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밤
감독 장항준 출연 강하늘, 김무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조용한 가족의 미스터리
★★★
해맑은 홈 드라마처럼 시작한 영화의 플롯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고, 깊어지는 미스터리는 관객을 점점 빨아들인다. 영화 중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매듭이 풀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데, 이 후반부의 긴장감은 전반부만큼 팽팽하진 않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장르 영화의 재미가 꽤 쏠쏠한 영화. 배우들의 조합도 좋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떡밥'을 물거나, '떡밥'이 물리거나
★★☆
반전이 지뢰밭처럼 깔린 ‘반전 지향’ 영화다. 반전이 드러나는 시점에 맞춰 영화 결이 공포-범죄 스릴러-홈드라마 등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크게 3막으로 이뤄진 복합장르 느낌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반전이 시작되기 전, 한정된 공간 안에 인물들의 심리를 촘촘히 그려낼 때다. 흥미롭게 달리던 영화는 그러나 반전을 거치면서 오히려 빤해진다. 겹겹이 쌓아둔 트릭이 벗겨지면서 영화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내기보다, 부산스럽게 충돌해 서로의 활력을 깎아먹는 쪽이다. 109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혹은 ‘뭔가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연출의 의욕이 넘치지 않았나 싶다. 덜어내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 기억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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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항준
출연 강하늘, 김무열
개봉 2017 대한민국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미셸 파이퍼, 조니 뎁 등
이화정 <씨네21> 기자
품격 객실칸에 딱 맞는, 연기, 미술, 촬영의 조화
★★★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가지는 상징성을 충실히 재현한 영화. 열차를 중심으로 한 미술, 의상 등의 화려함. 이스탄불을 떠나는 기차를 조망하는 부감샷 등, 비주얼적인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다. 추리 자체의 긴장감과 밀도는 다소 떨어져 플롯은 평범하지만, 객실 칸에 모인 노련한 배우들의 면면이 사건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만든다. 기차에서 벗어나 눈밭으로의 공간 확장, 포와로의 캐릭터를 완벽주의자로 사뭇 부각시키는 점 등,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이 지금의 대중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고민한 나름의 해법에 충실하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다 아는 맛인 줄 알았는데 호사스러운 가운데 뜻밖의 경쾌함이 있다
★★★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은 이미 1974년 시드니 루멧에 의해 한 차례 영화화됐다. 감독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직접 에르큘 포와로로 변신해 자신만의 해석을 선보인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 홈즈처럼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신한 포와로는 경쾌하고 따뜻하다. 범인을 찾아가는 서스펜스보다 캐릭터들의 사연과 인물 묘사에 집중했고, 기차와 인물들을 훑는 카메라의 움직임, 화면의 질감에도 공을 들였다. 고급스러운 앤티크 상품을 즐기는 감각. 영리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특급 원작, 무난한 출발
★★★
포와로가 논리가 아닌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과정, 사건의 슬픈 내막은 원작자 애거사 크리스티의 필력에 빚지고 있는 부분이 크다. 아직은 원작에 예를 다해 조심스럽게 영상으로 옮기려 한 흔적이 더 크게 보인다. 포와로가 관객을 배려하기보다 혼자 앞서 나아가는 캐릭터라는 아쉬움도 조금 있지만, 날카로운 직관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바라보는 고전적 재미만큼은 좋은 편. 이후 펼쳐질 ‘포와로 시리즈’를 향한 기대감에 불지피기 무난한 시작이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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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조니 뎁, 데이지 리들리,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주디 덴치, 윌렘 대포, 조시 게드, 데릭 제이코비, 레슬리 오덤 주니어
개봉 2017 미국
반드시 잡는다
감독 김홍선 출연 백윤식, 성동일
이화정 <씨네21> 기자
느린 액션, 빠른 반전. 노인의 속도가 주는 특별한 범죄수사물
★★★
노인이 뛰고 노인이 잡는다. 30년간 풀리지 않았던 미제 연쇄살인사건. ‘쓸모없는’ 늙은이로 치부되던 노인에게 역할을 주고, 이분법적 사회를 향한 소통의 메시지를 건넨다. 특히 아리동이라는 배경 설정과 구현, 노인의 속도가 주는 액션의 강도와 속도의 표현이 재밌다. 거듭되는 반전이 다소 무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다분히 특색을 가진 영화. 백윤식, 성동일의 버디 호흡이 코믹과 범죄 사건을 오가는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단점을 잡는 장점들
★★★
중‧노년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스릴러. 충무로에서 만나기 힘든 조합을 밀어붙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의도가 좋은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영화가 반가운 것은, 안전한 흥행공식 대신 도전정신을 취한 것을 넘어 이를 그만의 색깔로 담아냈다는 것에 있다. 사회물/휴먼 드라마 안에서 주로 이야기되던 ‘노인·혐오 문제’가 스릴러를 만나 어떤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사례로도 보인다.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쌓아 올린 장점의 합이 더 크다. 꼼꼼한 로케이션과 속도전에 함몰되지 않은 그만의 리듬이 특히나 인상적. 충무로에서 더 많이 만나고 싶은 시도다.

- 반드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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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홍선
출연 백윤식, 성동일
개봉 2017 대한민국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감독 일디코 엔예디 출연 게자 모르산이, 알렉상드라 보르벨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을 감각해가다
★★★★
감정과 영혼을 박탈당했던 사람들이 사랑을, 나아가 세상을 감각해가는 이야기. 단순하게는 오감을 활짝 열리게 하는 러브 스토리이고,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현실과 꿈 그리고 육체와 정신의 영역을 오가는 풍부한 은유들로 가득 찬 작품이다. 낯선 만큼 신선하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연가(戀歌)
★★★☆
관계에 서툰 여자와 관계에 지친 남자가 사슴 한 쌍이 등장하는 같은 꿈을 꾸면서 교감을 나누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 헝가리 출신 시네아스트 일디코 엔예디 감독은 꿈과 도축장이라는 초현실과 현실의 이미지를 교차하며 결함을 가진 두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는 사랑의 완성을 차분하면서도 독보적인 연출로 보여준다. 영국 출신 포크 싱어송라이터 로라 말링의 ‘What he wrote’가 중요한 사랑 노래로 등장해 영화의 여운을 되새기게 한다. 올해 열린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고, 5월 열린 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을 거쳐 2018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오른 2017년의 필견작 중 하나다.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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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일디코 엔예디
출연 게자 모르산이, 알렉상드라 보르벨리
개봉 2017 헝가리
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감독 아릴드 안드레센 출연 크리스토퍼 요너, 크리스토페르 베치
송경원 <씨네21> 기자
교감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보낸 면적만큼 퍼지는 온기
★★★☆
남자는 아내의 설득으로 아들을 입양한다. 하지만 아내가 사고로 갑자기 사망하자 친모에게 아들을 다시 넘기고 싶어 친모가 있는 콜롬비아로 여행을 떠난다. 일견 비정하고 무책임해 보이지만 사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낭만적인 이야기보다 힘겨운 현실을 직시하는 영화는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거친 다음에야 말할 수 있는 관계를 그린다. 서로에게 녹아들고 상대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 무게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아버지와 아들, 두 배우의 조용하고 세심한 연기에 금방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 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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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릴드 안드레센
출연 크리스토퍼 요너, 크리스토페르 베치
개봉 2016 노르웨이
딥씨 챌린지
감독 존 브루노, 레이 퀸트, 앤드류 라이트 출연 제임스 카메론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탐험가 제임스 카메론의 심해 탐험
★★★
해양 SF 명작 <심연>(1988), 흥행작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심해는 영감의 원천이자 자신이 상상했던 모든 것이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 해양 탐험가이기도 한 제임스 카메론이 2012년 잠수정 ‘딥씨 챌린저’를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의 심연으로 향하는 과정은 그가 연출한 영화들만큼 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 꿈을 실현하는 한 사람의 열정적인 도전기이자 완성도 높은 해양 다큐멘터리.

- 딥씨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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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브루노, 레이 퀸트, 앤드류 라이트
출연 제임스 카메론
개봉 2014 미국
이프 온리
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세월이 보증한 러브스토리
★★★
깨달음은, 대부분, 늘 늦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나서야 온 힘을 다해 사랑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어찌할 수 없는 미련함. <이프 온리>는 세상 무수한 연인들이 겪어온 이러한 ‘후회’에 과녁을 쏘면서 공감을 안기고, 후회에 ‘AS(애프터서비스)’ 기회를 부여하면서 위로와 판타지를 안기는 영화다. 13년 전 개봉한 영화가 아직도 ‘가을만 되면 보고 싶은 영화’로 거론되는 건, 이 작품이 전하는 대리만족의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러모로, 세월이 보증해준 러브스토리라 하겠다.

- 이프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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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개봉 2004 미국, 영국
스쿨 오브 락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잭 블랙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We Will Rock You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잭 블랙이 만난 코미디. 2003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유쾌하고 신나며 감동적이다. 록 마니아는 물론, 초심자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영화 속엔 잭 블랙의 ‘록의 역사’ 강의가 있다). 배우이자 록 뮤지션인 잭 블랙의 (과할 정도로) 진정성 넘치는 연기는 영화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는다.

- 스쿨 오브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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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잭 블랙
개봉 2003 영국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두 노인 이야기
★★★
삶의 마지막을 향하는 두 노인이 우연히 만나 ‘인생 프로젝트’를 이뤄가는 이야기. 잠깐 걸음을 멈추고, 산다는 것에 대해 뒤돌아보게 만든다. 우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삶이 끝나갈 때 우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영화는 ‘버킷 리스트’라는 장치를 통해 이 거대한 질문에 대답한다. 물론 이 영화를 실천에 옮기기엔, 백만장자라는 캐릭터 설정은 평범한 관객으로선 넘기 힘든 벽일 수도. 그러나 그 취지(?)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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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개봉 2007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