에이사 곤살레스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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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메이드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톰 크루즈, 도널 글리슨, 사라 라이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못 말리는 비행사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빅 쇼트>에서 보았듯, 미국 현대사의 한 시기를 다루는 전기 영화들의 최근 트렌드는 현란한 스타일인 듯하다. 더그 라이먼 감독의 <아메리칸 메이드>도 마찬가지. 영화는 1970~80년대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를 어떻게 망가트리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도 어떻게 망가져갔는지를 경쾌하게 보여준다. CIA, 쿠데타 세력, 군수 산업, 마약 카르텔이 뒤엉킨 아수라장. 영화는 실화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심하고 어이 없는데, 톰 크루즈는 고유의 영웅적 이미지를 모두 내려놓고 기꺼이 황당한 역사의 폭로자가 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맞다, 탑건이었지!
★★★☆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완성도 편차를 보이고 있는 톰 크루즈의 평균점수를 높여줄 기특한 영화다. 비행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배리 씰'(톰 크루즈)이라는 파일럿의 비행기를 타고, 80년대 미국의 시대적 공기를 리드미컬하게 유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단계씩 레벨 업되는 배리 씰의 대담한 범죄 행각과 그런 그에게 베팅하는 여러 이해 집단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시종 유머를 잃지 않고 전개된다.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신나 보인다. 위험천만한 비행을 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에서 새삼 왕년의 탑건'을 복기하게 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인상 깊었던 더그 라이만 감독의 편집기술은 이번 영화에서도 완성도 높은 회전률을 자랑한다. 엣지 있다.

아메리칸 메이드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톰 크루즈, 사라 라이트, 도널 글리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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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
감독 문소리 출연 문소리, 성병숙, 전여빈

이화정 <씨네21> 기자
배우로, 여성으로 문소리의 오늘
★★★☆
'배우 문소리'18년 궤적을 쫓아가다 보니,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애환, 그리고 엄마와 주부가 공감할 보편적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디테일한 에피소드와 생활형 대사, 편집의 묘미가 불러일으키는 웃음, 찡함, 그리고 그 속에 놓치지 않고 새겨넣은 쓴소리들. '연기자' 문소리의 연출이 아닌, 연출만으로 오롯이 평가할 미덕을 다분히 갖춘 작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
세 편의 단편으로 엮인, 배우 문소리의 장편 데뷔작. ‘실화는 아니지만 배우 자신의 이야기. 배우로서, 엄마로서, 영화계의 일원으로서, 장준환 감독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문소리의 일상적 사건들이다. 거창하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배우로, 아니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살피는 영화지만, 소박하면서 낙천적인 코미디의 톤이 웃음과 함께 울림을 준다. ‘신인감독 문소리의 탄생에 박수를! 차기작을 기대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영화계의 직무유기 결과
★★★☆
문소리가 대학원 과정을 밟으면서 만든 3편의 단편영화 모음집이다. ‘학점 따기용과제물로 지레짐작했다가, 완성도를 확인하고 미안해졌다. 문소리가 직접 연기하고 글을 쓰고 연출까지 담당한 영화에는 그 누구보다 충무로 영화계의 속살을 잘 알고 있고, 그 환경 속에서 큰 발자취를 남겨 온 연기파 여배우의 고단함과 아쉬움이 풍자와 해학을 빌어 녹진하게 담겨 있다. 배우 문소리의 전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됐기에, 영화가 돌아가는 내내 영화 밖 문소리의 삶이 동시 상영되는 느낌도 든다. 조폭 아니면 형사 영화에 매달리느라 배우 문소리의 재능을 방치한 한국 영화계의 직무유기가 이 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니, 문소리의 감독 데뷔를 축하하다가도 괜히 머쓱해진다.

여배우는 오늘도

감독 문소리

출연 문소리, 성병숙, 윤상화, 전여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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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루이스 맥더겔,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동화의 효용성에 대하여
★★★☆
아이만큼이나 어른들도 동화를 필요로 한다. <몬스터 콜>은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학교 폭력과 아픈 엄마로 일상이 지옥인 코너(루이스 맥더겔). 꿈을 꿔도 악몽만 이어지는 그에게 몬스터(리암 니슨)가 들려주는 동화는 일상을 잊게 할 만큼 강력하다. 무너지는 집,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주목나무 등 억눌린 파괴 본능을 대신 실현해주는 동화의 이미지는 매혹적이다. 동시에 몬스터는 기어코 현실 앞에 코너의 멱살을 끌고 올 정도로 냉정하기까지 하다. 그 과정에서 소년이 마주치는 어른들과 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는 이미 어른인 관객에게도 상처 혹은 위로가 된다.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유려한 수채화처럼 무너뜨린 영화의 솜씨가 놀랍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자신의 진심을 마주할 용기에 대하여
★★★☆
죄의식과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배우는 소년의 성장기. 원작이 품은 이야기의 결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정서는 훨씬 풍성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영화다. 잃고 싶지 않은 존재를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그건 판타지의 정말 좋은 기능 중 하나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진실을 묻는 영화
★★★☆
부모의 이혼, 엄마의 투병, 학교 폭력까지 누구보다 혹독한 열두 살을 보내는 소년이 나무 몬스터를 만나 성장하는 판타지 영화다.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처럼 어린 주인공이 세 가지 과정을 통과하고 나무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설정이 비슷하지만, <몬스터 콜>은 어린이가 어른으로 발돋움하는 바로 그 순간에 집중한다. 자기 안의 괴물과 정면 대결하는 소년과 원작에서 표현한 낮고 우렁차며 어찌나 깊이 울리는나무 몬스터의 목소리 그대로 연기한 배우 리암 니슨이 영화 안팎으로 관객을 끌어안는다. 놀라울 정도로 원작의 정서와 이미지를 구현한 솜씨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소설을 찾아 읽기를 권한다.

몬스터 콜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 시고니 위버, 루이스 맥더겔

개봉 2016 미국,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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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
감독 테일러 쉐리던 출연 제레미 레너, 엘리자베스 올슨

송경원 <씨네21> 기자
차갑게 들끓는 서스펜스. 장르의 화장을 지운 세계의 민낯
★★★☆
낭만도, 정의도, 카타르시스도 없다. 이야기가 복수를 꾸며온 습관적인 장치들을 제거하고 나니 그제야 진짜 복수의 감정이 서늘한 얼굴을 드러낸다. 부조리한 세상과 무관심한 시스템을 향해 애써 변명하거나 납득하려 하지 않고 그냥 턱 밑까지 들이민다. 침묵과 얼음으로 뒤덮인 영화. 세계의 잔인한 민낯 앞에서 무력해지는 건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각본을 맡았던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의 연장에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 테일러 셰리던의 연출 데뷔작.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약육강식 스릴러의 모범시민
★★★★
지금 미국 사회에 대해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작가 테일러 셰리던의 첫 연출작. 시나리오를 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로스트 인 더스트>(2016)와 마찬가지로 추적극 형식의 범죄 스릴러이면서 이상이 무너진 미국의 살풍경한 현실을 스크린 가득 펼쳐놓는다. 테일러 셰리던은 지속해서 다뤄온 아메리칸 인디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무너지는 세상에 저항하는 인간의 강한 의지를 장면과 대사마다 꼿꼿이 심어 넣었다. ‘어벤져스멤버의 재결합 정도로 생각했던 제레미 레너와 엘리자베스 올슨도 범인을 쫓는 콤비 역할에 악착같이 입김을 불어넣어 자신들의 최고 캐릭터를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준다.

윈드 리버

감독 테일러 쉐리던

출연 엘리자베스 올슨, 제레미 레너

개봉 2016 미국, 영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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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
감독 김양희 출연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뭉클하게 충돌하는 마음의 시()
★★★☆
의미가 함축된 문장들의 행간에 숨은 언어와 감정을 찾아 읽는 시처럼, 각기 다른 언어들이 상대에게 온전히 가닿지 못해 충돌하는 이들의 마음을 더듬어 읽게 되는 영화. 김양희 감독은 세 인물을 통해 사랑은 영감(靈感)이자 절실함이고 보호하고픈 마음임을 찬찬히 설득한다. 각자의 이유로 미성숙한 이들이 조금 덜 미숙한 길로 향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은 이 영화를 그들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언급하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말할 수 없는 것을 굳이 말해야 하는 난감함, 시와 사랑과 영화의 공통점
★★★
어느 것 하나 함부로 결정짓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무기력한 시인과 억척스럽고 세속적인 아내, 그리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소년. 작위적인 상황으로 나아가기 충분한 설정 앞에서 영화는 밀어붙이거나 사건을 짜내는 대신 인물들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가만히 지켜본다. 이야기보다 분위기와 풍경에 감정을 싣고자 하는 영화. 부분적으로 모호하지만 대체로 명확하다. 허공에 흩어질 공기들을 선명하게 해주는 아내 전혜진 배우의 연기야말로 영화가 디디고 선 단단하고 너른 땅이다.

시인의 사랑

감독 김양희

출연 양익준, 전혜진, 정가람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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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너를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 출연 최민기, 오야기 후미코, 황민현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좋다면서 표현을 못 하네
★★
도쿄를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 청춘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다.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기획 영화여서 멤버 전원이 배우로 활약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겪는 설렘과 불안함은 보편적 감정임에도 영화에서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인물 누구에게도 감정 이입하기 어렵다. 아직 연기 경험이 부족한 배우들에게 상황 설정만 부여하고, 언어가 다른 배우들과 감정을 주고받는 연기 대부분을 대사로 채운 탓이다.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면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이라도 행복해지게 노력해야지라는 극중 대사처럼 아쉽게도 다수의 관객을 외면하고 말았다.

좋아해, 너를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

출연 렌, 아오야기 후미코

개봉 201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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