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누리
출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명료한 전개, 의아한 결말
★★★
미션을 완성하면 다음은 더 난이도 높은 미션을 마주하게 되는 게임의 법칙처럼, 영화 속 주인공은 커지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더 위험한 범죄에 유혹되고 만다.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는 생경한 금융 세계를 누구나 편안하게 이해하며 즐길 수 있게 한 연출과 구성이 돋보인다. 명료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비해 주인공의 각성은 평이하며, 결말은 의아하다. 익숙한 결말로 흘러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 과정의 헐거움이 문제다. 어떻게 저리 쉽게 해결되는지, 왜 그는 용서받는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상업 오락영화로서의 어떤 미덕

모험보다는 안전함을 택한 연출이다. 자칫 복잡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매끈하고 쉽게 풀어간다. 속도감도 좋다. 이는 금융 범죄를 소재로 택한 상업 오락영화로서 지니는 분명한 강점이다. 주인공 조일현(류준열)의 캐릭터 능력치가 다소 평범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부자가 되고 싶어 쉽게 욕망에 휘둘리는 영화 밖 수많은 관객들과 공명하는 장치다. 다만 같은 이유로 전개는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범죄 드라마로서의 매력은 조금 무뎌진다. 오히려 ‘선택'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류준열-유지태-조우진으로 이루어진 연기 트라이앵글은 탄탄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돈이라는 절대 유혹, 시험대에 선 '여의도 스트리트'의 표정을 구현

<월 스트리트>에서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빅쇼트>에 이르기까지, 돈을 쫓는 증권가 사람들의 흥망성쇄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 쫓아가는 류의 영화. 뉴욕 월가가 아닌, 충무로에서 탄생한, ‘여의도 스트리트’의 구현으로 관객이 감정이입할 접점을 명확히 만들어 준다. 결론의 ‘처벌’ 방식에 의문이 남지만, 집안, 학벌, 욕망 모든 것이 ‘평범’한 일현이 돈의 유혹 앞에 반응하는 지점들이 스토리라인의 긴장감이 무리없이, 시종 흥미롭게 연결된다. 배우의 강점이 망라된 류준열의 연기, 유지태의 아우라가 주는 존재감, 적재적소의 역할을 다해내는 조우진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안전한 베팅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 그 유명한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를 비롯해 빚지고 있는 영화들이 상당하다. ‘모험’보다는 ‘안전한 배팅’에 기울어진 연출이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와 주제 의식의 나열이다. 금융 사기극으로서 칼날이 무뎌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편하게 즐기는 범대중적인 오락영화로선 나쁘지 않다. 감각적인 편집이 리드미컬하게 관객을 유인하는 이 영화는 주식을 몰라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치 설계가 잘 돼 있다. 순간의 유머를 다루는 감각도 좋은 편. 주·조연부터 카메오까지의 다양한 출연진을 만나는 재미는 <돈>의 특별 보너스다.

감독 박누리

출연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개봉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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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감독 이수진
출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영화가 끝나도 의문은 여전하다
★★★
날 선 긴장감이 끝까지 무뎌지지 않는다. 차가운 스릴러의 온도에 더한 영화적 상징과 은유 덕분에 몰입된 감정을 놓을 수도 없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온 힘을 다해 헌신하는 세 인물의 폭주 또한 관객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긁어댄다. 영화 속 어느 장면도 쉬이 그 의미를 내색하지 않으며 서사는 온통 의구심투성이다. 관객에게 사유의 메시지를 던지는 의도는 용감하고 신선하지만, 관객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해 보이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풍부한 상징과 복잡하기만 한 미로 사이

서로 다른 욕망들이 충돌하는 순간의 기이한 에너지를 끈질기게 포착한 집념의 144분. 세 배우의 무시무시한 연기 흡인력에 홀리듯 빠져들게 되고,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인 상징적 이미지들은 탄탄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다만 이 영화는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좇는 이들을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때문에 작품의 온도는 시종 차갑게 유지된다. 결말에서 풍기는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영화를 사유하고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힘은 최근 등장한 그 어떤 영화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간단한 줄기를 너무 복잡한 가지로 뻗게 했다는 인상도 남긴다. 관객을 원하는 방향으로 힘 있게 끌고 가기보다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극 안에서 헤매게 만든 결과물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거미줄로 얽힌 파국의 지형도
★★★
영화가 던지는 믿음에 관한 질문이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극중 대사처럼 믿을 사람이 없거나 사람을 믿지 못하는세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불의를 집요하게 들춘다. 초중반부까지 범죄 스릴러 형식을 취하면서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후반부에 진의를 드러내며 몰아치는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할지는 미지수.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의 폭렬하는 연기는 강한 자기장으로 작용하지만 과도한 은유와 상징은 되레 흡인력을 떨어뜨린다. ‘몹쓸 병에 걸린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데까지는 성공, 상처를 아물게 하는 파급력이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우상

감독 이수진

출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개봉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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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
감독 이정범
출연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송경원 <씨네21> 기자
의도, 방식, 결과가 모두 엇갈리는 인지부조화. 총체적 난국에서 파국으로
★★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처부순다는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 범죄 액션영화. 액션은 줄이고 이야기(와 욕설)를 늘렸지만 순수하게 장르물로 보려고 해도 상당히 헐겁다. 우연에 기댄 전개와 작위적 상황들로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데 이를 타개할 이렇다 할 한 방도 없다. <우는 남자>(2014) 때도 그랬지만 연출자 본인만 납득하고 기계적으로 넘어가는 나르시시즘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된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와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은 최악에 가깝다. 전작들의 경우 잔혹함이 주는 충격과 액션의 비주얼로 그 민낯을 가릴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런 장치도 거의 없다. 혹은 있어도 실패한다. 희생자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슬퍼하는 자신에게 먼저 도취되었을 때 일어나는 참사.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아저씨>와 <나의 아저씨>의 어느 중간쯤
★★
모든 것이 과잉이다. 영화의 설정도 맥락을 이끄는 대사도 그저 내지르기만 할 뿐 관객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차악이 거악을 응징하는 흔한 설정을 만회하기 위해 익히 알고 있는 현실적 모순들에 신세 지려 하지만,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건들지 말았어야 할 것도 있다. 국가적 비극인 세월호의 상처를 다루는 방법은 그 중 최악이다. 위안과 공감이 결여된 허세처럼 보인다. 굳이 달라 보이려는 시도는 이 지점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아저씨>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어느 중간쯤을 보는 듯한 착각.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시기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

이정범 감독의 남자들(<열혈남아> <아저씨> <우는 남자>)은 여성을 구원하려 함으로써 스스로가 구원받았다. <악질경찰>의 조필호(이선균)는 영락없이 이 계보에 놓인 남자다. 그러나 이번엔 구원의 대상이 단순한 여성이 아닌 세월호 트라우마를 안은 소녀라는 점에서 <악질경찰>은 특별해진다. 강조하고 싶은 건, 특별하다는 것이 긍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악질경찰>은 세월호라는 비극을 가져오면서 기존에 본 적 없는 질감의 범죄물 느낌을 자아낸다. 문제는 이것이 이 영화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장르적 쾌감과 연신 날 서게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건이 소녀와 조필호에게 응집될만한 동기가 충분히 만져지지 않은 탓이다. 상업영화와 세월호 소재의 만남이 논쟁이 된다면, 그것은 시기의 문제라기보다 도입한 이유를 납득시킬만한 알리바이를 부여했는가 하는 방법론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 방법론에서 <악질경찰>은 물음표다. 세월호를 걷어내고 진행했어도 이 영화의 서사는 위협받는 게 거의 없다.

악질경찰

감독 이정범

출연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개봉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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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의 그녀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마츠모토 준, 우에노 주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음지와 양지 사이의 로맨스
★★☆
일본 청춘스타 마츠모토 준과 우에노 주리의 매력을 가득 살린 연애 영화. 두 배우의 열연은 눈이 부신데 학창 시절의 첫사랑, 집단 따돌림, 뜻하지 않은 이별 등 일본 청춘 멜로의 클리셰를 반복하는 영화는 나른한 편이다. ‘그녀의 비밀이 영화의 반전이자 기존 청춘 멜로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지점임에도 보는 이에 따라 온도 차가 극심할 수 있다. 노래를 활용한 엔딩 연출과 야마시타 타츠로의 주제가만큼은 영화의 온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양지의 그녀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마츠모토 준, 우에노 주리

개봉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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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네이션
감독 피에르 쉘러
출연 가스파르 울리엘, 아델 하에넬, 루이 가렐, 로랑 라피트

송경원 <씨네21> 기자
혁명의 열기를 비장하고 차분하고 지루하게 '설명'한다
★★☆
1789년부터 4년간, 프랑스 혁명의 시간을 스크린에 옮겨 담았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게 된 과정의 큰 그림과 혁명의 물결에 휩쓸린 각자의 사연을 담은 작은 그림을 오가며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리려 애썼다. 문제는 스스로 부여한 책임감과 비장미와 짓눌린 나머지 이야기가 지리멸렬하게 흩어진다는 점이다. 과격한 사건의 소음을 줄이고 침묵을 통해 그 날의 분위기에 집중하고자 했던 선택 자체는 나쁘진 않다. 다만 강박이 지나쳐 혁명의 열기를 느끼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다. 그나마 혁명을 역사로 서술하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살려낸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격동의 역사를 담기엔 역부족
★★☆
프랑스 혁명 2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영화. 17897월 바스티유 감옥 습격부터 17931월 루이 16세 처형까지 주요 사건을 사실적 시각으로 조명한다. 프랑스 혁명사에 대한 입문이나 시청각 교육 자료로는 무난하지만, 극적 재미나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구성이다. 처음과 시작에 루이 16세라는 극적인 인물을 배치하다 보니 정작 영화를 이끄는 가난한 민중과 여성을 통해 강조하려는 혁명의 의의가 희미하다. 드라마를 배제하고 사건을 나열식으로 배열해 역사적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유기적으로 얽히지 못하고 혼재한다. 아델 하에넬, 가스파스 울리엘, 루이 가렐, 드니 라방 등 프랑스 신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목소리를 드높임에도 불구하고 혁명의 외침이 와 닿지 않는다.

원 네이션

감독 피에르 쉘러

출연 가스파르 울리엘, 아델 하에넬, 루이 가렐, 로랑 라피트

개봉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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