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날 서린 문장, 차가운 호흡까지 ‘찍은’ 각색의 품격. 아직까지 들려오는 얼어붙은 땅의 노래.
★★★★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장르, 서사 차원에서 접근하면 그다지 입체적이진 않기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지만 이야기와 상황만 옮긴 게 아니라 건조하고 날선 문체마저 장면으로 옮기고자 했고 대체로 성공한다. 단순히 사건과 상황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소설의 톤과 정서까지 충실히 옮긴, 어쩌면 각색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완성형. 불필요한 부분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편집의 호흡은 한 겨울 남한산성처럼 차가운 영화의 공기를 닮았다. 창의적인 해석이나 영화적인 혁신이 있는 건 아닐지언정 모자란 점을 찾아보기 거의 힘든, 그야말로 웰메이드 사극
이화정 <씨네21> 기자
말과 말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대사의 스펙터클
★★★★
패배한 전쟁을, 잠깐의 승리의 서사도 보태지 않고 옮긴 지극히 모험적인 시도. 액션의 카타르시스, 민족의 자긍심에서 빗겨난, 목적을 달리한 영화다. <남한산성>은 김훈 원작의 시린 정서를, 각색과 촬영, 색감, 음악까지 정제된 형태로 옮겨내는 데 성공한다. 인조를 사이에 두고 펼쳐내는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의 신념과 가치의 충돌이야말로,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한 진짜 전쟁. 서로 다른 말이 칼이 되어 부딪히는, 대사의 스펙터클이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