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혼자 사는 외모를 가지고 있길래 지구인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년월일이 1977년 11월 10일인 거 보면 지구에서 태어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가 딴 세상에 사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건 작품 활동도 뜸하고, 각종 공식 석상에서 얼굴 보기도 힘들기 때문인데요. 그의 생일을 맞아 그가 지구에 머문(?) 흔적들을 모았습니다. 


1. "니 얼굴에 연예인은 무슨"
또렷한 눈매와 이목구비가 그대로 남아있는 원빈의 어린 시절. 본명인 김도진이었던 때였죠. 그는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합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원빈에게 "시내만 나가도 너보다 잘생긴 사람 널렸다. 니 얼굴에 연예인은 무슨"이라며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죠. 그런데 연예계에 들어간 순간부터 그는 얼굴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물론 이때는 조금 통통했던 시절이지만 이 시기 살 안 찌기 쉽지 않죠. 급 친근해지면서 그도 지구인이 맞았다는 거 인정(ㅋㅋㅋ) 하게 됩니다.


2. 기무라 타쿠야 닮은꼴
원빈보다 5년 앞서 일본에서는 기무라 타쿠야가 태어났죠. 찾아보니 그의 생일은 11월 13일. (소름! 이 즈음 태어나면 이런 얼굴로 자랄 팔자인 걸까요) 어린 시절 졸업 사진부터, 똑 닮은 둘.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 자리 잡습니다. 원빈은 신인 시절 기무라 타쿠야 닮은꼴로 더욱 유명해질 수 있었죠.


3. 얼마 없는 작품 속 그의 빛나는 얼굴들

<프로포즈>, <레디 고!>(1997)

1990년대 데뷔 초 그의 얼굴은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 만찢남 비주얼이었습니다. 휘날리는 바람머리에 사연 있어 뵈는 커다란 눈망울. 스틸컷만 봐도 90년대 순정만화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그는 KBS 드라마 <프로포즈>에서 김희선이 연기한 여주인공 주위를 맴도는 몽상가형 스토커를 연기해 주목받았는데요.

<광끼>(1999)

KBS 캠퍼스 청춘 드라마 <광끼>에도 이어 출연합니다. 그는 여기서 가난한 포토그래퍼 강민을 연기했습니다. (이름마저 순정만화 감성;;) 유행과 시간을 초월한 장발 스타일을 한 그는 동아리 선배미를 발산합니다. 물론 대학 가면 이런 선배,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얼굴로 포토그래퍼라니. 사진은 제가 찍어드려야겠네요.

<꼭지>, <가을동화>(2000)

<레디 고!>, <꼭지> 등 풋풋한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캐릭터를 맡아왔던 그는 인생작 <가을동화>에서 나쁜 남자를 연기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얻게 됩니다.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라는 명대사 유행어를 남기죠. 그는 여기서 호텔 종업원 은서(송혜교)에게 반하는 호텔 경영자 아들로 등장합니다. 2000년대 유행하던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유형의 나쁜 남자 캐릭터로 연기력 논란마저 뛰어넘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킬러들의 수다>(2001)

개미지옥이네요. 세상 나쁜데 매력적인 남자였던 <가을동화> 이후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는 순수 그 자체로 돌아옵니다. "사랑이란 그런 거야! 한없이 영롱하고 투명한 거"라 외치는 순수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형들 틈에서 순진무구 막내미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죠.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형>(2004)

그는 과거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촉박하게 대본을 받아 소화해야 하는 TV 연기에서는 유독 예민해진다고 밝혔는데요. 그 이유 때문인지, <가을동화> 이후 그는 영화에 더욱 집중합니다. 이때쯤 그가 선택한 역할들을 보면, 청춘스타, 잘생긴 미남 배우가 연기하지 않을 법한 배역들을 선택합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촬영한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형>에서 뜨거운 형제애를 가진 동생으로 등장했는데요. 두 작품 모두 작품성과 흥행에 성공해 <가을동화>로 얻었던 재벌 2세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죠.

<마더>(2009)

이에 그는 더욱 도전적인 캐릭터에 관심을 둡니다. 그는 <마더>에서 스물여덟이지만 지능이 낮은 청년으로 분해 어이없게 살인범으로 몰리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요. 물론 김혜자의 놀라운 연기력과 작품성으로 더 기억되는 작품이긴 합니다. 그러나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 이 역할은 큰 도전이었죠. 나중에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잘생긴 배우를 그렇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아저씨>(2010)

그리고 그의 최근작(이지만 2010년) <아저씨>에서 다시 한 번 포텐을 터뜨립니다. 아저씨와는 전혀 거리가 먼 비주얼이었는데, 오히려 영화에서는 이런 반전의 면모에 관객들은 더욱 열광했죠. 함께 영화관에 들어갔다가 극장 불이 켜지면 옆 사람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린다는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특히 그가 머리를 미는 장면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는데요. 이렇게 데뷔부터 지금까지 몇 작품 되지 않지만, 그는 늘 작품 속에서 동시대 워너비 남성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4. 원빈이 거절한 작품들

<군함도>
<신과함께>

7년이라는 공백기를 갖고 있는 그지만, 그는 영화/드라마계에서 꾸준히 1순위로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작 <군함도>도 제의 받았었는데요. 어떤 역할인지 확실치 않지만, 나이대로 보아 소지섭이나 송중기 캐릭터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는 제작이 무산된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우선적으로 기다린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개봉을 앞둔 대작 <신과함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렸지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부산행>

역대 관객 수 10위에 등극한 천만 영화 <부산행>의 공유 역할도 원빈을 거쳐간 역할입니다. 캐릭터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하네요.

<클라우드 아틀라스>

그에게는 할리우드 진출 기회도 주어질 뻔했습니다. 배두나는 과거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 초기 기획 단계에 원빈의 캐스팅 설이 돌았다고 밝히며, 그가 왜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그가 이 작품에 출연했다면 자신에게 기회가 안 왔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그는 스타 드라마 작가들에게도 캐스팅 1순위였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캐스팅되었던 원빈. 거의 출연을 확정 지을 뻔했지만 극중 캐릭터의 직업 설정에 대한 작가와의 의견 차이로 하차합니다.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 캐릭터도 군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 톱배우들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었는데 그 목록에 원빈도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상대역이 송혜교였네요. 만약 원빈이 복귀작으로 선택했다면, <가을동화> 이후 다시 만날 뻔했습니다. 특히 김은숙 작가는 5년 전만 해도 항상 원빈을 캐스팅 1순위로 놓고 대본을 썼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도 원빈의 본명인 김도진이었죠. 


5. 이나영과 밀밭 결혼식
<아저씨> 이후로 근황이 정말 궁금하던 중 그는 이나영과 2015년 깜짝 결혼 발표를 합니다. 둘은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에 있는 밀밭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의 복귀(?)였습니다. 이후 그들의 아름다운 스몰 웨딩은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 되었습니다.


6. 집돌이
그는 대체 평소에 뭘 하길래 이렇게 안 보이는 걸까요? 평소 유명 화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취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가 그린 그림이 방송에 공개되기도 했죠. 어디까지나 취미라서 그림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하네요. 또한 그는 엄청난 게임 마니아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프라모델 조립, TV 시청 등을 즐긴다고 합니다. 그도 집에 가면 평범한 집돌이었네요. 집에서도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인정합니다.(ㅋㅋㅋ)


7. 근황이 궁금해
결혼한 그해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 이후, 또다시 그의 소식은 뜸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광고 행사장에 심상치 않은 헤어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팬들은 드디어 복귀하는 것 아니냐 짐작했지만, 아직 작품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 밀당하고 좋은 작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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