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조직의 보스가 밝혀졌다?! <명탐정 코난> 트리비아 17(스포주의)

올해도 돌아왔다. <명탐정 코난>의 22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이하 <제로의 집행인>)이 8월 8일에 개봉했다. 199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명탐정 코난>은 무려 24년 간 이어져왔다. 역사가 긴 만큼 곳곳에 숨어 있는 트리비아가 많다. 오늘은 <명탐정 코난>에 대해 알아둬도 쓸 데는 없지만 흥미로운 트리비아들을 준비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 이전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 기념 포스트를 먼저 보고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뒤 보면 더 재밌다. 

*마지막에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1. 남도일을 작아지게 만든 약, APTX 4869(아포톡신 4869) 이름의 비밀은?

<명탐정 코난>에서 4869라는 숫자는 굉장히 중요하게 등장한다. 남도일을 코난으로 만든 약, APTX 4869의 이름에도 있으며, 코난의 휴대폰 비밀 번호 역시 4869다. 핵심적인 요소에 두 번이나 들어간 숫자 4869. 그렇다면 이 숫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일본의 숫자놀이 고로아와세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4(し시) 8(や야) 6(ろ로) 9(く쿠)를 연결해서 발음 하면 샤로쿠인데 이는 셜록의 일본식 발음인 '샤아롯쿠'와 유사하다. <명탐정 코난>이 셜록 홈즈에서 많은 모티프를 따 온 만큼 중요한 약 이름과 비밀번호는 셜록의 이름으로 만든 것이다. 

2. 검은 조직의 코드 네임은 '술'에서 유래됐다. 

코난을 위협하는 검은 조직의 간부들의 코드 네임은 모두 술에서 유래됐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검은조직 멤버 세 명의 이름은 각각 베르무트, 진, 워커다. 베르무트는 포도주의 한 종류로 밝은 금색을 띤 모습이 애니메이션 속 베르무트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진은 증류수의 한 종류로 베르무트와 섞어서 마티니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한다. 

이런 진과 베르무트 특성 때문인지 어린이들이 보는 <명탐정 코난>에 19금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마티니나 만들어보지 않겠어?"라며 진을 유혹하는 베르무트의 대사는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명대사로 꼽히고 있다. 

진을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조직원 워커의 이름은 보드카를 의미한다. 조니 워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워커는 보드카의 일본식 발음이다. 검은 조직 멤버들은 술 이름을 딴 코드 네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보스는 코드 네임이 없다. 

3. 코난의 안경은 슈퍼맨의 오마주다.

코난은 자신의 정체가 남도일이라는 것이 탄로 나지 않도록 항상 안경을 쓰고 있다. 현재는 위치 추적, 적외선 뷰, 방탄 등 다양한 능력이 삽입되어 있지만 코난이 안경을 쓰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미란이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 설정은 슈퍼맨에서 유래한 것이다. 클락 켄트 역시 자신이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안경으로 변장을 하고 다닌다. 

4. 홍장미의 모델은? 

홍장미의 모델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이린 애들러다. 일본 유명 잡지인 <다빈치>의 2014년 5월호 명탐정 코난 특집에서 작가 아오야마 고쇼는 '하이바라 아이(홍장미)는 실은 아이린 애들러에서 따온 겁니다. 셜록 홈즈를 유일하게 이겼던 그 여자(the woman)죠.'라고 말하며 하이바라 아이가 아이린 애들러를 모티프로 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5. 짱구와 코난 중에 누가 더 클까?

유명 만화 주인공인 코난과 짱구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어린 아이고, 키가 작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1학년인 코난과 5살인 짱구 중에 누가 더 클까? 당연히 코난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정답은 '짱구'다. 코난의 키는 95cm, 짱구는 105.9cm로 짱구가 더 크다. 다섯 살 아이보다 키가 작은 걸 보면 남도일은 어렸을 적 발육이 썩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참고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한 표준 성장표 기준, 96.7cm는 3에서 3.5세 남아 평균 신장이다.  

6. 유명 추리 소설들을 오마쥬했다. 

<명탐정 코난>은 다양한 추리 소설을 오마주했다. 일본에서 120분 스페셜로 방영했던 '모여든 명탐정! 쿠도 신이치 VS 괴도 키드' 편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칠흑의 미스테리 트레인'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를 오마주한 에피소드다. '화염 속의 붉은 말' 에피소드에서는 범행 트릭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7. 괴도 키드는 코난 이전에 존재했다. 

코난의 라이벌이자 협력관계인 괴도 키드는 사실 코난보다 전에 탄생했다. 괴도 키드가 주인공인 만화 <괴도 키드(매직 카이토)>의 첫 연재는 1987년으로 1994년에 연재를 시작한 <명탐정 코난>보다 7년 먼저 세상에 나왔다. 현재는 연재가 중단된 상태다. 

8. 신형선 형사는 사실 단역으로 등장할 예정이었다. 

올곧고 선한 이미지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신형선 형사는 사실 단역으로 등장할 예정이었다. 만화책에는 없는 인물로 애니메이션 제작 중 골롬보에게 부하 형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어넣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지자 주요 캐릭터로 승격한 경우다. 참고로 일본에서 신형선 형사의 이름은 타카기 와타루로 실제 와타루 성우의 이름이다. 녹음 당시 골롬보 담당 성우인 챠후린이 갑작스럽게 무명 형사 A에게 이름을 물어봤고, 이에 당황한 성우가 자신의 본명을 말한 것이 그대로 캐릭터의 이름이 됐다. 

9. 코난과 작가가 결혼했었다?

코난과 작가가 결혼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실은 작가 아오야마 고쇼는 코난 성우인 다카야마 미나미와 결혼했었다.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부부의 연까지 맺은 두 사람이지만 현재는 이혼한 상태다. 

10. 남도일과 괴도 키드는 같은 목소리다. (심지어 얼굴도 같다!)

일본어, 영어 모두 남도일과 괴도 키드 성우가 같다. 일본 성우는 야마구치 캇페이, 영어 성우는 제리 주얼이다. 유난히 얼굴도 비슷한 캐릭터 두 명이라 더욱 인상적이다. 참고로 한국은 남도일은 강수진, 괴도 키드가 신용우로 목소리가 다르다. 

괴도키드와 남도일의 모습이 닮은 것은 공식 설정이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미란이가 괴도 키드를 남도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11. <명탐정 코난>은 원래 3개월짜리 만화였다.

<명탐정 코난>은 원래 3개월만 집필하기로 했었던 작품이다. 만화 잡지 소년 매거진에서 <소년탐정 김전일>(1992)로 인기를 끌자, 경쟁업체인 소년 선데이 편집부에서 코난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에게 추리물 연재를 제안해 시작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12. <명탐정 코난>의 범인이 주인공인 만화가 있다. 

<명탐정 코난>의 스핀오프 격인 <범인 한자와씨>는 검은색 쫄쫄이를 입은 듯한 예비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범죄의 도시, 베이커 가로 상경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코미디 만화다. 작가는 칸바 마유코로 소년 선데이에서 연재 중이며 중간 중간 원작을 풍자하는 개그들이 들어가 있다. 

13. <명탐정 코난: 시계장치의 마천루>의 악당 이름은 모리아티 교수에서 따 온 것이다.

극장판 1기인 <명탐정 코난: 시계장치의 마천루>의 악당 모리야 테이지의 이름은 셜록 홈즈의 라이벌,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에서 가져 온 것이다. 극장판 1기이다보니 기념비적인 이름을 붙였다. 

14. <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에서 영화 <다이하드> 오마주가 등장한다. 

극장판 5기 <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에서 미란이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며 코난과 자신을 소화전 호스로 묶고 수 미터 아래로 뛰어 내린 다음 발로 창문을 깨고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이 장면은 영화 <다이하드>(1988)의 오마주다. 

15. 안기준(아무로 토오루)의 일상을 그린 만화 <제로의 일상>이 연재 중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극장판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이하 제로의 집행인)> 홍보를 위해 안기준의 일상을 그린 <제로의 일상>이라는 만화가 연재 중이다. 소년 선데이에서 5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으며, <제로의 집행인> 설정 자료가 담긴 제로의 책이 부록으로 공개됐다. 

16. <명탐정 코난> 극장판 감독은 7기마다 교체됐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7기마다 감독이 교체됐다. 1기부터 7기까지는 코다마 켄지, 8기부터 14기는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15기부터 21기까지는 시즈노 코분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제로의 집행인>은 22기로 새로운 감독인 타치카와 유즈루가 맡는다. 코난 극장판은 감독의 성향에 따라 영화의 색이 바뀔 만큼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로의 집행인>은 과도한 액션신, 전범기 등 여러모로 논란이 많았던 시즈노 코분이 교체되고 난 뒤 첫 극장판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여담으로 코난 극장판에 입문하려는 사람을 위해 인턴 기자가 멋대로 추천하자면,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2002)를 추천한다. 코난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쉽게 볼 수 있고, 스토리도 탄탄한 편이라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17. 검은 조직의 보스가 밝혀졌다. 

소문만 무성하던 검은 조직 보스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다.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보스에 관한 단서를 제시하던 작가는 연재 24년만에 'File. 1008'화에서 보스의 정체를 밝혔다. 작품 내에서 풀네임이 나온 적 있으며, 술 이름을 딴 암호명이 없는 인물. 바로 카라스마 렌야였다. 한국에서는 '오억만'이라는 인물로, 219화 '모여든 명탐정! 쿠도 신이치 VS 괴도 키드' 편에 등장했다. 카라스마 렌야는 대저택과 재력을 두루 갖춘 거물이지만 50년 전, 99세에 의문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장미는 검은 조직이 50년 전부터 추진해온 비밀 프로젝트와 코난이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카라스마 렌야가 사망한 시점 역시 50년 전이므로 이는 연관성이 있다. 또한 검은 조직의 조직원이었던 '피스코'는 보스를 오래 전부터 모셨다고 이야기한다. 극 중 피스코의 나이가 72세로 그가 오래 모실 인물이라면 72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조직의 2인자인 럼의 정체를 알 수 있는 힌트, U MASCARA는 RUM ASACA로 재조합이 가능하다. 하지만 또 한 번 재배열하면 CARASUMA가 된다. 이 외에도 수많은 힌트들이 카라스마 렌야가 조직의 보스임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카라스마 렌야는 이미 50년 전에 사망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사망한 그가 검은 조직의 보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카라스마 렌야 역시 코난과 같은 APRX4869를 먹고 어려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젊어진 카라스마 렌야가 누구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보스는 밝혀졌지만 여전히 미궁 속인 보스의 정체. 작가는 현재 장기 휴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완결이 드디어 가까이 오고 있는 기분이다.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