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레이더
감독 로아 우다우그 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안젤리나 졸리라는 높은 허들
★★★
2001<툼 레이더>가 세상에 나온 이후, 안젤리나 졸리는 라라 크로프트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카리스마와 섹시함을 움켜쥔 졸리 표 여전사는, 영화 완성도와는 별개로 캐릭터로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그러니 16년 만에 리부트되는 이 시리즈의 가장 높은 허들은 팬들의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안젤리나 졸리라는 이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배우를 만난 라라 크로프트는 안젤리나 졸리표 라라 크로프트의 아우라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별로여서가 아니다. 원조가 너무 강해서다. 속편을 염두에 둔, 여전사 탄생기에 해당되기에 그 화력을 아껴둔 것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듬성듬성한 개연성은 아쉽다. 오락영화로서 지루하지 않다는 건 그래도 큰 장점.

툼레이더

감독 로아 우다우그

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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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비극 위에 지어진 마법의 성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게 너무나 인색했다. 작품상 후보에조차 지명되지 못한 건 차치하더라도, 남우조연상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모텔 관리인 바비를 연기한 윌렘 데포가 받았어야 했다. 비극 위에 지어진 마법의 성에 사는 무니와 친구들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햇살조차 아이들의 살갗을 벨 듯 내리쬐는 플로리다에서 유일하게 그들을 지켜주면서도 무력함과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바비는 영화에 현실감과 온기를 부여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웰컴 투 무니월드
★★★★☆
디즈니월드 부근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린 아이와 어린 엄마의 삶.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아슬아슬한 매일을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축제와 모험이 가득한 천진한 세계로 그린다. 대책 없는 낭만적 해석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동정하지 않는 시선을 견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오프닝 타이틀이 채 올라가기도 전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천진함, 해방감, 순수함, 화면을 가득 채우는 빛과 운동 에너지는 분명 새롭고 가슴 벅찬 영화적 경험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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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더 브레이브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조슈 브롤린, 마일즈 텔러, 제프 브지리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재난 실화 영화의 모범
★★★☆
역사상 최악의 산불 화재로 꼽히는 2013년 미국 애리조나 주 야넬 힐 화재 진압에 나섰던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 핫샷팀의 활약을 그린 영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재난 상황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꽤 공을 들여 균형점을 잃지 않는다. 점층적으로 쌓아올린 이야기가 위력을 발휘하는 후반 40분이 압권. 현실의 영웅에 대해 영화가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가장 온전한 방식으로 완성한 재난 실화 영화의 모범작. 화재 참사라는 현실 문제를 곱씹어볼 기회이기도 하다.

온리 더 브레이브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마일즈 텔러, 테일러 키취, 조슈 브롤린, 제프 브리지스, 제임스 뱃지 데일, 제니퍼 코넬리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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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타주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마츠모토 준, 아리무라 카스미, 사카구치 켄타로

이화정 <씨네21> 기자
기억 속에 흩어진 사랑의 기호들. 찾아 헤매기
★★★
이즈미의 시점에서 본 사랑의 역사. 성인이 된 이즈미가 대학시절을 불러오고, 그 시점에서 다시 고등학생 시절을 소환하는 방식. 그렇게 그녀가 비 냄새와 함께 과거를 거슬러 가는 이유는, 그 중심에 내내 마음을 빼앗아간 남자 하야마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또 한명의 남자 오노. 영화는 마주보지 못하고 이렇게 서로의 등을 바라보는 세 남녀의 관계를 세심하게 따라간다. 여느 멜로드라마처럼 어느 한쪽을 멋있게 포장하거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사랑을 갈구하는 이 세 사람의 형태를 쫓을 뿐이다. 때로 질척이고 갑갑하고, 부정확하며 또 억압적이기까지 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그 모든 속성들에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사랑의 본질을 찾아내려 애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열애기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클로즈드 노트>(207) 등 일본 멜로 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멜로 신작. 내레이션과 몽타주의 합성어인 제목 나라타주처럼 장면의 시간, 장소 등을 회상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한 여성의 잊지 못할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고전 영화, 회중시계 등 장치의 절묘한 활용, 정제된 대사와 절제된 연출이 영화에 문학성을 부여했다. 마츠모토 준과 사카구치 켄타로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사랑에 빠진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아리무라 카스미의 연기가 빼어나다. 시마모토 리오의 동명 연애 소설이 원작이다.

나라타주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마츠모토 준, 아리무라 카스미, 사카구치 켄타로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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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스레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빅키 크리엡스, 레슬리 맨빌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한 땀 한 땀 공들인 장인의 영화
★★★★☆
이 영화가 뿜어내는 감각을 문장으로 온전히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 예민하고 노련하고 팽팽하게 감정의 가느다란 굴곡을 조율해낸 폴 토마스 앤더슨의 꼼꼼한 바느질은 형언하기 힘든 희열을 안긴다. 강박을 쏟아내는 취향 확고한 예술가와 그런 예술가가 쳐 둔 견고한 성 안에 자신의 영역을 심으려는 여자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두고 벌이는 아슬아슬한 패권 다툼. 음악, 미술, 카메라, 의상, 연기 모든 게 한 땀 한 땀 공들인 맞춤형 오트쿠튀르 같다. 그러니까 이건, 장인의 영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기묘한 사랑의 게임에 압도당하는 경험
★★★★
예술가와 자유분방한 뮤즈 혹은 가학과 피학의 역할을 돌아가며 담당하는 연인.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언제나처럼 무의식 안에 자리 잡은 인간의 욕망을 파헤쳐 나간다. 숨 막히는 질서의 세계 속, 승자가 계속해서 뒤바뀌는 이 기묘한 사랑의 게임은 어느덧 보는 이를 압도한다. 견고한 그 세계가 어떻게 무너져가고 새로운 구원은 어디에서 발견되는지 목격하는 경험은 압도적이다. 섬세한 실자락이 부드러운 촉감으로 몸에 감기다가, 끝내 온몸을 칭칭 감아버리고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은퇴를 번복해주길 바랄 뿐이다.

팬텀 스레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빅키 크리엡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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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마고 로비, 앨리슨 제니, 세바스찬 스탠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악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이야기라면 역경을 딛고 성공신화를 쓴 인물을 주목하는 게 안전하다. 이 영화는 전혀 다른 노선의 인물을 택했다. 화목한 가정, 상냥한 성품으로 대변되는 미국 보수주의 여성상과는 여러모로 반대편에 서 있던 전 미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 영화는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일생이 폭력과 부당 대우로 가득했던 그의 삶을 위한 웰메이드 항변이다. 여성이 성공하는 서사는 중요하지만, 실패하고 무너진 여성 서사 역시 중요하다. 그건 우리에게 이제껏 더 높은 비율로 허락되지 않았던 이야기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악녀도 주인공일 수 있고 악녀도 변명할 수 있어서 좋다
★★★☆
국민 악녀로 명성이 높았던 피겨 선수 토냐 하딩의 입체적 관찰. 악녀를 앞세우고 그녀의 악행을 전제로 하되, 악행 이면에 있는 그녀의 개인사를 추적한다.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를 보는 듯, 여성을 향한 진실공방전과 그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민낯을 희화화한다. 가볍게 처리된 톤이 리얼함을 반감시키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극정 구성의 재미를 시종 놓치지 않는다. 영화적으로 보자면 다분히 흥미로운 주조연 캐릭터의 향연이 돋보인다. 특히 마고 로비의 완벽한 트리플 악셀’ 같은 연기만으로도 놓칠 수 없는 영화.

아이, 토냐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마고 로비, 세바스찬 스탠, 앨리슨 제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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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감독 김백준 출연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끔찍한 이야기
★★
학교 폭력에서 시작한 영화는 복수극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하나의 사건은, 아무리 그 아이들이 괴물들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하더라도, 지나치며 잔인한 설정이다. 메시지가 때론 너무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폭력의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진단하지 않은 채 폭력의 현상만을 부각시킨다는 느낌도 준다. 분명 곱씹을 만한 테마를 지닌 영화임에도, 그것을 설득력 있는 서사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난점을 보여준다.

괴물들

감독 김백준

출연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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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썰매를 탄다
감독 김경만 출연 정승환, 한민수, 유만균, 이종경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우리의 의미를 돌이키게 하는 휴먼 다큐
★★★☆
장애인 아이스하키, 아이스슬레지하키로 불리는 파라 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타고 경기를 한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파라 아이스하키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연습 상대조차 없는 선수들의 열악한 상황과 일상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내레이션과 연출 없이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달리는 선수들에게 집중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또 하나의 국가대표
★★★☆
평창 패럴림픽 시즌, 그들의 숨은 열정과 사연과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이지만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파라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장애인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스포츠인에 대한 영화로 봐주시길. 우리가 진정으로 응원해야 할 그들이다.

우리는 썰매를 탄다

감독 김경만

출연 정승환, 한민수, 유만균, 이종경, 박상현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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