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리턴즈>는 노련해진 권상우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올해로 데뷔 18년을 맞은 권상우는 그간 스크린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몸짱, 액션, 멜로 등 정형화된 키워드에 맞춰진 배우 같지만, 알고 보면 늘 섬세하게 캐릭터만의 개성을 짚어내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던 배우. 파릇파릇한 청년의 모습에서부터 ‘아재’스러운 모습까지, 어느 작품이든 말끔하게 소화하는 권상우의 스크린 속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송학림 화산고, 2001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연예계에 입문한 후 모델로 활동하던 권상우의 데뷔작은 학원 무협물 <화산고>. 잘생김은 기본, 역사상 최단기간 내 학원을 평정한 학생회장 송학림을 연기했다. 누명을 쓰고 교장(윤문식)에게 위협을 가한 범인으로 몰리는 인물. 데뷔작에서부터 와이어 촬영을 접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말끔한 마스크, 단정하고 절도 있는 연기로 단번에 평단의 주목을 받은 권상우는 이후 수많은 작품의 러브콜을 받으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의 자리에 섰다.

화산고

감독 김태균

출연 장혁, 신민아, 허준호

개봉 2001 대한민국

상세보기

지훈 동갑내기 과외하기, 2003
인터넷 소설의 영향이 컸던 2000년대 초반, 로맨스 코미디 장르 속 남성 캐릭터의 미덕(!)잘생김싸가지 없음이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속 지훈은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캐릭터다. 성인의 나이로 여태까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지훈은 동갑내기 과외 선생 수완(김하늘)을 약 올리는 재미로 산다. 영어교재를 꺼내라 하면 <플레이보이>를 꺼내 수완을 남사스럽게 만들고, 수업시간 내내 담배를 피워대던 허세 가득한 반항아.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귀공자스러운 얼굴로 껄렁한 연기를 소화해낸 권상우의 첫 코믹 연기가 빛난 작품이다. 약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로맨스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영화로 남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감독 김경형

출연 김하늘, 권상우

개봉 2003 대한민국

상세보기

김현수 말죽거리 잔혹사, 2004
데뷔 초 권상우는 줄줄이 교복 입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확연히 깊어진 권상우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1978년 이소룡 키드였던 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 그가 연기한 현수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빤한 교육제도와 학생들 사이 약육강식에 신물을 느끼는 인물이다. 실제로 스무 살 무렵 내성적이었던 권상우가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며 만들어나간 캐릭터라고. 이 작품을 토대로 권상우는 충무로의 독보적 액션 스타로 거듭났다. 고등학생을 연기한 그가 촬영 당시 29살이었다는 점도 놀랍다.

말죽거리 잔혹사

감독 유하

출연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개봉 2004 대한민국

상세보기

규식 신부수업, 2004
충무로 ‘몸짱’ 대표 배우였던 권상우의 색다른 변신. <신부수업>은 러닝타임 내내 사제복으로 몸을 칭칭 감은 권상우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그가 숫기없고 어리숙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가 연기한 규식은 신부 수업을 받고 있는 모범 신학생이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남 신부(김인문)의 왈가닥 조카 봉희(하지원)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앞선 두 작품에 미치진 못했지만 <신부수업> 역시 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신부 수업

감독 허인무

출연 권상우, 하지원, 김인권

개봉 2004 대한민국

상세보기

장도영 야수, 2005
권상우의 첫 누아르. <야수>에서 그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강력반의 문제 형사 장도영을 연기했다. 정의가 먼저인 검사 오진우(유지태)와 함께 구룡파 보스 유강진(손병호)를 쫓는 인물. 태닝을 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 추레한 옷들을 입고 러닝타임 내내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이는 권상우를 만날 수 있다.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한복판에 달려드는 등 대부분의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고. 유지태, 손병호에 비해 단면적인 연기를 펼쳤단 평을 받기도 했지만, 권상우의 ‘스타’ 이미지를 한 꺼풀 벗긴 작품인 건 확실하다.

야수

감독 김성수

출연 권상우, 유지태

개봉 2005 대한민국

상세보기

이지환 청춘만화, 2006
말 그대로 물 만난 권상우가 담긴 작품. <청춘만화> 속 지환은 권상우가 잘하는 모든 것을 꾹꾹 담아낸 캐릭터다. 세계 최고 액션배우를 꿈꾸는 무모한 스턴트맨 지망생 지환은 13년 지기 소꿉친구이자 앙숙인 달래(김하늘)에게서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30대가 넘어서도 소년스러움을 간직한 권상우만의 풋풋함, 탄탄히 다져진 몸에 기본 장착되어있는 듯한 액션, 여심 사로잡는 로맨스, 미워할 수 없는 얄궂은 코미디 연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김하늘과의 두 번째 호흡이 빛을 발했음은 물론이다.

청춘만화

감독 이한

출연 권상우, 김하늘

개봉 2006 대한민국

상세보기

구갑조 포화 속으로, 2010
액션 <숙명>(2008), 멜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를 거쳐 선택한 차기작 <포화 속으로>(2010)는 전쟁 드라마다. 오랜만에 교복 입은 권상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 그가 연기한 갑조는 소년원에 가는 대신 전쟁터에 가는 것을 선택한 학도병이다. 처음엔 중대장으로 임명된 장범(최승현)을 무시하지만, 점점 마음을 열고 그에게 힘을 보태주는 인물. 늘 주연으로 나섰던 그가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 완급조절을 하며 극의 조화를 이끄는 위치의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포화 속으로

감독 이재한

출연 차승원, 권상우, T.O.P, 김승우

개봉 2010 대한민국

상세보기

사이먼 차이니즈 조디악, 2012
<포화 속으로> 이후 차기작 <통증>(2011)의 촬영을 마치고 권상우는 중국 영화에 출연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 첫 작품이 바로 성룡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대작 <차이니즈 조디악>이다. <용형호제>의 3편 격인 영화로, 중국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선 보물 사냥꾼 JC(성룡)의 활약상을 다뤘다. 권상우가 연기한 역할은 JC의 파트너 사이먼. 원맨쇼의 대가 성룡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영화지만, 권상우 역시 조연의 위치에서 깨알 같은 개그와 액션 연기로 존재감을 뽐냈다. 한국어로 연기해도 된다는 성룡의 제안을 만류하고 영어, 중국어 연기에 도전한 권상우의 노력이 빛나는 작품. 권상우는 이후 중국 작품 <그림자 애인>, <풍화설월>, <적과의 허니문>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차이니즈 조디악

감독 성룡

출연 성룡, 권상우

개봉 2012 중국

상세보기

<탐정: 더 비기닝>

강대만 탐정 시리즈
중국 활동 이후 드라마 작업에 집중했던 권상우의 한국 스크린 복귀작. <탐정> 시리즈의 강대만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아내에게 늘 구박받는 남편이다. 동시에 온라인 최대 미제 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자, 다리 부상으로 이루지 못한 형사의 꿈을 늘 마음에 품고 사는 인물이기도 하다. 1편 <탐정: 더 비기닝>(2015)에서 대만은 베테랑 형사 태수(성동일)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를 귀찮게 하던 추리 마니아에 불과했다. 3년 후 돌아온 2편, <탐정: 리턴즈>에선 보다 업그레이드된 대만을 만날 수 있다.

<탐정: 리턴즈>

셜록을 꿈꾸던 만화방 주인에서 대한민국 최초 탐정사무소를 개업한 진짜 탐정이 되어 돌아온 강대만. 2편에서 역시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권상우의 영리한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물이 올랐음은 물론이다. 이번 편에서 역시 강대만은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탐정 일을 해내랴, 가정을 챙기랴 정신이 없다. 용의자를 취조하는 자리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탐정 사무소에서 곤히 잠든 아기가 깰까 속닥이며 회의를 진행하는 대만의 모습에선 대부분의 관객이 웃음을 터뜨릴 것. 웃픈 친근함으로 무장한 대만이 권상우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임은 분명해 보인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