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 3월 5일,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이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월 22일 개봉 이후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아직 작품을 접하지 못한 관객들이 말하는 “오해”와 작품을 보신 분들을 위한 비하인드를 함께 모았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마이클 스털버그, 더그 존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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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헬보이>의 에이브,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괴생명체

1. 이거 헬보이랑 연결이 되나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괴생명체의 외형을 보고, 혹은 예고편에서 엘리자(샐리 호킨스)가 그에게 달걀을 주는 걸 보고 <헬보이>의 에이브를 연상했는데요, 현재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헬보이와는 어떤 관계성도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오해를 산 건 과거 <헬보이> 시리즈에 관여했던 델 토로 감독이 "에이브 스핀오프작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던 것 때문인데요, 현재 <헬보이>는 델 토로 감독의 손을 떠나 새롭게 리메이크 중입니다. 그러니 연관이 있을 수가 없지요.

최근 공개된 <헬보이> 리부트 이미지컷.

다만 에이브를 몹시 아꼈던 델 토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유사성을 만든 부분도 없잖아 있어 보입니다. 푸른빛의 외관이나 달걀, 그리고 둘 다 더그 존스가 연기했다는 것 등은 델 토로 감독의 ‘애정’이 담긴 디테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헬보이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존 허트, 셀마 블레어, 루퍼트 에반스, 카렐 로든, 제프리 탬버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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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

감독 닐 마샬

출연 데이빗 하버, 밀라 요보비치, 이안 맥쉐인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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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0이랑 표절작이라던데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와 <셰이프 오브 워터>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주목을 받아서인지 유독 표절 시비가 많았던 <셰이프 오브 워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표절로 확정난 것은 없습니다. 델 토로 감독이 이 작품을 거의 7년 가까이 준비했고, 여러 유사성에도 <셰이프 오브 워터>만의 인장이 뚜렷했기 때문이죠.

먼저 표절 시비가 났던 건 유튜브에 공개된 단편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제작된 이 작품은 핵 전쟁으로 바다가 범람한 세계에서 인어와 연구소 청소부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한 줄 요약으로는 꽤 유사해 보이죠? 실제로도 논란이 깊어지자 제작자와 델 토로 감독은 이 단편을 제작한 아트 스쿨 학생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양측 모두 설정만 비슷할 뿐, 전개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극작가 폴 진델의 아들이 아버지가 쓴 <렛 미 히어 유 위스퍼>(1969)라는 희극을 영화가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시합니다. 이 작품에선 연구소의 청소부와 두뇌가 발달된 실험체 돌고래가 교감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작사인 폭스도, 델 토로 감독도 이를 극구 부인했습니다. 델 토로 감독은 "들어본 적도 없는 작품"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퍼시픽 림> 촬영 현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셰이프 오브 워터>를 구상하기 시작한 건 2011년. 그러니까 한창 <퍼시픽 림>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속편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 연출 대신 제작으로 투입된 것도 이 영화를 연출하기 위해서였죠.

퍼시픽 림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허냄, 론 펄먼, 이드리스 엘바, 찰리 데이, 키쿠치 린코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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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괴물>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가 1950년대의 고전 영화 <해양 괴물>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라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실제로 극중 스트릭랜드가 괴생명체를 남미에서 잡았다고 하는데, <해양 괴물>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여성 작가와 공동 작업한 최초의 영화입니다. 드라마 <앨리어스>, <왕좌의 게임>, 영화 <다이버전트>에 참여했던 바네사 테일러와 공저했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촬영 현장에서 분장을 받고 있는 더그 존스.

제작 투자를 위해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 연구실과 괴생명체의 디자인에 착수했습니다. 괴생명체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9개월이나 걸렸고, 델 토로 본인도 "나와 우리 팀이 디자인한 것 중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징그러운 괴수가 아닌, 사랑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 작품이 실패했다면, 은퇴했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할리우드에 진출했다가 제작자의 횡포에 진저리를 치며 멕시코로 돌아가 만든 <악마의 등뼈>, <헬보이 2: 골든 아미>의 흥행 실패 후 절치부심해 만들었던 <판의 미로>도 제작 당시엔 ‘망하면 은퇴’라고 생각했었다네요. 참고로 괴생명체 숨소리에 델 토로 감독의 숨소리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역시 괴물 사랑이 탄생시킨 괴물


배우 비하인드
(맨왼쪽부터 시계방향) 리차드 젠킨스, 더그 존스, 기예르모 델 토로, 마이클 섀넌, 샐리 호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셰이프 오브 워터>는 “감독이 원한 배우를 모두 캐스팅”한 영화입니다. 델 토로 감독은 엘리자에 샐리 호킨스, 스트릭랜드에 마이클 섀넌 등을 염두에 두고 썼답니다. 하지만 단 한 명, 리차드 젠킨스가 연기한 자일스는 원래 이안 맥켈런 경을 위해 썼다는군요. 

이안 맥켈런.


델 토로 감독은 각 캐릭터마다 과거사를 작성했답니다. 어떤 캐릭터는 40페이지 분량이 넘었다는데요, 배우들은 그걸 읽거나 안 읽거나 선택할 수 있었죠. 자일스 역의 리차드 젠킨스는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일이 유일한 것”이라며 과거사를 읽지 않았고, 호프스테틀러 역의 마이클 스털버그는 이 과거사가 자신의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옥타비아 스펜서.

젤다 역을 연기한 옥타비아 스펜서는,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말이 없고 대사 대부분이 흑인 여성과 (구체적인 단어가 있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노인 남성에게 주어진 것이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델 토로 감독의 팬인 옥타비아 스펜서는 "델 토로 감독이 저에게 책상 역을 시켰다면 그거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네요.

(위에서부터) <셰이프 오브 워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더 포스트> 속 마이클 스털버그

마이클 스털버그는 이 작품을 포함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더 포스트>까지 90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세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샐리 호킨스.

샐리 호킨스는 이 영화를 준비하며 찰리 채플린, 스탠 로렐, 올리버 하디, 버스터 키튼, 오드리 헵번의 영화를 봤습니다. 델 토로 감독은 샐리 호킨스에게 해당 배우들의 출연작 블루레이를 주기도 했다네요. 참고로 오드리 헵번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엘리자로 출연했었고, 자일스의 방에 오드리 헵번 그림이 걸려있다는 연관성이 있다네요.

<셰이프 오브 워터> 수중 촬영을 끝내고 샐리 호킨스는 <패딩턴 2> 촬영차 런던으로 떠났는데요, 런던에서의 첫 촬영도 <패딩턴 2>의 수중 장면이었답니다. 생각해보면 <패딩턴> 1편에서 화장실 전체가 물로 가득차는 장면이 있었으니, 이미 물과 인연이 깊었네요.

<내 사랑>

샐리 호킨스는 2017년 개봉작 두 편에서 장애를 지닌 여성을 맡았습니다. 하나는 <내 사랑>의 모드 루이스(류머티스 관절염에 의한 장애)고 하나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엘리자(말을 못하는 언어장애)입니다.

더그 존스는 매일 3시간 동안 괴생명체 분장을 견뎌야 했는데요, 정작 본인 말로는 “기존의 델 토로 감독 작품에서 준비했던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라고 했다네요. 참고로 그가 맡은 역할로는 <헬보이>의 에이브, <판의 미로>의 판과 눈알 괴물, <미믹>의 유다 등이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에이브, 판, 눈알 괴물


제90회 아카데미에서 남녀조연상 후보(리차드 젠킨스·옥타비아 스펜서)에 모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영화입니다. 아쉽게도 둘 다 수상엔 실패했지만요.


작품 비하인드
<썸웨어>

<셰이프 오브 워터>는 2010년 <썸웨어> 이후 7년 만에 영어권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엘리자의 성 ‘에스포지토’는 이탈리아어인데요, 아주 예전엔 버려진 아이나 고아들에게 붙이던 이름이라고 합니다.

촬영 감독 댄 로스츠센과 델 토로 감독은 <미믹>, <크림슨 픽>에 이어 세 번째로 작업했습니다. 댄은 "이 영화의 95%가 세트촬영이었다"며 "비가 계속 오되 따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연이어 나오는 영화기도 한데요, 예고편에서는 마들렌느 페이루의 ‘라 자바네즈(La Javanaise)’를 사용했습니다. 영화 속 엘리자가 괴생명체에게 보여주는 LP는 베니 굿맨 악단의 ‘더 그레잇 베니 굿맨(The Great Benny Goodman)’과 글렌 밀러의 ‘글렌 밀러 플레이스 섹션스 프롬 더 글렌 밀러 스토리 앤 아더 히트(Glenn Miller Plays Selections from The Glenn Miller Story and Other Hits)’입니다. 그외에도 카르멘 미란다의 ‘치카 치카 붐 칙’, 카테리나 발렌테와 실비오 프란치스코의 ‘바발루’ 등이 있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음악에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음악감독의 휘파람이 들어갔습니다. 델 토로 감독 왈, “얼마나 많은 장면에 물이 쓰였는지를 대비하기 위해 휘파람을 넣자고 제안했다”고 하니 음악을 유심히 들으면서 보는 것도 좋겠죠? 데스플라 음악감독은 델 토로 감독이 제작으로 참여한 <가디언즈>, <트롤헌터>를 작업했지만 델 토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처음 맡았습니다.

일러스트 포스터는 타이완계 미국인 제임스 장이 그렸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마더!>의 포스터도 그의 작품입니다. 그래픽 노블 <페이블즈>의 표지를 맡았고요.

<마더!> 포스터


제90회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해 최다 수상작에 등극했습니다. 델 토로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에 이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세 번째 멕시코인 감독으로 기록됐습니다. 

감독님의 밝은 미소로 마무리!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신비주의 시를 변용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북미에서 영화가 개봉한 12월 25일, 기예르모 델 토로는 그림 한 장과 시를 공개했습니다.

그대의 모양 무엇인지 알 수 없네
내 곁에는 온통 그대 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