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
감독 이병헌 출연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송경원 <씨네21> 기자
말맛, 진맛, 사람 맛. 찜찜한데 신선해
★★★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이번엔 중년남녀의 외로움과 일탈로 돌아왔다.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했는데, 상황에 따른 웃음 대신 캐릭터의 공감과 설득에 상당 부분 공을 들인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불편한 소재의 한계, 남성 캐릭터 위주의 시각과 전개 등 약점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륜을 희화화 하거나 단순한 웃음의 도구로 소비하진 않으려는 태도가 공감의 폭을 넓힌다. 이병헌 표 코미디가 뭘 바라는지 윤곽이 잡혀가는 모양새. 웃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서 제대로 웃길 줄 아는 영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아슬아슬 줄타기
★★☆
이병헌 감독은 확실히 유머 구사 능력이 좋다.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자신만의 으로 비틀고 리폼하는 솜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륜이라는 진입장벽 높은 소재를 지켜보면서 지금처럼 웃어넘기긴 힘들었을 게다. 배우들 연기 리듬감도 좋은데, 이는 배우들 개인기 덕이기도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 낸 연출 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를 속 시원하게 응원하기엔 애매한 지점들이 있다.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웃음이라는 영화 특유의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흐지부지하게 잘라버린 몇몇 갈등과 세부묘사들이 끝내 걸리기 때문이다. B급 유머와 풍자 사이에서 영화 톤이 아슬아슬하게 흐려지는 순간도 아쉽다. 그럼에도 감독이 독립영화에서 보여줬던 패기와 유머를 <스물>에 이어 다시 한번 상업영화 안에 잘 비벼낸 건 반갑다. 그의 차기작이 여전히 궁금한 이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바람기의 슬랩스틱
★★☆
남녀(주로 남자)의 바람기를 소재로, 시종일관 대사빨로 승부한다. 배우들의 개인기로 웃음을 만들어내며 돌파해 나가지만, 몇몇 설정들은 어색하고 불편하며 느닷없다. 불륜을 이야기지만 절대 심각해져선 안 된다는 강박이 때론 영화의 톤을 난처하게 만든다. 그래도 몇몇 장면은 그 장면 자체로서 코믹한 즐거움을 준다. 체코 코미디 <희망에 빠진 남자들>(2011)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바람 바람 바람

감독 이병헌

출연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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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티모시 샬라메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는 이런 영화를 더 많이 보아야 한다
★★★★
레이디 버드(시얼샤 로넌)는 엄마를 비난하고, 형제를 저주하고, 아버지에게는 무관심하다. 깨어있는 동안 주변을 향해 울고 소리 지르기 바쁜 소녀는 특별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격렬하게 알아가는 중이다. 누구나 지나온 혹은 통과 중인 불완전한 시절을 소환한 영화는 성장영화의 바이블로 남기에 충분하다. 특별하지 않아도,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인 것을 받아들인 소녀의 모습을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보아야 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그레타 거윅 제너레이션
★★★☆
지금 우리가 왜 그레타 거윅이라는 영화인을 주목하고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사한 증명. 유머와 생기가 넘치는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면에서 불완전하고, 성인이 되기 위해 울퉁불퉁한 길목을 통과하고 있으며, 부정하고 미워했던 자기 자신의 뿌리를 비로소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주인공을 통해 진짜 성장을 그린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절의 이야기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부스러기마냥 흩날려 사소하게 반짝이던 시절
★★★★
일상이 지긋지긋한 열일곱 소녀. 성인 미만 아이 이상, 자존과 불안 사이 갈팡질팡 하던 미묘한 시기. ‘레이디 버드를 자칭하는 소녀는 특별해지고 싶다. 뉴욕으로 상징되는 어딘가로 탈출하려 하지만 일상의 중력은 그를 단단히 붙들어 맨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그 시절 그립고 부끄러운 기억들이 총천연색으로 녹아 반짝인다. 기승전결의 그럴듯한 이야기의 레일을 따라가지 않고 소소한 개별 에피소드를 기억의 구슬처럼 엮어 낸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가슴 한 구석 아리면서도 흐뭇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들의 지난날이 여기에
★★★★
올해 오스카 유일의 여성 감독상 후보작이라는 걸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레이디 버드>는 주목해야 할 여성 감독의 등장을 명징하게 알리는 작품이자, 세상 모든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철없던 과거와 조우하는 시간을 선사하는 멋진 성장영화다. 레이디 버드라 불리길 희망하는 소녀가, 부모가 지어준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받아들이면서 한 뼘 성장하는 과정 속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그때 그 시절우리들의 시간이 투영돼 있다. 개별적이고 특수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안에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일 텐데, <레이디 버드>는 그 어려운 걸 해낸다. 훌륭하다.

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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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
감독 방수인 출연 이순재, 정지훈, 장광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빼어나진 않아도 귀한 영화
★★★
그 흔한 악인 한 명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거의 모든 장면에서 당신은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미학적 성취를 비롯해 영화라는 매체가 관객에게 안길 수 있는 놀라움을 언급하기에는 솔직히 걸맞지 않은 작품이다. 다만 이 영화 안에는 모두가 빤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실상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끈끈한 정과 가슴을 뜨끈하게 덥히는 사랑을 주목하려는 선한 시선이 있다. 그리고 아주 긴 시간 동안 자신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온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품이 느껴지는 연기가 있다.

덕구

감독 방수인

출연 이순재, 정지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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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색
감독 곽재용 출연 후지이 타케미, 후루카와 유우키

이화정 <씨네21> 기자
과도한 설정, 흥미로운 감정의 실험
★★☆
도플갱어가 자신을 도플갱어라 믿는 다중인격의 상대를 만난다면? 스케일이 큰 마술의 구현, 홋카이도의 유려한 풍광 등 볼거리도 다채롭다. 이른바 감정을 설명할 재료가 많아졌다. 복잡한 관계, 다소 과도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낸, 사랑과 감정에 관한 흥미로운 이 영화의 질문은 여운을 남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사랑의 색은 아름답지만 온도는 글쎄
★★☆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곽재용 감독의 신작 멜로 영화. 곽재용 감독이 원안을 쓴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주로 호러 영화에서 사용된 도플갱어를 소재를 마술과 엮어 일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신비로운 로맨스를 연출했다. 젊은 연인으로 등장하는 일본 신인배우 후루카와 유우키와 후지이 타케미의 지고지순한 감정 연기가 영화의 순백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연인의 순애보를 지켜보는 관객이 이입할 만한 공감대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람의 색

감독 곽재용

출연 후루카와 유우키, 후지이 타케미

개봉 2017 대한민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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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그리고 하루
감독 아사프 폴론스키 출연 샤이 아비비, 이브게니아 도디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애도의 방식
★★★☆
이스라엘 영화. 20대 중반의 아들을 잃은 중년 부부. 일주일의 애도 기간인 시바가 끝났지만 그들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영화는, ‘애도 이후의 일상을 코미디의 방식으로 바라보며, 그 역설이 더욱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후반부 묘지 장면은 안타까운 죽음이 단지 유가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이며 연대를 통해 극복해야 할 상황이라는 걸 보여준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상실을 치유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이스라엘 영화. 젊은 아들을 잃은 부모는 유대인 전통에 따라 일주일 동안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시간 시바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들의 하루는 비탄스럽기보다 일탈에 더 가깝다. 철부지 20대처럼 쏘다니는 남편과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 적응하려는 아내의 억척스러운 행동은 슬픔을 극복하는 각자의 방식으로 읽힌다. 삶의 희비극성을 예리하게 포착한 신인감독 아사프 폴론스키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자칫 무겁게 흐를 법한 영화의 공기를 가볍게 만드는 에어기타와 음악도 큰 치유제 역할을 한다.

일주일 그리고 하루

감독 아사프 폴론스키

출연 샤이 아비비, 이브게니아 도디나, 토머 카폰

개봉 2016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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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감독 브루노 뒤몽 출연 줄리엣 비노쉬, 파브리스 루치니

송경원 <씨네21> 기자
부조화의 조화
★★★☆
브루노 뒤몽의 코미디. 모든 충돌은 거기서 시작된다. 휴가철 여행지에서 살인이 발생하면서 사건이 전개될 듯 하지만 영화는 곧장 난장의 길로 빠진다. 사랑에 빠진 연인, 질투와 집착 등 양념이 버물어지면 어디로 흘러갈지조차 혼란스러워진다. 우아한 고전희극처럼 보이다가 과장된 슬랩스틱으로 전환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연을 담아낸 아름다운 화면으로 채색된다. 이러한 충돌의 연쇄는 코미디의 장치들을 비틀거나 아이러니를 활용하는 것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브루노 뒤몽은 애초에 장르나 관습의 틀 바깥에 서 있다. 부조리의 형상을 날 것처럼 드러내는 시도는 영화라는 세계의 파괴를 갈망하는 듯 하다. 익숙한 듯 하다가도 문득 낯설고 기괴해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기기묘묘한 체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낯설고 한적한 웃음
★★☆
<휴머니티>(1999) <플랑드르>(2006) 그리고 최근엔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카미유 클로델>(2013)로 잘 알려진 브루노 뒤몽 감독의 독특한 코미디. 한적한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원주민 어부 집안과 그 지역에 별장을 가진 상류층 가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상한 캐릭터들이 돌고 돌며 예상치 못하는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코미디. 그럼에도 감독 특유의 리얼한 톤은 잘 살아 있다고 느낄 즈음, 영화는 판타지 요소를 끌어들인다. 종잡을 수 없지만, 묘한 방식으로 관객을 붙잡아두는 영화.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감독 브루노 뒤몽

출연 줄리엣 비노쉬,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파브리스 루치니

개봉 2016 독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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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감독 멜라니 로랑, 시릴 디옹 출연 제레미 리프킨, 밴다나 시바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우리의 내일을 위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
영화감독이자 작가,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공동 창업자인 시릴 디옹과 프랑스 배우이자 영화감독,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멜라니 로랑이 공동 연출한 프랑스 다큐멘터리. 이들은 세계 10여 개국의 지식인들을 만나 온난화, 자원파괴, 인구 증가 문제로 한계점에 달한 지구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풍성한 인터뷰와 음악, 영상을 활용해 친절하게 풀어낸 연출이 돋보인다. 2016년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수상작.

내일

감독 시릴 디옹, 멜라니 로랑

출연 멜라니 로랑, 시릴 디옹, 밴다나 시바, 제레미 리프킨, 피에르 라비

개봉 2015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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