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컨퍼런스에 가면 대부분의 작품이 밀폐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더라. 연출자의 통제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답답했다.” 석재승 프로듀서의 아쉬움은 VR 콘텐츠 개발사가 영화사와 함께 작업하면서 해소됐다. 탁 트인 야외로 나가, 통제가 되면서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선에서 신 안에서 재미도 줄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데 공을 들인 것이다. 그 결과 대학 캠퍼스, 망원동 카페, 옥탑방 등이 주요 공간으로 등장하고, 주인공들의 방이 우주 공간 위로 떠오르는 판타지적 장면도 삽입됐다. 무엇보다 이들 로케이션이 잘 이어지는 것이 관건이었다. 구범석 감독은 “<기억을 만나다>의 핵심은 설계였다”고 설명한다. “컷과 컷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월드와 월드가 이어지는 것이 VR이다. 관객의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앵글과 모든 사물의 위치, 인물의 동선, 공간 전체가 합에 의해 잘 설계되어야 한다.” 콘티 작업 단계에서 카메라 위치부터 동선,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논의해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리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돌발상황은 발생했다. 날아가는 새, 구름의 흐름, 온갖 외부의 소리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탑방 장면의 경우 기대만큼 하늘이 맑지 않아서 CG로 다시 하늘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