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

배우들의 악역 도전 소식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배우들에게선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연기를 볼 수 있고,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로맨스와 코미디 연기에서 두각을 보이던 조정석은 <뺑반>을 통해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그렇다면  악역(·조연급 캐릭터 한정) 연기로 대박 친 배우들, 누가 있었을까.


하정우 <추격자>
지금은 흥행 보증 수표 배우로 꼽히는 하정우. 그를 현재의 위치에 있게 한 첫 디딤돌이 된 캐릭터는 <추격자>의 지영민이었다. 돌이켜보면 현재의 하정우보다 <추격자> 연쇄살인범 지영민의 얼굴이 오히려 덜 남성적이고 앳되었다. 그러나 평범한 얼굴 위로 살기 어린 눈빛이 튀어나오는 순간 그렇게 소름 돋을 수가 없다. 골목에서의 김윤석과의 추격신은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하정우는 <추격자> 때문에 억울했던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지영민처럼 모자를 눌러쓰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는데 옆에 있던 주민이 하정우를 보고 놀라 고함까지 질렀다고(!)

추격자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개봉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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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타짜>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2006년 개봉했지만 지금까지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패러디 되고 있다. 둘 다 김윤석이 연기한 아귀의 대사였다. 최동훈 감독표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하며 사악하지만 재미있는 악역을 탄생시켰다. 김윤석은 아귀 캐릭터를 구상할 때 전국을 돌아다니는 도박꾼 설정이라면 100% 전라도 토박이말을 쓰는 것보다 사투리 뉘앙스에 표준어를 살짝 얹어서 대사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결국 그의 디테일한 대사 처리는 영화의 대사를 더욱 쫄깃하게 살리는 데 일조했다.

타짜

감독 최동훈

출연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개봉 200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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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진선규 <범죄도시>
돌이켜보면 <범죄도시>는 여러 배우들을 재발견하게 만들어준 영화다. 그중에서도 윤계상, 진선규는 확실히 이 영화를 분기점으로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윤계상은 그동안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영화의 흥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범죄도시>에서 첫 악역 연기를 선보였고 영화는 흥행했다. 장발에 거뭇거뭇한 수염을 기르는 파격적인 외양부터 눈에 띄었다. "니 내 누군지 아니?" 대사는 다양한 짤로 패러디 되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년 만에 무명 배우에서 완전히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진선규 역시 <범죄도시>가 낳은 스타다. 실제 조선족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을 정도로 위성락에 몰입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극중 잔혹하고 무서운 악역이었던 것과 달리 실제 진선규는 몹시 조신해 이러한 반전 매력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

출연 마동석, 윤계상

개봉 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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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홀리데이>
영화보다 영화 짤이 더 유명해졌다. <홀리데이> 전에도 터프한 남자,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지만 이런 악랄한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권력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악질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을 연기했다. 캐릭터를 위해 그는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해 마른 이미지로 변신했으며 생니에 금을 갈아 끼우기까지 했다. 또한 금 장신구를 온몸에 두르며 외형적으로도 독특한 악역 캐릭터를 만들었다.  

홀리데이

감독 양윤호

출연 이성재, 최민수

개봉 200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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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베테랑>
"어이가 없네?" 유행어를 탄생시킨 캐릭터 조태오의 유아인도 이 역할이 첫 악역이었다. 권력을 쥐고 폭력을 휘두르는 재벌 3세 캐릭터였다. 그동안 밑바닥 인생을 살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청년 캐릭터를 맡아왔던 유아인. 악당 재벌 3세는 분명 새로운 캐릭터였다. 그는 개봉 당시 <씨네21> 인터뷰에서 "일관성, 획일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며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유아인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하는 '어이' 장면은 무수히 많은 장면으로 패러디 되었고 유아인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다.

베테랑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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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오 <아저씨>
<아저씨>의 악역으로 이름을 알린 김성오. 이후에도 악역 캐릭터만 줄줄이 맡으며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붙게 되었다. 아이들을 마약 제조에 부려먹다 장기적출을 하는 등 듣기만 해도 끔찍한 자신의 악행에 대한 어떤 죄의식도 없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다. 김성오는 신인시절 이 캐릭터로 인해 지나치게 센 이미지가 박혀 편중된 캐릭터만 들어와서 아쉬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후 코믹한 역할 등 다채로운 이미지를 쌓아가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었다. 지금은 악역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아저씨

감독 이정범

출연 원빈, 김새론

개봉 201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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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