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업라이징
감독 스티븐 S. 드나이트 연 존 보예가, 스콧 이스트우드, 케일리 스패니

송경원 <씨네21> 기자
거대로봇과 괴수가 () 싸운다. 그게 전부다. 그거면 됐다.
★★★
카이주와의 전쟁 뒤 10년 다시 침공한 적에 맞서 업그레이드된 거대로봇 예거가 출동한다. 압도적 크기와 육중한 무게로 신선한 볼거리를 안겼던 전작에서 방향을 약간 선회했다. 날렵하고 다채로워진 로봇들이 환한 대낮 도심에서 벌이는 격투 신은 전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다만 이걸 보기 위해 지루한 초반, 진부한 중반을 견뎌낼 필요가 있는데 사실 스토리는 깔아 놓은 레일이나 마찬가지인지라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퍼시픽림과 트랜스포머 사이 어딘가에서 절충한 할리우드버전 고퀄러티 특촬물. (Feat. 중국 자본의 질척거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다시 열린 브리치
★★☆
이 시리즈의 핵심은 예거와 카이주의 대결. 전편에서 닫혀버린 브리치를 다시 열어 카이주를 소환하는 것이 속편 스토리의 관건인데, 이 부분은 조금은 엉성하다. 대신 그 허점을 도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재난 스펙터클로 메운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메가폰을 놓고 제작자로 물러났는데, 전체적인 구성에서 전작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액션의 쾌감 부분은 그럭저럭 전개된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감독 스티븐 S. 드나이트

출연 스콧 이스트우드, 존 보예가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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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첫사랑의 이름이 남긴 흉터
★★★★
눈이 부실 정도로 부서지는 볕과 마을의 풍요로운 정경, 풀 내음 가득한 밤공기까지 모든 것이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첫사랑을 위해 복무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여름에 시작해 계절을 가로지른 열일곱 소년의 열병은 관객을 나와 사랑하는 사람만 주위에서 오려낸 것 같았던 시절로 데려다 놓는다. 여름이 끝나도 아물지 않는 썬번처럼, 첫사랑은 영화가 끝나도 길게 흉터를 남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있는 그대로의 사랑, 유일한 순간들로 흘러 넘쳤던 햇살의 시간
★★★★
강렬한 에로티시즘을 기반으로 한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 해, 여름 손님>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감각적인 영상에 담았다. 성장담이란 측면에서 <마르셀의 여름>,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십대와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연상되지만 그 모든 영화의 요소들을 조금씩 담고 있으면서도 어떤 영화와도 다르다. 수줍고도 강렬한 첫 사랑의 떨림, 사랑에 취한 사람의 디테일한 행동까지 세심하게 포착하는 한 여름 햇살의 추억. 순수하면서 관능적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해 여름, 뜨거운 첫사랑
★★★★
내 삶이 그를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명징하게 예감한 열일곱 소년의 열병과도 같은 첫사랑.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관능적이고 탐미적인 영상이 스크린 가득 타고 흐르는 가운데,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눈 뜬 소년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표현해 낸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훌륭한 멜로 영화가 그래왔듯,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역시 종국엔 그것으로 세상 수많은 연인이 자신의 지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이토록 섬세하고도 강력한 사랑 고백이라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미열로 다가와 뜨거운 흔적으로 남은 너
★★★☆
인생에서 겪은 단 몇 주의 일이 한 사람의 평생을 지탱하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첫사랑에 관한 기억이라면 더욱. 생각과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첫사랑의 열기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영화. 흥분과 떨림, 고통과 슬픔이 스크린에 뜨겁게 오르내린다. 처음 볼 때보다 본 이후의 잔상들이 미열처럼 오래 남는 영화다.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을 고요히 비추는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목격할 가치가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그리는 이탈리아의 여름 풍경 또한 언제나 옳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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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김재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난한 시대, 자존을 지킨다는 것에 대하여
★★★☆
집 하나 때문에 모두가 많은 것을 포기하는 시대. <소공녀>는 이 앙상한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자존과 품위와 취향을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청춘은 꿈꿔야 하는 존재라는 관성적 인식 역시 부정한다. 감독은 미소(이솜)를 통해 일상을 제대로 버티기도 힘든 이들에게 꿈꾸라고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인지 말하고 있다. 살기 위해 애쓰는 청춘들을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이 영화는 귀여워서 웃고, 애잔해서 마음 쓰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젊은 창작 집단 광화문시네마의 활약은 여전히 반가우며, 물 흐르듯 편안하게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솜의 매력은 곳곳에서 반짝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지금 이곳의 청춘영화
★★★
미소(이솜)는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빠듯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 그는 또렷한 욕망을 가지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딪친다. 미소는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취업과 결혼, 육아 등 생활의 안정을 위해 저마다 미뤄둔 것을 여전히 놓지 않는데,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결코 대단하지도 않고 오히려 염치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씩씩하게 일상을 조율해나가는 생활인이자 누군가는 그림자로 미뤄둔 청춘을 여전히 살고 있는 미소의 용기에 지지를 보낸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생존이 아니라 생활, 선택과 자존으로 지키는 행복에 대해
★★★
궁핍하지만 취향을 포기할 수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는 대신 월세로 살던 집을 포기하고 친구들의 방을 전전한다. 미소의 행보를 따라 하나씩 소개되는 청춘의 씁쓸한 단상들. 일에 몰두하느라 건강을 놓친 동료, 가족에 매몰되어 자존을 잃은 친구 등 살아남기 힘든 시대 각자도생의 생존법이 천변풍경 마냥 소개된다. 그럼에도 따스한 시선으로 지금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들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는 영화. 다소 낙관적인 태도가 현실을 부분적으로 지우는 감이 있지만 싫지만은 않은 위안을 선사한다.

소공녀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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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4
감독 딩성 출연 왕대륙, 왕카이, 마천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추억을 훼손하러 왔다
★★
홍콩 느와르의 상징적 존재인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독이 든 성배’를 마셔보겠다는 의미다. 당연히 묻게 된다. 과연 다시 나올 이유가 있는가. 우려대로 <영웅본색4>는 그 이유를 전혀 설명해내지 못한다. 기존 시리즈를 향한 오마주와 동일한 주제곡이 등장하긴 하나 그뿐이다. 원작이 지닌 감수성도 느와르 특유의 비장미도 건드리는 데 실패한다. 세련미 역시 30년 전 만들어진 원작에 밀리는 수준. 소중한 추억을 훼손하기 싫다면 이전 버전을 다시 꺼내보는 게 이롭겠다.

영웅본색4

감독 딩성

출연 왕카이, 마천우, 왕대륙

개봉 2017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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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드와이프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 카트린 프로, 카트린 드뇌브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계라는 것의 가변성. 이해와 화해와 용서와 애정, 그 모든 디테일들
★★★
관계는 일상을 흔들고 재편한다. <더 미드와이프>는 집 나간 지 35년 만에 ‘제 멋대로’ 돌아온 새엄마와 딸의 흔들리는 일상을 그린다. 엄마는 늙고 병이 들어 돌아왔고, 딸은 그 사이 더 이상 어른 소녀가 아닌 과거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사이였지만,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러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는 그 세심한 변화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좇아간다. 카트린 드뇌브의 노련한 연기와 카트린 프로의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이들의 갈등을 함께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여성의 이름으로
★★★
새엄마와 의붓딸 관계였던 두 여성이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성격도 취향도 다른 둘은 여전히 티격태격 하지만 각자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관계와 나이를 뛰어넘는 여성의 우정과 연대를 단단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의 유머러스한 연기와 카트린 프로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져 은근한 감동을 주는 프렌치 무비.

더 미드와이프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 카트린 프로, 까뜨린느 드뇌브

개봉 2017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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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감독 모리 준이치 출연 하시모토 아이, 마츠오카 마유, 미우라 타카히로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작지만 확실한 행복 상찬
★★★☆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과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을 편집해 묶었다. 러닝타임 138분에 사계절을 담아 계절별 요리 에피소드는 줄었지만 영화의 주제와 정서는 고스란히 담겼다.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건강한 삶의 방식,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 원작에 자연 고유의 색을 입힌 청정한 영상과 소리로 전달하는 요리 과정은 여전히 소울 푸드 무비의 정수답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먹고 요리하고 노동하라
★★★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4)와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2015)를 합해 하나로 재편집한 영화. 정갈한 일본 전통의 가정식 백반 집에서, 소박한 풀 코스 정식이 끝없이 나오는 느낌이다. 스토리라인은 최소화시키고, 주인공의 내레이션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각종 음식의 레시피로 138분의 러닝 타임을 채운다. 한적한 전원의 사계절 풍경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노동하고 휴식하고 요리하고 먹는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와 비교해서 봐도 좋을 듯. 한국판이 세 캐릭터 사이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자연 속의 삶을 보여준다면, 일본판은 좀 더 정적이며 요리 장면의 비중이 크다.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감독 모리 준이치

출연 하시모토 아이, 마츠오카 마유, 미우라 타카히로, 키리시마 카렌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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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감독 김진태 출연 김수안, 양지웅, 이정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영화는 아니다
★★
김수안의 얼굴이 전면에 부각된 포스터에 ‘운동회’라는 제목이기에 동심의 세계를 그린 가족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하실 듯.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이 우연찮게 한 곳으로 집중되면서 갈등이 폭발하는 이야기다. 여러 플롯들이 존재하는데 작위적으로 엮는다는 느낌이 있다. 구성의 묘를 더 살렸어야 했던 작품.
     
이화정 <씨네21> 기자
가족을 통해 보는 한국사회
★★☆
9살 승희(김수안)의 ‘말썽 많은’ 가족. 아빠는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고, 엄마는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뺏긴다. 삼촌은 영화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하고, 할아버지는 ‘아버지 연합’ 회원이 된다. 승희의 가족 모두가 한국사회의 각 계층을 옮겨온 듯한, 말 그대로 지금 시대의 축소판이다. 탈 많은 가족을 따라가지만, 영화는 그들을 이상한 시선에 가두지 않는다. 다함께 어우러지는 그 순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울함과 냉소보다는 경쾌함이 앞서는 영화.

운동회

감독 김진태

출연 양지웅, 김수안, 이정비, 박찬영, 최혁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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