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가 그 영화에 나왔던 배우라고?' 싶은 배우들이 있다. 이미지 변신을 통해 더 아름다워진 배우도 있는가 하면, 과거의 사랑스러웠던 모습은 던져 버리고 충격적인 비주얼로 돌아온 배우들도 있다. 오늘은 짙은 화장부터 삭발, 유두 피어싱(!) 등 놀라운 비주얼 변신으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여성 배우 6명을 정리했다. 마지막엔 움짤도 넣었으니 비주얼부터 표정, 몸짓까지 변신한 그들의 연기를 확인해보자. 


샤를리즈 테론
Charlize Theron

비참했던 연쇄 살인마 → 매력 뿜뿜 자유로운 영혼 → 리얼 전사

<몬스터>

'연기가 아니라 변신'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하면 역시 샤를리즈 테론이다. 그의 연기 인생은 <몬스터>(2004) 전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몬스터>에서 엄청난 연기를 선보였다. 섹시한 금발 미인으로 인식되던 그는 <몬스터>로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7명을 쏴 죽인 연쇄 살인범 에일린 워노스를 맡기 위해 그는 몸을 키우고, 눈썹을 밀었으며, 거뭇한 피부를 위해 특수 분장까지 했다. 튀어나온 입을 위해 이에 보철도 끼웠다. 여성 배우라면 스크린에서 빛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그는 자신을 캐릭터에 내던졌다. 그 결과, 스크린 속의 그는 배우로서 확실히 빛났다. 

<러브 인 클라우즈>

<몬스터> 이후, 그는 <러브 인 클라우즈>(2008)의 매혹적이고 자유분방한 길다로 돌아왔다. 뛰어난 외모는 물론 감정에 거침이 없는 길다는 캠브리지 대학의 보수적인 청년, 가이(스튜어트 타운센트)와 미모의 스페인 모델 미아(페넬로페 크루즈) 동시에 사랑 혹은 우정을 나눈다. 샤를리즈 테론은 자칫 가볍거나 과장돼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러브 인 클라우즈>에서 30년대, 예술과 폭력이 뒤엉킨 유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샤를리즈 테론은 또 한 번 파격적인 비주얼 변화를 감행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에서 그는 노예들을 이끌고 시타델에서 탈출하려는 사령관 퓨리오사를 맡았다. 임모탄이 만든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노의 도로를 질주하는 그는 전사 그 자체였다. 삭발과 검은 얼룩, 기계 팔을 통해 강인한 전사를 표현한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신체 단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신체훈련과 영화 촬영 모두가 너무나 힘들었다. 130여 일간을 매일 14시간씩 촬영을 했는데 매일 힘을 유지하기 위해 45분간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위해 팔굽혀펴기와 역도를 하며 체력을 키웠다는 샤를리즈 테론. 그는 변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그냥 주어지지 않았음을 인증했다.

<몬스터>
<러브 인 클라우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몬스터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티나 리치

개봉 200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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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클라우즈

감독 존 듀이건

출연 샤를리즈 테론, 페넬로페 크루즈, 스튜어트 타운센드

개봉 200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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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개봉 2015.05.14. / 2016.12.2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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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 마라
Rooney Mara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해커(락커 아님) → 캐롤의 순둥이 여자친구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어메이징한 헤어 스타일

<캐롤>(2016)로 루니 마라의 팬이 된 사람이라면 이 모습을 보고 꽤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2)에서 그는 굉장히 파격적인 비주얼의 천재 해커로 등장한다. 까만 머리에 수많은 피어싱, 탈색한 눈썹, 문신까지 펑크와 고딕이 뒤섞여 있는 스타일로 나타난 그는 루니 마라는 배역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유두 피어싱(!)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그는 제니퍼 로렌스, 스칼렛 요한슨과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주연을 차지했다. 

피어스를 하고, 눈썹을 없애며 남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던 그가 캐롤(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단 하나의 사랑만을 향해 직진하는 테레즈가 됐다. 독기와 깡으로 가득했던 큰 눈은 어느새 사랑으로 촉촉해졌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 옅은 화장, 차분한 옷차림과 아직 서툰 손짓은 첫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였다. 사석에서도 항상 차갑고 도도해 보인다는 사람들의 편견이 무색하게 루니는 캐롤 앞에서만은 정말 연인이 된 양, 수줍게 웃는다. 특유의 큰 눈과 마른 몸이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는 남자를 불신하는 상처 입은 소녀를 표현하는 데 쓰였다면, <캐롤>에서는 캐롤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매개체가 됐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개봉 201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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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개봉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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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캐롤>

에이미 아담스
Amy Adams

사랑밖에 난 몰라♪ 공주님 → 사랑에 잔인했던 현실주의자

<마법에 걸린 사랑>

에이미 아담스는 귀엽고 발랄한 목소리로 사랑스러운 디즈니 공주님, 지젤을 연기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2008)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공주 지젤은 차가운 도시 뉴욕에 가게 된다. 아무도 친절하게 인사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 도시에서 지젤은 굴하지 않고 천생연분을 찾아다닌다. 사랑밖에 모르는 지젤을 찰떡같이 소화해 낸 에이미는 이를 계기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특유의 목소리와 동글동글한 외모로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국한될 뻔 했지만 탁월한 연기력으로 장르를 넓혀갔다. 

<녹터널 애니멀스>

<녹터널 애니멀스>(2017|)에서 그는 사랑에 잔인했던 여자 수잔을 연기했다. 짙은 섀도와 정갈하게 넘긴 머리, 서늘한 눈빛을 한 그에게선 디즈니 공주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수잔은 한 때 순수했던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소설가를 꿈꾸는 에드워드에게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돈 많고 유능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잔인하게 연인을 떠난 그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은 삶을 이어 간다. 엔딩 신에서 자신이 복수를 당했음을 깨닫고 공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의 연기는 곱씹을수록 여운을 남긴다. 

<마법에 걸린 사랑>
<녹터널 애니멀스>
마법에 걸린 사랑

감독 케빈 리마

출연 줄리 앤드류스, 에이미 아담스, 패트릭 뎀시

개봉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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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널 애니멀스

감독 톰 포드

출연 에이미 아담스, 제이크 질렌할, 마이클 섀넌, 애런 존슨

개봉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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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성스러운 요정 → 절로 무릎이 꿇어지는 전쟁의 신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토르: 라그나로크>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요정에서 전쟁의 신으로 한 순간에 흑화한 배우도 있다. 케이트 블란쳇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가장 성스러운 요정, 갈라드리엘이었지만, <토르: 라그나로크>(2017)에서 잔혹한 죽음의 여신 헬라로 변신했다. 갈라드리엘이 무릎을 꿇고 싶게 만드는 이미지라면, 헬라는 무릎을 안 꿇으면 죽을 것 같은 이미지다. 이러한 극단적인 이미지 변화로 인해 위와 같은 사진들이 생성됐을 정도다. 강한 힘을 가졌지만 온화한 갈라드엘을 맡았던 그는 마찬가지로 강하지만 호전적인 헬라를 연기했다. MCU 최초 여성 빌런인 헬라는 "Kneel. Before your queen"이란 명대사를 남기며 대단한 포스를 자랑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토르: 라그나로크>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리브 타일러, 비고 모텐슨, 숀 애스틴, 케이트 블란쳇

개봉 2001.12.31. / 2017.01.1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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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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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얼굴이 멜로, 청순의 대명사 → 엄마와 스릴러가 만난다면

<클래식>

할리우드에만 이미지 변신을 한 배우가 있는 건 아니다. 과거, 손예진은 특유의 서글서글한 눈빛과 해사한 미소로 청순함의 대표 명사였다. 청순함의 정점을 찍은 건 <클래식>(2003)에서 22살의 손예진은 준하(조승우)와 애틋한 사랑을 한 주희와 그의 딸 지혜를 동시에 연기했을 때다. 60년대, 고전적이지만 순수했던 사랑을 그린 <클래식>은 손예진을 단숨에 청순한 청춘스타로 만들었다. 그러나 손예진은 단순히 스타가 아닌 '연기자'로 성장했다. 그는 스스로 청순함을 벗어 던지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넓혀갔다. 

<비밀은 없다>

많은 도전 끝에, 그는 <비밀은 없다>(2016)에서 배우로서의 광기를 뿜어냈다. 손예진은 갑자기 사라진 딸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엄마 연홍을 맡았다. 그는 모성과 스릴러를 강렬하게 표현해 청순한 얼굴을 깔끔히 지워냈다. 정돈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 창백한 피부, 독이 서려있는 눈은 큰 분장 없이도 그의 광기를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딸을 찾기 위해 협박과 자해도 서슴치 않는 연홍을 연기하며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른 시각과 표현을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서 좀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멜로와 스릴러는 물론, <협상>(2018)을 통해 범죄 영화까지 소화해 내는 올그라운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 <클래식>, <비밀은 없다>
클래식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개봉 200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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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출연 손예진, 김주혁

개봉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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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감독 이종석

출연 손예진, 현빈

개봉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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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사랑스럽고, 짠한 다방 아가씨 → 살인자의 여자

<너는 내 운명>

배우가 떠오르지 않고 캐릭터가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다. 전도연이 그렇다. 그는 영화마다 맡은 역할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을 항상 놀라게 한다. 그만큼 다양한 감정폭을 지녀 극과 극을 오가는 배우기도 하다. <너는 내 운명>(2005)에서 전도연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전은하로 등장한다. 김석중(황정민)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였다. 싹싹하고, 사랑스럽지만 어쩐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한 분위기를 준다. 핀으로 살짝 올린 머리와 살랑거리는 옷은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연약해 보인다. 에이즈에 걸려 석중을 밀어내지만 그 밀어내는 손길에 자신이 상처 받는 여린 사람이다. 

<무뢰한>

<무뢰한>(2015)에서의 전도연은 또 새롭다. 살인자의 여자인 김혜경을 연기한 그는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 다소 거친 말투를 사용해 날카롭고 드세 보인다. 그런 그가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형사 정재곤(김남길)을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영화 속 전도연은 살인자 박준길(박성웅)을 만나 삶에 찌들었지만, 외로운 혜경 그 자체가 된다. 전도연의 얼굴에는 서사가 있다. 은하와 혜경 모두 세상에 상처 받은 캐릭터지만, 그는 영화에 따라 얼굴을 바꿔 더욱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냈다. 

너는 내 운명

감독 박진표

출연 전도연, 황정민, 나문희

개봉 200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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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개봉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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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너는 내 운명>, <무뢰한>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