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스러운 리즈 위더스푼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40세 직장인 싱글맘의 인생 2막을 그린 <러브, 어게인>입니다.

<러브, 어게인>은 헬리 마이어스 샤이어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여성의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내는 여성 감독인 낸시 마이어스의 딸이기도 합니다. 낸시 마이어스가 제작을 맡고, 그 딸이 연출하고, 리즈 위더스푼이 출연한 직장인 싱글맘의 이야기라니! 세 사람의 이름만으로 에디터의 필람 영화 리스트에 일찌감치 타이틀을 올린 작품인데요. 지나치리만큼 모범적이었지만 어쨌든 리즈 위더스푼의 사랑스러움과 에너지는 충분했습니다.

러브, 어게인

감독 핼리 메이어스-샤이어

출연 리즈 위더스푼, 마이클 쉰, 냇 울프, 피코 알렉산더, 존 루드니츠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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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리즈 위더스푼을 스크린으로 만난 김에 리즈 위더스푼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을 잠시 떠올려 봤습니다.


<대니의 질투>의 ‘대니’

단역배우 친구를 따라 다니다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단박에 주연으로 출연한 기적의 데뷔작, <대니의 질투>(1991)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덕후인 열네살 소녀 대니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대니가 드디어 코트(제이슨 런던)와 키스를 할 땐 에디터 마음도 두근두근!

대니의 질투

감독 로버트 멀리건

출연 샘 워터스톤, 테스 하퍼, 게일 스트릭랜드

개봉 199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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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웨이>의 ‘바네사’

<프리웨이>(1996)는 리즈 위더스푼이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분기점이 된 작품입니다. 동화 '빨간 모자'를 현대식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끔찍한 유년을 보낸 소녀 바네사의 홀로서기를 그립니다. 지옥 같은 집에서도 연쇄살인마의 손아귀에서도 바네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싸워 끝내 이기고 맙니다. 수위가 센 폭력 묘사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사회 최약체인 어린 소녀의 잔혹성은 이율배반적인 쾌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프리웨이

감독 매튜 브라이트

출연 키퍼 서덜랜드, 리즈 위더스푼

개봉 199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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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션>의 ‘트레이시’

<일렉션>(1999)의 트레이시는 공부 잘 하고, 예쁘장하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느라 학우들 사이에선 밉상인 소녀입니다. 심지어 교사와 몰래 연애까지 합니다. 트레이시가 총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되는 과정을 그린 스쿨드라마이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1992년에 있었던 조지 부시 시니어와 빌 클린턴의 대선 그리고 임신한 여학생이 학교 퀸으로 뽑히자 교사들이 다른 학생을 퀸으로 밀고 투표용지을 불태워 증거를 없애버린 실화에서 각색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성공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앞만 보고 달리는 야심만만한 소녀는 리즈 위더스푼 특유의 똑쟁이 이미지와도 적절히 들어맞습니다.

일렉션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매튜 브로데릭, 리즈 위더스푼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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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이 너무해>의 ‘엘리’

명실공히 리즈 위더스푼의 최고의 캐릭터가 아닐까요. <금발이 너무해>(2001)의 엘리 우즈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인 학교 퀸입니다. 하버드 법대생인 남자친구로부터 "마릴린 먼로가 아닌, 재클린 케네디를 원한다"는 말을 끝으로 차이게 된 일은 엘리의 인생을 바꿉니다. 자신이 가진 게 금발뿐만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해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습니다. 외모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무너뜨리는 동시에 다른 의미의 차별적 제스처를 숨긴 아이러니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금발이 너무해>가 리즈 위더스푼의 '리즈 시절'을 열어젖혔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당시 미국에선 "2의 멕 라이언"이라 불리며 각광받았습니다.

사진의 제목이 'Meg vs Reese'였습니다.
금발이 너무해

감독 로버트 루케틱

출연 리즈 위더스푼, 루크 윌슨

개봉 200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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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알라바마>의 ‘멜라니’

고향을 버리고 뉴욕으로 가 대성한 입지전적 인물인 멜라니에게는 사실 7년간 별거 중인 남편이 있습니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 위해 고향 앨라배마로 날아간 멜라니는 그곳에서 뜻밖의 평온함을 느낍니다. 시골 출신 여자가 홀로 도시에서 갖은 고생을 겪어가며 차지했을 명성을 이토록 안일하게 포기하도록 만들어도 되나 싶기는 하지만, 아무튼 멜라니는 심신의 안식을 선택합니다. 실제로 리즈 위더스푼이 남부 출신이기에 배역에 더 감정이입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스위트 알라바마

감독 앤디 테넌트

출연 리즈 위더스푼, 조쉬 루카스

개봉 2002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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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의 ‘준’

실존 인물인 뮤지션 자니 캐시와 준 카터의 사랑을 영화화한 작품 <앙코르>(2005)로 리즈 위더스푼은 제78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불우한 과거가 있는 자니는 준을 열렬히 사랑하지만 준은 이미 두 번의 이혼을 겪어 쉽게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니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 준이 그를 도우며 두 사람은 연애의 싹을 틔우고 자니는 공연 중 준에게 청혼합니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쭉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리즈 위더스푼은 반년간 고단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가수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오스카 수상 이후 리즈 위더스푼의 출연료도 두 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앙코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호아킨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

개봉 200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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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즈음엔 3천만 달러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개런티가 높은 여배우'로 평가받았습니다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리즈 위더스푼의 승승장구는 거기서 멈췄습니다.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일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닙니다. 자연스레 '여배우'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었습니다.
 
일찌감치 리즈 위더스푼은 제작자로서의 길을 닦아두고 있었습니다. 여성 배우를 위한 영화가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여성 배우에게 양질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2000년 영화사 '타입 A 필름즈'를 설립합니다. <금발이 너무해>의 제작에 참여해 이때의 성공으로 회사의 기반을 다졌고 <금발이 너무해 2>(2003)를 총괄 프로듀싱, 뒤이어 <페넬로피>(2006)를 제작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4번의 크리스마스>(2008)와 비디오 영화 <리걸리 브론디스>(2009)까지 만들었습니다.

브루나 파판드리아와 리즈 위더스푼.
<와일드>의 원작자 셰릴 스트레이드와 리즈 위더스푼, 각색을 맡은 작가 닉 혼비, 감독 장 마크 발레.

2012, 리즈 위더스푼은 호주의 여성 프로듀서 브루나 파판드리아의 제작사인 '메이크 무비스'와 합병해 공동으로 '퍼시픽 스탠다드'라는 새 회사를 설립합니다. 목적은 같았습니다. 퍼시픽 스탠다드는 <와일드>(2014), <나를 찾아줘>(2014), <핫 퍼슈트>(2015)까지 영화 세 편과 HBO TV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를 제작했습니다. 2016년엔 브루나 파판드리아와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하고 리즈 위더스푼이 단독으로 퍼시픽 스탠다드를 운영키로 했으며, 오터 미디어와 힘을 합쳐 합작 투자사 '헬로 선샤인'을 만듭니다. 브루나 파판드리아와는 현재도 몇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 중입니다. 

엘르 우먼 인 할리우드 시상식에서 발언 중인 리즈 위더스푼.

최근 리즈 위더스푼은 엘르 우먼 인 할리우드 시상식에서 16세 때 영화감독에게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던 경험을 밝혔습니다. 에이전시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어린 신인이었던 그는 차마 그 자리에서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리즈 위더스푼은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의 용기에 힘입어 모든 비즈니스의 자리에서 권력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회사 안에서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여성 임원의 수가 몇이나 될까요. 의식을 함양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산업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앞서 작품을 다 적지 않았지만 리즈 위더스푼의 영민하고 선구적인 이미지를 공고히 한 캐릭터들이 대개는 '노력형'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리즈 위더스푼을 비롯한 여성 영화인들이 바꾸어나갈 앞으로의 할리우드를 기대해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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