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나. 음악과 연기의 갈림길에서 연기를 택한 배우들이 있다. 아이린, 박봄 등 유명 아이돌과 함께 연습생 시절을 거쳤던 배우들. 누군가는 연기자를 택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후회가 남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길을 선택했든 그들은 그 선택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아이돌이 될 뻔한 배우들을 모아봤다.
공승연은 2004년 SM청소년 베스트 선발 대회 외모짱 1위로 선발되면서 SM 연습생으로 현재 레드벨벳 멤버들과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연습생 신분으로 SM 자체 제작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에 출연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공승연은 아이돌이 아닌 배우로 노선을 전향했고 SM을 나와 유코컴퍼니로 들어갔다. 현재는 BH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공승연은 트와이스의 정연과 친자매다. 인기가요에서 자매 MC를 맡은 두 사람은 화려한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이때 공승연은 현역 아이돌인 정연과 견주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뛰어난 춤 실력을 공개했다. 공승연은 밝은 눈과 새하얀 피부로 실물갑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그를 실제로 만난 한 기자는 “말이 필요 없다. 그녀를 만난 뒤, 이상형이 바뀔 정도였으니까. (중략) 심장이 녹아내려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다시 장착해야 할 정도였다. 헤어지면서 ‘기자님, 기사 잘 써주세용!’하는데 그 한마디 때문에 일주일동안 독서실 끊고 거기서 기사 썼다”라고 이야기하며 그의 미모를 칭송(!)했다.

- 아이러브 이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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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도혁
출연 김기범, 박예진, 양진우, 주비
개봉 2012 대한민국
박신혜는 이승환이 키우던 가수였다. 2002년, 이승환 7집 앨범 ‘사랑하나요’ 뮤직비디오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박신혜는 이승환의 ‘꽃’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박신혜는 당초 배우 지망생이 아닌 가수 지망생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2003년 12월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인 어린 한정서를 연기하며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드라마에서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인 박신혜는 이후 배우로 전향해 현재는 아시아 전체에서 사랑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결국 꿈이었던 가수는 되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작곡을 만들거나,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노래를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신혜는 23번째 생일을 맞이한 일본 팬미팅에서 기타와 함께 자작곡 ‘폴링 인 러브 위드 어 프렌드’(Falling In Love With A Friend)를 선보였다. 작곡은 친오빠가, 작사는 본인이 직접 했다고 한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음악을 하려는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 천국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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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장수
출연 권상우, 최지우, 신현준, 김태희
개봉 2003 대한민국
수애
한창 핑클과 S.E.S로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애 역시 걸그룹으로 데뷔를 하고자 했다. 잡지모델을 하던 친구들과 함께 4인조 걸그룹으로 데뷔를 하려 했던 수애는 6개월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그 중 수애는 랩 담당으로 들어갔다. 스타제이 대표가 수애에게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2개월간 매일같이 전화를 하며 쫓아다녔다. 의리냐 일이냐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애는 장녀의 책임감으로 인해 결국 배우의 길로 들어섰고, 현재 같이 걸그룹을 준비하던 친구들과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는 당시 원빈, 이나영 등 스타들을 많이 배출해 내며 굉장히 유명한 매니저였다. 그런 그가 무명인 수애를 선택했던 이유는 바로 수애가 1970년대 톱스타 정윤희와 비슷한 스타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떡잎을 알아 본 대표 덕분에 수애는 톱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가 래퍼를 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서 수애는 랩 실력을 선보였는데, 노래의 음이 틀려 랩으로 들리는 듯했다. 특유의 저음과 오묘한 분위기는 래퍼보단 배우에 더 맞을 듯하다. 29일 개봉한 영화 <상류사회>에서 그는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으로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애는 청순하면서도 서글퍼 보이고, 그러면서도 독기가 있을 것 같은 배우다. <님은 먼 곳에>(2008)부터 <상류사회>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오간 수애는 천상배우라고 해도 좋겠다.

- 님은 먼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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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준익
출연 수애, 정진영, 정경호, 주진모, 신현탁
개봉 2008 대한민국

- 상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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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혁
출연 박해일, 수애
개봉 2018 대한민국
구혜선은 데뷔 전, SM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SM에서 DSP미디어로 이적하게 되고, 걸그룹 리앙의 핵심멤버로 데뷔할 뻔 했으나 결국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DSP를 나가게 된다.
그 후 YG에 들어간 구혜선은 박봄, 산다라박과 함께 3인조 그룹으로 데뷔할 뻔 했다. <2NE1 TV>에서 박봄은 “2005년 구혜선과 산다라박과 함게 3인조로 활동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YG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현석 대표의 권유로 구혜선은 아이돌 대신 배우로 전향했다. 2006년 인기 일일 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열아홉 살 연변처녀 양국화 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구혜선은 이후 감독, 연출, 음반 제작, 화가, 작가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모아 음반을 내기도 한 구혜선은 TV프로그램에 나와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감미로운 곡을 쓰는 구혜선이 2NE1에 그대로 합류했다면 어땠을까. 구혜선의 ‘Fire’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 열아홉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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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성효, 황인혁
출연 구혜선, 이민우, 서지석, 이윤지, 추소영
개봉 2006 대한민국
독특한 마스크와 서구적인 몸매로 큰 인기를 얻은 이하늬가 사실은 2NE1 데뷔조였다. 박봄 공민지와 함께 연습생시절을 보낸 그는 1년간 데뷔를 준비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그는 YG에 있을 때 “춤과 노래, 국악과 힙합을 융합한 음악을 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하늬가 그대로 2NE1에 있었다면 2NE1은 국악돌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이하늬는 2006년 제50회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혔고, 미스유니버스 2007 대회에서 4위에 올랐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배우로 전향하며 현재는 MC, 연기자 뮤지컬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서 엘 우즈를, <시카고>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맡는 등 훌륭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2018년 개봉 예정작 <극한직업>에서 류승룡과 함께 마약반 형사를 연기했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는데, 그곳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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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병헌
출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개봉 2018 대한민국
배우가 아닌 아이돌 김선아라니,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이지만 사실 김선아는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다. 남성 아이돌 그룹에 한 획을 그은 god는 처음에 혼성그룹으로 기획됐다. 사장님의 “그림 괜찮은데?”라는 말로 인해 혼성으로 기획된 god는 김선아까지 포함하여 god6(갓식스)로 데뷔하려 했다. 그러나 데뷔 직전, 김선아는 계단에서 구르면서 발목을 다쳤고 후두염에 걸려 무대에 설 수 없었다. 김선아는 “정말 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그때의 심정을 전했다.
그가 아이돌을 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25살의 김선아가 올린 셀프 비디오에서 그의 노래를 발견할 수 있다. 우아한 모습의 현재와는 달리 25살의 김선아는 넉넉한 박스티에 비니를 즐겨 입은 듯하다. 앳된 얼굴과 목소리를 들어 보면 의외로 god에 잘 어울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상의 문제로 아이돌 데뷔를 포기한 후 그는 소속사를 옮겨 배우로 전향했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시티홀>(2009), <품위있는 그녀>(2017) 등 코미디부터 카리스마 있는 연기까지 폭 넓은 연기를 보여주며 드라마의 여왕으로 자리 잡았다.

- 내 이름은 김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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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윤철
출연 김선아, 현빈, 정려원
개봉 2005 대한민국

- 시티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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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신우철
출연 김선아, 차승원, 추상미, 이형철
개봉 2009 대한민국

- 품위있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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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윤철
출연 김희선, 김선아, 정상훈, 이기우, 김용건, 유서진, 이희진, 정다혜, 이태임, 오연아, 문희경, 최윤소, 서정연, 한재영, 오나라, 이채미, 송영규, 김법래, 채동현
개봉 2017 대한민국
이연희는 2001년 SM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 입상하며 SM 연습생이 됐다. 이후 이연희는 소녀시대 멤버들과 연습생 시절을 함께하며 아이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소녀시대는 ‘여자 단체팀’이라는 이름으로 연습을 하고 있었으며 이연희는 리더였다. 소녀시대의 센터가 될 수 있었던 그가 굳이 연기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연희는 한 인터뷰에서 “가수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예능적인 끼가 있더라. 가수는 그런 끼를 갖춘 친구들이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가수의 꿈을 접은 이유를 밝혔다. 배우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노래를 좋아한다. 이연희는 “저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한다. 차 타고 이동할 때도 음악 들으면서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한다. 친구랑 노래방도 자주 간다”고 말하며 음악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여러 방송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 때문인지 일부 팬들은 이연희가 가수가 되지 않은 것을 여전히 안타까워한다.
원빈은 고등학교 시절 카레이서가 되기 위해 정비소에 취업했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현실로 인해 꿈을 접고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중 가수의 꿈을 가지게 됐고 이후 보컬 트레이너 박선주를 찾아가 트레이닝을 받으며 꿈을 키워나갔다. H.O.T 멤버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은 원빈은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참가했으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의 얼굴이라면 뭐든지 다 프리패스일 것 같지만, H.O.T의 콘셉트는파워풀하고 강렬했기 때문에 곱상한 이미지의 원빈과는 맞지 않아 결국 탈락했다. 그후 그는 배우 전문 소속사 대표에게 직접 캐스팅되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원빈은 2010년 <아저씨> 이후로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다. 가끔 광고에서 비추는 짧은 모습밖에 볼 수 없는 팬들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중하게 차기작을 고른지 어언 8년, 아저씨가 지켜주던 꼬마 소미(김새론)가 다 컸다. 이젠 그의 말 한마디 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지만 과거엔 팬들을 위해 노래도 부르곤 했다. 과거 원빈은 팬들을 위해 015B의 ‘이젠 안녕’을 열창했다. 그리 잘 부르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입을 열어 열창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워서 계속 보게 된다. 그야말로 노래를 듣는 게 아닌 노래를 보는 기분이다.

-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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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정범
출연 원빈, 김새론
개봉 2010 대한민국
어릴 적, 박보검은 유아스포츠단에서 수영을 배운 것을 계기로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15세 때 찾아 온 슬럼프로 인해 그는 수영을 그만두고 음악으로 눈을 돌렸다.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치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싱어송라이터라는 꿈을 갖게 됐다. 신목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그는 노래 및 연주 영상을 여러 연예기획사에 보냈고 대형 기획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소속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은 연기자 전문 기획사인 싸이더스 HQ였다. 박보검을 본 소속사 관계자는 가수보단 배우가 더 맞을 것이라 생각해 그에게 연기자를 추천했고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배우로 전향했다. 박보검은 현재 많은 팬들을 양성하며 한국 대표 미남 배우로 자리 잡았으나 음악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한 예능에서 이효리의 허밍만 듣고 바로 피아노 반주를 선보이며 뛰어난 피아노 반주 실력을 자랑했다. 또한 팬미팅 중 수준급 피아노 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한 번 더 설레게 만들었다.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