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

오늘도 지하철은 축 늘어진 어깨들을 잔뜩 담아다가 일터로, 학교로 내던진다. ‘먹고사는’ 것 때문에 지친 당신에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조금은 다르게 ‘먹고 사는’ 방법을 제안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혜원(김태리)이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가꾼 작물로 요리를 해먹으며 세상에서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화다. ‘김태리의 삼시세끼’로 불릴 만큼 김태리의 시선이 영화를 끌고가지만, 혜원의 삶에 다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친구 은숙에게 눈길이 간 이는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끔은 밉상일 만큼 눈치 없이 굴지만 환한 미소 한 번에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이 배우는 바로 진기주다. 꿈을 찾아 마침내 충무로에 첫발을 내디딘 이 배우의 지난 여정을 정리해봤다.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개봉 2018 대한민국

상세보기

어린 시절을 강원도에서 보내다
진기주의 어린 시절 (사진 진기주 인스타그램).

진기주의 고향은 서울이다. 하지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아주 어릴 적 강릉으로 이사했고, 그러다 초등학교 무렵 춘천으로 옮겨와 쭉 그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진기주는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햇볕에 그을린 까만 얼굴이었다고 한다. 또 워낙 개구지게 뛰어다녀 다리에 넘어져 생긴 흉터가 많다. 진기주는 노는 것만큼 과학 과목도 좋아했는데, 강원도 내에 있는 영재교육원에 선발될 만큼 성적도 우수했다.


연기자가 되기까지 다양한 경력이 있다
지역 민방 수습기자 시절의 진기주 (SBS 방송화면 캡쳐).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기 때문인지 진기주는 공과대학에 진학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아버지가 기왕이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질 수 있는 전공이 어떠냐고 해서 선택한 학과라고 한다. 졸업과 동시에 그녀는 누구나 가고 싶어한다는 대기업 S사의 IT 컨설턴트로 취직한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입사하고 나서 그게 기술영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은 그녀를 방황하게 만들었고, 2년 만에 사표를 내고 어릴 때 꿈이었던 기자에 도전해 한 지역 민방 수습기자로 일하게 된다. 진기주의 부전공은 신문방송학이다. 꿈꿔왔던 기자 생활이었지만 막상 뛰어드니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냈다. 바로 연기다.


슈퍼모델 출신이다
2014년 슈퍼모델 참가 당시 프로필 (사진 SBS).

기자를 그만두고 이제는 하나의 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돌고 돌아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경력을 쌓아보려 2014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했는데 시험 삼아 나간 대회에서 올리비아로렌상을 거머쥐며 당당히 입상, 연예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2016년 월드 프렌즈 뮤직 페스티벌(WFMF)의 카티아조 패션쇼는 슈퍼모델 대회 이후 그녀가 처음으로 선 런웨이다.

카티아조 패션쇼의 진기주 (사진 카티아조 홈페이지).

드라마로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다
드라마 <미스티> (방송화면 캡쳐).
미스티

연출 모완일

출연 전혜진, 김남주, 지진희, 진기주, 고준, 구자성, 임태경, 이경영, 안내상, 김보연, 연운경, 이준혁, 이성욱, 김수진, 김형종, 이아현, 정영기, 신강우, 남경읍, 강득종

방송 2018, JTBC

상세보기

김남주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며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미스티>에는 그에 못지않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진기주가 있다. 학벌, 스펙 모든 면에서 출중한 사회부 기자 출신 앵커 한지원 역을 맡아 김남주와 메인 앵커 자리를 다투며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왼쪽부터) <두 번째 스무살>, <퐁당퐁당 LOVE> (방송화면 캡처).

진기주는 2015년 tvN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로 데뷔한다. 최지우와 함께한 인생 첫 촬영이 모니터에 투샷으로 잡히는 것을 보고 마치 합성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 현장에서 감독이 진기주를 부르는 애칭이 있었는데 바로 아름이다. 예전 CF에 나왔던 ‘공대 아름이’를 빗댄 건데, 진기주가 공대 출신 배우이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출연작은 MBC 단막극 <퐁당퐁당 LOVE>(2015)다. 첫 사극 도전이라 부담감이 있었지만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라 자신감 있게 도전했다고 한다. 왕세자 이도(윤두준)의 정비 소헌왕후와 장단비(김슬기)의 현실 친구 소현, 1인 2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작품이다.

(왼쪽부터) <한번 더 해피엔딩>, <수요일 오후 3시 30분> (방송화면 캡쳐).

이어 출연한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정경호, 권율의 청순가련 첫사랑으로 출연해 불치병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으며 시청자를 울린다. 비록 짧은 출연이었지만 tvN <굿 와이프>(2016)에서 전도연과 윤계상 사이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로 또 한번 사극에 도전하는데 이번엔 몸종이었다. 조선의 왕비에서 고려의 몸종으로 어마어마하게 신분이 하락한 셈이다. 2017년 방영된 SBS Plus <수요일 오후 3시 30분>은 진기주가 드디어 주연으로 발돋움한 작품이다. 이별통보를 한 남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선은우로 등장했다.

드라마 <굿 와이프> (방송화면 캡쳐).
굿와이프

연출 이정효

출연 전도연, 유지태, 김서형, 나나, 이원근, 윤계상, 김태우, 태인호, 채동현, 박정수, 전석호, 고준, 레이양, 박태성

방송 2016, tvN

상세보기

CF 속 이 사람이 바로 진기주
혼자라도 함께여도 잘 먹고 잘 살자.

혼밥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의 말을 건넨 광고를 기억하는가? “혼자서도 잘 먹자”며 본인이 출연할 ‘잘 먹고 잘 살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등장한 패스트푸드 광고 말이다. 그냥 짬뽕을 끓여 먹다 오징어의 맛에 빠지는 사람도, 패션 모델 출신답게 의상 아이템으로 스타일 대결을 펼치는 게임을 소개하는 이도, 당신 여행의 편안한 쉼터를 알려주는 이도 모두 진기주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