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들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토니 세르빌로,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 엘레나 소피아 리치

송경원 <씨네21> 기자
욕망은 늙지 않는다. 단지 고약하게 썩고 허무하게 바스러질 뿐.
★★★
이탈리아의 전 총리이자 부패한 언론권력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조명한 블랙코미디. 전반부는 베를루스코니를 등장시키지 않고 여자를 상납하는 남자 세르지오를 통해 부패의 매커니즘을 고발한다. 후반부 등장하는 부패의 설계자이자 끝자락인 베를루스코니는 악이 아닌 늙고 노쇠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 비틀린 욕망이 기괴한, 혹은 우아하고 처연한 형태로 그려진다. <그레이티 뷰티>(2013), <유스>(2015)에서 이어지는 파울로 소렌티노의 욕망 삼부작의 세 번째 이야기. 그 끝에 다다른 퇴폐의 스펙터클과 허무의 포르노그라피.

이화정 <씨네21> 기자
‘욕망’의 얼굴을 영화적 캐릭터로 정확하게 구현
★★★
악명의 아이콘,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이야기. 하지만 영화는 특정 인물이 행한 부패를 ‘비판’의 소재로 삼거나 거기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실존인물의 가공을 통해 가장 영화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 풍자와 우화,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가득한 파올로 소렌티노 영화의 캐릭터 운용 원리다. 반복되고 무의미한 파티 장면의 노출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욕망의 표정을 연기한 토니 세르빌로의 기괴한 인상이다.(영화 속 선정적 장면은 전혀 센세이셔널 하지 않은데, 오히려 감독이 과다한 반복으로 부러 지루함을 유도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정치 사회 비판의 드라마로서보다, 전작 <유스>에서 본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그때 그들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 토니 세르빌로, 엘레나 소피아 리치

개봉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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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출연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벤 멘델슨, 주드 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기다린 만큼 강하다
★★★☆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엔딩에 구원의 이름으로 등장했던 캡틴 마블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기다린 만큼 강력하며, 브리 라슨은 완벽한 캐스팅이다. 단순히 물리적 힘만 강한 캐릭터가 아닌데,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위한 주체적 노력은 캡틴 마블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든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마블 무비 특유의 유머 코드도 즐길 만한 요소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마블의 새로운 우주를 위한 교통정리. 각성과 전복의 드라마로 쟁취한 자리.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시간대로 돌아가 큰 그림을 다시 그린다. 새로운 어벤져스팀을 위해 자잘한 오류들을 수정하고 정리해주는 역할을 기꺼이 떠맡아 수행한다. 때문에 새로운 요소들을 수혈했던 <블랙팬서><토르:라그나로크>와 달리 연출과 볼거리 측면에서는 마블영화의 평균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세계관을 재편하는 과정과 캡틴 마블이 정체성을 각성하는 과정의 안정된 하모니가 돋보인다. 중반의 드라마 파트가 다소 무겁고 늘어지긴 하지만 전반적으론 무난하다. 적극적으로 독해하자면 기능적으로 소비되거나 남성 헤게모니 아래 묻혀있던 여성 슈퍼히어로들의 위치 자체를 재설정하는 전복의 드라마가 핵심이다. <블랙팬서>에 흑인관객이 열광했듯 여성관객이 <캡틴 마블>에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시대의 욕구에 제대로 응답하는 관점의 전환. 여러가지 의미에서 마블의 첫 번째 여성히어로라 할 만 하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아는 히어로 무비
★★★
마블은 이제 영화적 성취에 더해, 여성과 난민 같은 시대의 가치관 또한 정확하게 짚어내는 감각까지 갖췄다. 인내와 각성, 그리고 정의의 실현. <캡틴 마블> 또한 히어로 무비의 전형적인 서사를 따라가지만,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여성 히어로를 소비하는 방식인 성적 대상화도, 필요가 불분명한 로맨스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성 히어로 무비의 벽을 넘어섰다는 말이 오히려 촌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주체적인 슈퍼히어로를 만날 수 있는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조금은 아쉬운 첫 만남

<캡틴 마블>은 외부 변수가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와 싸우고 이름을 되찾는 과정으로 무난하게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해낸다.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증명해야 할 필요 없이, 그저 자기 자신으로서 강인하게 존재하는 여성 히어로의 탄생을 우선 환영한다. 여성이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대열의 정중앙에서 활약하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은 모든 세대, 성별을 통틀어서 소중하다. 어벤져스 이전 90년대를 갈무리하는 기획도 MCU의 전체적 시점상으로 좋다. 그런데 기획의 강점과 극적 재미는 조금 다른 문제다. 최근 마블은 히어로 무비의 쾌감과 정치적 올바름 사이의 균형을 점점 더 잘 맞추고 있다. <캡틴마블>도 마찬가지. 다만 후자를 너무 의식적으로, 혹은 도식적으로 고려한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 있다.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기보다는 순간적인 재치(이를테면 고양이)들로  지탱하는 인상을 남기는 것도 아쉬움이다. 브리 라슨이 탁월한 배우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CG 없는 액션 연기와 보다 풍성한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는 약간의 개선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끝판왕의 등장

캡틴 마블(브리 라슨)은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슈퍼히어로들의 고뇌를 지지부진하게 끌지 않는다. 새롭게 태어나는 이 히어로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비로소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는 성장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이는 영화를 보는 평범한 관객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매우 흥겹게.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시리즈 안에서의 제 역할 또한 충분히 해내는데, 마블 유니버스의 끝판왕 격인 캡틴 마블을 인상적으로 등장시키는 동시에 어벤져스의 기원을 이어질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의미 있게 끌고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웰컴, 캡틴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가는 징검다리나 예고편 수준에 머무르는 영화가 아니다. MCU 세계관 확장에 필요한 열쇠들을 품고 있는 작품일 뿐 아니라, 개별 영화로서의 온전한 존재감도 획득하고 있는 오락물이다. 중요하게는 스페이스 스톤의 행방부터 작게는 닉 퓨리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안대의 유례까지. 기존 시리즈들의 조각난 지점을 하나씩 꿰맞추며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차고 넘친다. 물론 이는 마블 세계관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위력을 지니지 못하는 부분. 그러나 마블은 크게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충성도 높은 팬들의 추리력을 지렛대 삼아 더 넓은 세계로 그림을 확장해 보겠다는 자신감이 극 전반에 진동한다. 열 인간 캐릭터 부럽지 않은(?) 고양이 구스는 특별 언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그루트는 바짝 긴장해야겠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의 진보
★★★☆
10년을 넘어선 마블은 21번째 작품에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시작부터 세상을 떠난 마블의 아버지스탠 리를 추모하는 방식이나 마블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형태 변환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성별 때문에 통제를 받았던 여성 배우와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서 엑셀시오르(Excelsior·더욱더 높이)!’를 외치며 진취성을 획득하고, 현란하지만 공허했던 우주 전쟁에 난민 문제를 투영해 현실성을 높였다. 닉 퓨리의 과거, 1990년대 배경 음악과 고양이 캐릭터의 존개감이 두루 재미를 안긴다. 감정을 실어 말하건대, 마블 최초의 단독 여성 캐릭터로 등판한 캡틴 마블의 도약을 많은 소녀들이 목격하기를 바란다.

캡틴 마블

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출연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벤 멘델슨, 주드 로

개봉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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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감독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시은

이화정 <씨네21> 기자
견고한 세상에 내려앉은 여린 마음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과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시간 속, 한국의 청춘, 노동의 현장에서도 작은 분투가 일어나고 있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보험료의 출처를 아는, 디자인 작업의 비용을 받는, 업무 외 초과 작업의 대가를 받으려는, 청년 민규와 시은의 ‘당연한’ 시도들은 자주 무시되고 묵살된다. 그들이 사는 지금의 세상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내가 사는 세상> 그 부조리로 인해 매번 좌절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매번 목구멍에서 맴돌다 사그라졌던, ‘한번 제대로 따져보자’는 말. 이제 겨우 발화된 그 작은 소리다. 가라앉은 흑백의 화면 속, 지극히 실제 같은 배우들의 연기가 그 발화에 우리의 논의들을 추가로 하나하나 얹게 만드는, 출발의 이야기.

내가 사는 세상

감독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시은

개봉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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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감독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
출연 페르난도 알바레스 레베일, 호세 마누엘 폰셀리스, 엘리지오 메렌데즈, 파티마 몰리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언어가 품은 사랑, 사랑을 잇는 언어

소멸 위기에 놓인 멕시코 토착 언어 시크릴어를 매개로, 밀려나는 것들의 존재론적 고독과 소통의 단절, 나아가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영화적인 순간들을 잡아낸다. 너무 철학적이어서 무겁지 않을까란 의심은, 시크릴어 마지막 계승자인 두 노인의 숨겨진 과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추적하며 덜어낸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둘만의 언어로 이어졌기에 충만했고, 그만큼 아팠고, 그러므로 먹먹했던 관계. 관객의 예상을 연신 따돌리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저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신비한 라스트 신에 다다르게 된다. 이런 언어로 쓰여진 (영화 속) 고백을 본 적이 있던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다름을 잇는 언어의 마술

사라져가는 것들을 반추하는 멕시코 영화. 멕시코 소수 언어와 50년 동안 서로를 외면했던 두 남자의 사연을 엮어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전통과 문화, 종교와 신화를 아우른다. 멕시코의 원시 자연과 영화를 위해 만든 토착 언어가 강한 힘을 내뿜는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에 자막을 생략하는 비언어적 표현이 생소하면서도 감상자마다 다른 해석의 미묘함을 제공한다. 심오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유머와 음악으로 완급을 조절하는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 감독의 연출 기법이 좋은 꿈을 꾸는 것처럼 관객을 위무한다.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감독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

출연 페르난도 알바레스 레베일, 호세 마누엘 폰셀리스, 엘리지오 메렌데즈, 파티마 몰리나

개봉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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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오브 더 이어
감독 위타야 통유용
출연 우랏야 세뽀반, 써니 수완메타논트, 닉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로맨스보다 가족애

오빠, 여동생, 동생의 연인이 삼각구도를 형성한다. 철부지 오빠가 동생의 연애에 방해 공작을 펼치는 초반은 로맨스 코미디로 끌고 가다가 남매의 갈등이 커지면서 가족 드라마로 전환한다. 그러면서 캐릭터 구도가 무너지고 만다. 시종일관 멜로 분위기가 이어지거나 동생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2PM 멤버 닉쿤의 비중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는 부분. 캐릭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다 보니 후반부 드라마의 감흥도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태국 배우 써니 수완메타논트와 우랏야 세뽀반은 티격태격하는 남매를 능숙한 연기로 소화하며 이목을 끈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

감독 위타야 통유용

출연 써니 수완메타논트, 닉쿤, 우랏야 세뽀반

개봉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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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오브 프리즘-샤이니 세븐 스타즈-
감독 히시다 마사카즈
목소리 출연 테라시마 쥰타, 사이토 소우마, 하타나카 타스쿠, 야시로 타쿠

송경원 <씨네21> 기자
2차원 아이돌과 함께 하는 꿈의 무대, 즐기는 만큼 화답해준다

TV 애니메이션 <프리즘 스톤>의 스핀오프. 남성 아이돌 유닛 오버 더 레인보우를 주인공으로 7명의 미소년이 선보이는 피겨 스테이트, 노래, 댄스의 라이브 쇼가 메인이다. 관객과 대화하며 스토리를 풀어가는 독특한 연출방식이 눈에 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얼롱 상영처럼 경기를 응원하고 대화하며 봐야 의미가 있다. 애초에 응원상영이란 형태가 존재하는 것부터 여느 영화와 출발이 다른 콘텐츠다. 10,20대 여성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공략하는 맞춤형 상품. 타깃에서 벗어나는 분들이 보면 낯간지러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사한 일본의 콘텐츠들 과 마찬가지로 별점은 아무 의미 없다.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전작 <프라이드 더 히어로>보단 이야기가 좀 더 짜임새 있는 편이다

킹 오브 프리즘 -샤이니 세븐 스타즈-

감독 히시다 마사카즈

출연 테라시마 쥰타, 사이토 소우마, 하타나카 타스쿠, 야시로 타쿠

개봉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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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
감독 라파엘 리바스
목소리 출연 조연우, 오은수, 방지원, 신정훈, 허성재, 박상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교훈 전달만 확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불운하다고 여겨온 청년의 모험을 그린 브라질 애니메이션. 키즈카페에서 고양이 탈을 쓰고 파티 도우미로 일하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그를 돕는 어수룩한 마법사 캐릭터의 활약이 어린이 관객에게 친근함을 준다. 삶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도 귀에 쏙 들어온다. 성인 관객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지만 전반적으로 캐릭터 묘사가 부족해 호감도가 떨어진다. 부모 관객이라면 모험 과정에서 펼쳐지는 일부 설정이 과도하다고 의식할 수 있다.

리노

감독 라파엘 리바스

출연 셀튼 멜로, 디라 파에스, 루이스 카를로스 데 모라이스, 조연우, 오은수, 방지원, 신정훈, 허성재, 박상우

개봉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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